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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건축학개론' 촬영지 한옥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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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0 19:33

 


 

 

    문화 일반

 

            '건축학개론' 촬영지 한옥 개방


 

이승신 시인. 사진 김경애 기자

                                                                       사진 김경애 기자



[짬] 복합문화공간 ‘더 소호’ 대표  이승신 시인


‘갓 스물 풋풋한 사랑을 시작한 음대생 서연(배수지)과 건축학도 승민(이제훈)은 나란히 길을 걷다, 문득 비어 있는 동네 한옥의 마루에 걸터앉아 좋아하는 가수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이어폰으로 함께 듣는다. 그리고 '첫눈 오는 날 우리 이 한옥에서 또 만나자'고 약속한다 ’


 

‘첫사랑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을 모은 화제의 영화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에 등장했던 바로 그 한옥이 최근 문화 공간으로 대중에게 공개됐다.

 

'마음 속 깊은 사랑의 한 조각씩을,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끝없이 사랑할 여러분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 모두의 환상 속 그 첫사랑의 집을 혼자 독차지하지 않고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 사랑이니까요”

 

서울 종로구 누하동 103번지, 요즘 젊은 층과 관광객들 사이에 가장 ‘뜨는 동네’인 서촌의 수성 계곡 입구에 자리한 이 한옥의 주인인 이승신 (사진) 시인의 얘기다.


 

영화 ‘건축학개론’ 찍은 서촌 작은 한옥
입소문타고 관광객 몰려 ‘명소’ 인기
문화 예술행사 공간으로 하기로

 

인근 필운동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작가
20년 전 헐린 300년 고택이 아쉬워 
‘글방’을 꾸몄으나 대중 요구로 공유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더 유명한 ‘단가의 명인’ 손호연 시인과 함께 ‘모녀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 시인은 한옥 인근 필운동에서 20년 가까이 복합문화공간 ‘더 소호 The SOHO를 관장해 왔다.

 

'서촌은 제 고향이자 삶터지요. 필운동에서 자라났고 지금도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미국 유학으로 20여 년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이 어머니가 지켜온 300년 고택 한옥이 도로로 편입되는 바람에 반 토막 만 남게 되었어요. 하는 수 없이 집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게 '복합예술공간 더 소호' 고요. 그래서 늘 마음 한구석에 한옥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이 남아 있지요”

 

그러다 몇 해 전 뒷골목을 살피던 그는 숨은 듯 자리한 스무 평 남짓 작은 한옥을 발견해 ‘글방’을 꾸몄다. 온화한 노부부가 ‘30년을 행복하게 산 정든 집이어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한 마디가 마음에 들어와 빚까지 내어 구했다. 경복궁 서쪽 인왕산 아래 자리한 서촌은 조선시대 이래 고즈넉한 선비 동네로 북촌처럼 한옥이 많았으나, 70~80년대 개발 바람을 타고 30평만 되어도 집 장수들이 사들여 다세대 빌라 등으로 개축한 까닭에 자투리처럼 작은 한옥들만 겨우 남아 있다.

 

'몇 해 전 영화를 찍겠다고 해서 두어 달 빌려주고는 잊어버렸어요. 영화 제목도 입력해 놓지 않았으니 당연히 볼 생각도 못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신문에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이 한옥 집이 덩달아 명소로 소문이 나고 있다는 기사들이 나가게 되었어요'


 

 영화 <건축학개론>(오른쪽 사진)에서 대학 시절의 서연(배수지·왼쪽)과 승민(이제훈·오른쪽)이 빈 한옥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에서 서연 (배수지·왼쪽)과 승민 (이제훈·오른쪽)이 빈 한옥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


그러자 인터넷에 한옥 찾아가는 길이 나오고, 수리를 다 하면 찻집을 한다는 둥, 정작 주인도 모르는 소문들이 떠돌고 있었다.

 

영화 상영이 다하는 날 부랴부랴 ‘건축학개론’을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끝 장면에서 눈물 한 방울을 떨굴 만큼 감동을 했다. '그 애련한 사랑을 말로 다 할 수는 없으나 그 집에서의 사랑의 추억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베로나Berona를 문득 떠올리게 했어요”

 

그 뒤부터 가끔 글방에 들릴 때면, 어느 새 지나던 관광객들이 뒤따라 들어와 탄성을 지르며 인증 샷을 찍고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등 날이 갈수록 놀라운 현상의 연속이었다. 지난 가을 ‘서촌 축제’ 때에는 주연 배우들의 사진과 함께 ‘건축학개론 찍은 곳’이라고 안내한 커다란 펼침막이 대로에 내걸릴 정도였다.

 

허나 2003년 작고 후 오히려 주목 받고 있는 손호연 시인 어머니의 정신을 알리느라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분주한 일상에 쫓겨 정작 그 자신 두어 번 밖에 묵어보지 못한 ‘글방’을 선뜻 대중에게 공개하기는 주저스러웠다.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더 소호’에서 문학관과 미술관, 국내 최초 프렌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불모지 같았던 서촌에서 1 8년 넘게 문화 행사를 해왔고, 어머니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와 단가시의 정신을 알리려 애써온 게 20년입니다. 그런데 정작 가상의 지어낸 첫사랑 이야기 한 편에 대중이 이처럼 열광하는 걸 보면서 영화의 힘을 새삼 실감했어요. 한편으론 이 척박한 세상에 그런 사랑 하나 그리며 가슴 설레어 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지켜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때마침 문화 공연을 보여주는 공간을 하고 싶다는 예술인들의 제안을 받은 그는 한옥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북촌처럼 상업화만 될 것이 아니라 오밀조밀 골목길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인왕산 정기에 옛 조상들의 혼과 문향, 예술향이 살아 넘치는 서울의 대표적 품격 있는 마을로 오래오래 보존되길 소망한다. 세상이 여러 번 바뀐다 해도 그런 마을 하나 쯤 나라의 자존심으로 있어야 한다'는 시인만의 서촌 사랑법이기도 하다.

 

'언젠가 주연 배우 엄태웅씨와 일본 팬 미팅 요청을 들어주지 못해 내내 미안했는데 이제는 언제라도 환영합니다'

 

‘첫사랑’ 이미지에 맞게 연인들의 프러포즈 장소를 비롯해 공연, 강연, 시낭송, 음악회, 전시회, 세미나 등 문화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할 작정이다.
                                                                          (02) 722-1999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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