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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교토서 꽃 피운 백제 문화 … 사라진 우리 것 교토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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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6 13:52

 

 

 

 

중앙일보                                                                      2022 11 3 

 

 
 

 

단가시인 이승신씨가 산문집 『왜 교토인가』 일본어판을 들고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사진은 교토 도시샤 대학 교정에 있는 윤동주 시인의 시비를 찾은 모습. [사진 이승신] 

 

 

 

교토서 꽃 피운 백제 문화 …
사라진 우리 것 교토에 있죠

                                                                   


단가短歌 시인 손호연1923~2003 의 딸로 잘 알려진 이승신 시인이 최근 자신의 에세이『왜 교토인가』(1·2권, 詩家)의 일본어판 1, 2권을 펴냈다. 현재 교토에서 독자 사인회로 체류 중이다. 

 이시인의 어머니 손호연 선생은 31자로 이뤄진 일본의 전통 시가인 단가를 일본인보다 더 잘쓰는 시인이었다. 일제강점기 동경 유학에서 익힌 단가를 해방 후에도 포기하지 않았고, 60여년간 2000편이 넘는 작품을 썼다.  단가집 『호연가집』 『무궁화』 시리즈 등을 남겼고 1997년 아오모리현에 그의 생전 시비가 세워졌고 한일정상 회담에서는 그의 평화의 시가 읊어지기도 했다. 한·일 우호·선린의 상징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시인은 “어머니는 우리 선조의 시가 일본으로 넘어가 단가가 된 것을 알고는 '1000년 넘어 사라진 우리 시를 잇는다'는 사명감으로 단가를 지켜냈다”고 소개했다.

 역시 단가를 쓰는 딸 이승신 시인도 어머니 못지 않다. 2018·2021년에 각각 출간한 『왜 교토인가』 두 권은 어머니 손호연 선생의 발자취를 잇는 책이기도 하다. 시인 윤동주가 수학했던 교토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2015~2016년 뒤늦게 공부한 체험을 바탕으로 그곳에서의 오래된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한국인의 흔적, 한일관계의 중요성, 동지사대 이야기, 윤동주 정지용 이야기, 살던 데마치 동네 이야기, 숨기고 싶은 교토의 명소 등 맛깔있게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아아 차라리 꿈이었다면/ 아아 차라리 영화였다면/ 참담한 대지진과 쓰나미 …". 이시인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 말 참담한 슬픔에 빠진 일본인들을 위로하는 단가를 지어 일본 아사히 신문과 중앙SUNDAY 3월 27일자 1면에 동시 게재되기도 했다.

 현재 교토에서 사인회 중인 이시인은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 시인의 안목에 비친 일본의 모습을 일본 독자들이 보고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으면 하는 마음에 『왜 교토인가』의 일본어판 1, 2권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우리와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 더 나은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이시인은 자신과 교토, 한국 문화와 교토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2011년 일본에 이름이 알려지며 강연 연설로 자주 가게 됐는데 정작 일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한국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교토를 유학지로 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최선의 선택이 된 셈이다.

 "백제 멸망 후 왕족과 귀족, 당시 지성인들 예술인 장인들이 교토로 이주해 꽃 피운 문화가 1000년 넘게 전통으로 자리 잡아 명맥이 이어져 왔지요. 우리에게서 사라져 간 것들이 교토에 있고, 교토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관광지가 되는 밑거름이 됐고요. 그 엄청난 DNA가 우리로부터 비롯된 것이니 그런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미래의 희망을 붙잡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시인은 "내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 심한 차별과 아픔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순간 과거를 포용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하다"고 했다. "많은 일본인이 한국을 좋아하고 용서를 빌고 있고 무릎을 꿇기도 하는 만큼 더이상 정부나 정치인들에게 양국 관계 개선을 맡겨 두지 말고 우리가 서로 교류하고 공부하여 더 좋은 관계를 이뤄가길 바란다"고 했다. 

 이시인은 "어머니는 우리 선조의 시가 일본으로 넘어가 단가가 된 것을 알고는 '1000년 넘게 사라졌던 우리 시를 자신이 잇는다'는 사명감으로 단가를 지켜낸 장인"이라며 "어머니로부터 저까지 100년간 대를 이어 시에 써오듯, 한·일 양국이 갈등 없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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