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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 가슴 넓은 시로 아로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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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4.14 17:14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모녀 시인의 집                                                                                                  2014    3   31

  

       시사저널                                                                              

 

가슴 넓은 시로 아로새기는 ‘사랑과 평화

시인 어머니에 이어 인류애 전하는 시인 이승신

 

서울 종로구 필운동 90번지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이 건물 앞에는 ‘손호연 이승신 모녀 시인'의 집’과  ‘The SOHO’ 라는 팻말이 있다    내부 또한 예사롭지 않다

세월의 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과 소품들이 정겨운 모습으로 오순도순 서로를 배려하며 어우러져 있다.   오래된 장롱과 의자들 사이에  날렵한 붓글씨로 살포시 자리잡은 시구들이 눈에 들어 온다   이 시구들은 일본 시의 대표적 형태인 ‘단가 短歌’로 유명한 손호연 시인이  남긴  마음의 흔적들이다

갤러리 ‘더 소호’는 다양한 문화가 아름답게 공생하는 예술의 보고나 다름 없다.  피카소와 샤걀의 작품 그림이 걸려 있고 그 사이로 클래식 음악이 흐르며 감미롭고 아름다운 시가  읊어지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전시회, 음악회, 시 낭송회, 토크와 강연 등 문화 행사가 가득하고 <커피 프린스> 같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공간을 만들고 기획한 이는 손호연 시인의 딸인 이승신 시인이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모녀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배어 있는 이 공간에서 손호연 시인의 단가들은 딸의 지극한 어머니 사랑에 힘입어 여전히 큰 울림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손호연 시인의 명성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자자하다

1998년, 일왕이 주재하는 ‘신년어전가회’에 외국인으로는 처음 대가로 초청받았을 정도이다

63 년간 2000 편이 넘는 시를 남긴 손 시인의 단가를 관통하는 큰 줄기는 조국에 대한 사랑과 동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인간을 향한 뜨거운 염원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수상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그리고 외신 기자 회견에서 고이즈미 수상이 손 시인이 남긴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이 시 한수를 연설에 인용하며 한•일 우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고이즈미 수상이 손시인의 전기집과 시인 일생의 다큐멘타리를 보고 감동 받아 일어난 일이다. 한국에서 사랑과 평화의 정신을 시로 알려온 손 시인의 진정성 있는 노력은 한 일 양국 정부에서 각기 문화상을 받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정부 차원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시인으로 그 업적을 기리는 일은 현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본 아오모리 현에 세워진 그의 시비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진명여고를 졸업하고  마지막 황태자비인 방자여사가 일본 도쿄 제국여대로 유학을 보낸 손호연은 일본의 시성 詩聖인 사사키 노부츠나를 사사해  단가를 익혔다. 1400년 전 우리가 전해 준 단가 시가 우리에겐 없어지고  일본의 대가에게 배운 것이다   이후 <호연가집>과  5권으로 이어진 가집 <무궁화> 시리즈 등을 펴내며 단가의 명인으로 인정받는다

그의 시에는 일제 치하에  있던 모국에 대한 사랑과 모두가  함께 전쟁과 다툼 없이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절절히 스며있다  ‘국경과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나는 피우려네 무궁화 꽃을’  이 단가가 그런 마음의 절실함을 오롯이 전해준다

'손호연 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어머니의 시심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보존하고 있는 딸 이승신 시인은 ‘모전여전 母傳女傳’의 전형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어머니가 그러했듯 문화로, 외교로 인류애를 키우고 전하며 넓은 세상과 교류하고 있다.  미국에서 TV 앵커로도 활약했던 그는 시인•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번역가와 미술, 음악, 연극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펼치는 문화 예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오래 살아오고 모녀가 시를 지어 온 300여 년 된 고택이 길로 많이 잘려 나가고 문학관과 ‘갤러리 더 소호’가 되고 다양한 예술 장르의 접합을 통해 문화 각 분야에 사람들의 안목을 끌어올리는데 일찌기 기여해오고 있다  요즘 정부가 주창하는 ‘문화 융성’을 앞서 행동으로 옮겨온 셈이다

작가로서의 그의 활동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1 년 동일본 대지진 참사 당시 200 여 수의 시를 지어 상처받은 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했다. 지진과 쓰나미에 휩쓸린 지역의 참혹한 광경을 보며 순식간에 쏟아진  시가 일본 아사히, 산케이 신문에 나가고 현지에서 열렬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다 그것을 계기로 일본의 초청을 받아 피해 지역에서 강연과 시 낭독회를 열고 교류하며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그 때 시인과 함께 시를 읽은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는 이 시들은 교과서에 넣어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고 했고  양국의 많은 이들이 연설과 졸업 축사들에 이시인의 시를 인용하기도 한다

지난 해에 이어 3•11 대지진 참사 3주기를 맞은 이번 3월에도 그들은 이 시인을 초청했고 최대 피해지 일본 미야기 현 게센누마에서 그의 스피치와 시낭독회를 통해 그들은 감동을 받았고  한국의 진실된 마음을 고마워했다 

여러 면에서 틀어진 한•일 관계 속에 대참극을 당한 일본인들에게 인류애를 전한 것이다  촌철의 한 줄 시를 통한 문화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이시인은 “지금이야말로 손호연의 평화 정신이 우리에게 절실한 때”라고 했다   따뜻한 인류애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이승신 시인은 실제로 그 귀하고 격조 높은 어머니의 발자취를 밟아가고 있다

 

                                                       글 김재태   사진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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