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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 우리 모두의 ‘첫사랑 한옥’을 서촌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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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21 01:41

한겨레                                                                                2015  1  9

문화일반

우리 모두의첫사랑 한옥을 서촌 문화공간으로

 

       []   복합문화공간 ‘더 소호’ 관장 이승신 시인


 

 

 

‘갓 스물 풋풋한 사랑을 시작한 음대생 서연(배수지)과건축학도 승민(이제훈)은 같이 길을 걷다 문득 비어 있는동네 한옥에 들어 가 마루에 걸터앉아 좋아하는 가수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을 이어폰으로 함께 듣는다. 그리고“첫눈 오는 날 우리 이 한옥에서 또 만나”라고 약속을 한다.

2012년 ‘첫사랑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며 4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은 화제의 영화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에 등장했던 바로 그 한옥이 최근 문화공간으로대중에게 공개됐다

“마음속 깊은 사랑의 한 조각씩을 세상이 수없이 바뀌어도 사랑을 끝없이 사랑할 여러분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 모두의 환상속 그 첫사랑의 집을 독차지하지 않고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사랑이니까요”

 

서울 종로구 누하동 103번지, 요즘 젊은층과 관광객들사이에 가장 ‘뜨는 동네’인 서촌의 수성계곡 입구에 자리한 이 한옥을 글방으로 썼던 이승신 시인의 이야기이다.

 

영화 ‘건축학개론’ 찍은 서촌 작은 한옥
입소문 타고 관광객 몰려 ‘명소’ 인기
카페 겸 문화 행사 장소로 쓰기로

서촌 필운동에서 자라난 토박이
20
년 전 헐린 300년 고택 아쉬워 장만
‘글방’ 이었으나 대중 요구로 공유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 ‘단가의 명인’ 손호연 시인과 함께 ‘모녀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이승신 시인은 그 인근 필운동에서 20년 가까이 복합문화공간 더 소호’ The SOHO를 운영해 오고 있다

 

“서촌은 내 고향이자 삶터이지요. 필운동에서 자라났으니까요.그런데 미국 유학과 일로 20여년 떠났다가 돌아오는 사이 어머니가 지켜온 300년 고택 한옥이 도로로 편입되는 바람에 일부가 남게 되었어요. 하는수 없이 집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 지은 게 더 소호지요 그 후 늘 마음 한구석에 한옥에 대한아쉬움과 그리움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글방을 구하려 나섰다 숨은 듯 자리한 스무평 남짓 작은 한옥을 발견했다. 온화한노부부가 ‘30년을 행복하게 산 집이어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말 한마디가 마음에 들어와 빚을 내어구했다. 경복궁 서쪽 인왕산 아래 자리한 서촌은 조선시대 이래 고즈넉한 선비 동네로, 북촌 못지않게 한옥이 많았으나 70~80년대 개발 바람을 타고 30평 가까이만 되어도 집장수들이 사들여 다세대 빌라 등으로 개축한 까닭에 자투리처럼 작은 한옥만 겨우 남아있다

 

2년여 전, 영화를 찍겠다고 해서 두어달 빌려주고는잊었어요. 영화 제목도 잘 입력되지 않아 볼 생각도 못 했고요. 그런데어느 날 신문에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옥과 제주도의 집이 명소로 소문이 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영화 <건축학개론>(오른쪽 사진)에서 대학 시절의 서연(배수지·왼쪽)과 승민(이제훈·오른쪽)이 빈 한옥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그러자 인터넷에 한옥 찾아가는 길이 나오고 수리를 다 하면 찻집을 한다는 둥 정작 주인도 모르는 소문이 떠돌았다.

뒤늦게 ‘건축학개론’ 영화를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을 떨구었다

“그 애련한 사랑을 말로 다 할 수는 없으나 그 집에서의 사랑의 추억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베로나를 문득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 뒤 어쩌다 글방에 들릴 때면 어느새 지나던 사람들이 뒤따라 들어와 탄성을 지르며 인증샷을 찍고 그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등 날이 갈수록놀라운 현상의 연속이었다. 지난 가을 ‘서촌 축제’ 때에는 4주연배우들의 사진과 함께 ‘건축학개론 찍은 곳’이라고 쓰여진 커다란 펼침막이 서촌 축제에 걸렸다

 

2003년 가신 뒤 오히려 주목받고 있는어머니 손호연 시인의 시심을 알리느라 일본과 미국을 오가는 분주한 일상에 쫓기어 정작 그 자신 세번 정도 밖에 묵어보지 못한 ‘글방’을 선뜻 대중에게공개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했다

대대적인 수리를 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다

 

예술공간 ‘더 소호’에서 문학관, 미술관, 국내최초 프렌치 레스토랑 겸 카페 등을 운영하며 불모지 같았던 서촌에서 17년 넘게 문화예술 행사를 해왔고어머니의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와 단가 정신을 세계로 알려온 게 20년입니다.

그런데 꾸며진 첫사랑 이야기 한 편에 대중들이 그처럼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서운하기도 하고 영화의 힘을 새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론 이 척박한 세상에 그런 사랑 하나그리며 가슴 설레어 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는 건 감동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때마침 문화 공연을 보여주는 카페를 하고 싶다는 예술인의 제안을 받은 그는 한옥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북촌처럼 상업화만 될 것이 아니라오밀조밀 골목길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고 인왕산 정기에 옛 조상들의 혼과 문향 예술향이 살아 넘치는 서울의 대표적인 품격 있는 마을로 오래오래보존되길 소망한다 세상이 여러번 바뀐다 해도 그런 마을 하나쯤 이 나라의 자존심으로 있어야 한다”는 시인만의 서울 한복판 서촌 사랑법이기도 하다

 

“언젠가 주연 배우 엄태웅씨와 일본 팬 미팅 요청을 들어주지 못한 것도 맘에 걸리는데 앞으로는 서촌의 문화예술공간으로 좋은 일이 많이있을 것입니다”

‘첫사랑’ 이미지에 맞게 연인들의 웨딩 프러포즈 장소를 비롯해 공연, 강연 시낭송, 음악회, 전시회 등 문화 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며평소에는 유기농 커피와 유기농 차들도 끓이고 있다   02 737 5432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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