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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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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14 18:52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아사히 신문과 공동 게재 ‘일본인에게 부치는 단가로 쓴 편지’

이승신 시인  손호연단가연구소 대표 


 

 아아 차라리 꿈이었다면  아아 차라리 영화였다면  참담한 대지진과 쓰나미 
                         

 황량한 마을  사라진 가족과 집에  고요히 눈물 흘릴 그대여
                                     

 오늘은 같이 아파하는 날  미워하지 않고  가슴으로  아파하는 우리 민족

                                       

 나는 오늘  미야기의 그대를 생각한다  하늘에서  슬퍼하실 어머니를 생각한다 

     

           어머니 시비가 몸처럼 서 있는 그 문학의 고장엔 늦봄에 벚꽃과 무궁화꽃이 피었지   

 

         큰 재앙에 겸허히 선 줄은  차라리 간절한 기도이다  우리가 받는 가르침이다

 


                                    

 과거의 아픔으로  그대의 아픔 위로하나니  속으로 속으로 울고 있을 그대여

 

 아무 것도 아닌 것만 같아 보이는 죽음  그러기에  가치를 더 넣어야지, 삶에

 

 가족이 보이지 않는데  홀로 살아남은 것도  살아있는 것일까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가슴으로 느껴지는  다친 그대의 가슴   

 

 꽃의 향기로  감미로운 바람과 구름으로  별로 떠 밤새 노래할 님이여   

 

 경쟁을 멈추고  온정을 뻗치는 세계  사랑은 결코 죽지 않았네   

 

 쓰라린 역사를 다 잊을 순 없지만   앙금 내려놓고  성숙한 평화를 기원하다   

 

 천년 너머 선한 이웃이던 그대  내 고통까지 짊어진 그대를  깊이 위로하네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러나 봄이 없는 겨울은 없다  

  

 누군들 고통이 없겠는가  누군들 아프지 않겠는가  더 큰 아픔에 다가가 귀기울이네   

 

 이 엄청난 고통을 딛고 일어서 더욱 성숙한 인격으로 자라날 그대
 

 아무 것도 손에 없네  오로지 가슴의 꿈뿐  그대로 그대의 미래가 되리   

 

 한국과 한류를 사랑하는 그대여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핏줄   

 

 그대 하나하나가  그대의 나라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세요   

 

 아파하지 말아요 삶이라는 상처를  인류가 그대에게 위로 받고 있어요   

 

 뚜벅뚜벅 의연히 걸어가라  반드시 빛이 있으리 그 터널이 다하면

 

 이웃해 있어  마음에도 가까운 나라 되라고  어머니 일생을 노래하셨지 

  

계절이 바뀌고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지는 않겠습니다  

 

 

 이승신 시인


일본의 대표적인 시 단가 (短歌·단까)로 한·일 우호와 평화를 노래했던 손호연 시인 1923~2003의 장녀이다.  대지진의 참화를 이겨내려 노력하는 일본 국민들을 위로격려하기 위해 쓴 이 시편들은 아사히 신문 3월 27일자 조간에도 일본어로 실렸다 

                                                                                                                       

                                                                                                                   중앙일보     2011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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