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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 사랑과 평화의 정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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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27 19:21

손호연 단가 31자엔 사랑 평화의 정신이

                                          중앙일보  2013  11  26      


나카니시 스스무 전 일본 교토 예술대 총장과  이승신 시인이 

손호연 시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안성식 기자]

 

 

 “손호연의 시에는 국경을 뛰어넘는 사랑과 평화의 간절한 바램이 있습니다

이것이 인류의 미래를 열 것입니다”

나카니시 스스무 中西 進 전 교토예술대 총장은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시인 손호연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단가短歌 시인 손호연의 10주기 행사 참석차 하루 방한한 나카니시 총장을 지난 22일 서울 필운동 90  ‘손호연 시인의 집’에서 만났다

10주기 행사를 기획 준비한 시인의 장녀 이승신 시인이 자리를 함께 했다  

단가는 31음절에 느낌과 생각을 담아내는 시로 일본의 국시다

 

이 날 행사에서는 가야금 명인인 황병기 선생이 손호연 시인의 시 4수를 테마로 한 ‘호연사제’를 작곡하여 대금과 창과 북으로 초연 공연을 했고   

이승신 시인이 어머니 남기신 시 중에서 101수를 골라 한국어·일어·영어·프랑스어 4개국어로 번역한 『손호연 가집』을 발간, 헌정했다  

벳쇼 고로 일본대사, 최상용 전 주일대사, 다니엘 올리비에 프랑스 문화원장, 쟝 뚜쌩 프랑스 작가, 이승윤 전부총리, 최서면, 김동호 선생 등 300명이 참석했다

 

이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동경 유학에서 단가를 배운 어머니는 해방 후 단가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닌가로 반세기 이상을 고민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마라  일본을 흉내내지 말고 조선의 아름다움을 쓰라’던 시성 스승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켰고 국경을 넘어 인류애를 노래했다”고 회상했다

 

손시인은 63년 간 2000 수 이상의 단가를 지었으며 단가집 『호연가집』과  5권의 『무궁화』시집을 일본 대표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펴냈다   1997년 일본 아오모리현에 시인을 기리는 시비가 세워졌고 1998년에는 일본 천왕이 궁의 '가회시의 의'에 배청인 자격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나카니시 총장은 “1000년 전 일본 책에는 단가의 힘으로 남녀의 사랑이 싹트고 귀신도 단가의 힘으로 약해진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단가는 사랑의 힘을 노래합니다  그런 단가를 통해 손호연은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시인의 삶과 그가 남긴 시를 통해 사랑과 평화를 되새겨 볼 때입니다”라며 손호연 시인을 기렸다

 

나카니시 총장은 『만요슈(萬葉集)』연구와 아시아 문학 비교연구 등의 공로로 지난 3일 천왕에게 일본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 훈장은 세계 대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던 1935년  '문화의 힘'으로 전쟁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당시 일본 내 지식인들이 나서서 만든 것이다

 

『만요슈』는 일본의 가장 오래된 책으로 고대 시가를 담은 시집인데 약 4500여 수의 시가 담겨 있으며 이 중 4000여 수가 단가다   고작 31음절에 지은 이의 감정과 사상을 담는 단가의 특성 때문에 단순한 심정 표현이나 풍경의 묘사가 아닌  ‘핵심만을 담는’ 특징이 있다는 게 나카니시 총장의 설명이다 

“필요 없는 건 다 버리기 때문에 짧습니다  방법 자체는 쉽지요  그러나 무엇을 남길지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이 날 행사의 주제는 ‘손호연 시인 10주기에 생각하는 한·일 관계’  

최상용 전 주일대사는 “양국의 지도자는 손호연 선생의 평화 정신을 정치에 반영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신 시인은 “어머니가 살아계시다면 오늘의 한·일 관계를 바라보며 마음 아파하셨을 것입니다  이웃 나라끼리 어떻게 된 것인가 하며 더 강렬한 마음을 담아 단가를 지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나카니시 총장은 “각 나라가 자국만의 이익을 생각하면 평화는 오지 않는다”며  “전 지구적인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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