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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 이하원의 동서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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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16 20:26

조선일보

                                                                  2013  8  12

  

이하원의 동서남북

  


 
이하원 정치부 차장
 



이 기자께 

 

지난 10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케시마 (竹島·독도)를 방문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 해 현직 한국 대통령의 첫 다케시마 방문은 많은 일본인을 놀라게 했습니다. 2010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역시 영토 분쟁 중인 쿠릴 열도에 발을 디뎠을 때보다 훨씬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많은 일본인은 최근 일·한 간 긴장 고조의 시발점을 MB의 다케시마 방문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일본인들의 다케시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일본 내각부內閣府가 이달 초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알고 계시지요? 일본 정부가 일본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다케시마에 대해 처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에 큰 충격일 겁니다. 응답자의 63.1%가 "한국이 다케시마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더 놀란 것은 응답자의 94.5%가 다케시마를 알고 있다고 한 겁니다.  지난 2005년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할 때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입니다
 

 

일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임자의 대일 對日 정책을 추종追從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해 대선 당시 제기된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 논란을 우려해서 반일反日 정책을 쓴다고 이해하는 이도 많습니다. 한·중 관계가 순항順航 하기 때문에 굳이 일·한 관계 개선에 주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가 현해탄을 건너옵니다.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박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할 의지를 다시 내비쳤지만 싸늘한 반응만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일으킨 과거사 논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베 내각의 각료와 자민당 의원들이 종군위안부를 깎아내리는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적입니다. 아시아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 종군 위안부에 대한 정부 관여를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는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이 논란을 일으키는 정치인들과 일본 국민을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아베 내각의 모든 움직임을 '군국주의 부활'과 연결해 해석하는 것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한국인들이 알아야 할 것은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아베노믹스'로 경제가 살아난 것은 물론, 실추됐던 일본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고 말하는 이가 많습니다.  싫든 좋든 한국이 앞으로 몇 년간은 지난 달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일·한 관계가 좋지 않은 길을 걸을 때 그 피해자는 재일 한국인들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부 과격파가 주도하는 반한反韓 시위가 자칫 재일 한국인 100만명을 향하게 될 경우,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하거나 아베 총리를 초청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정상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 달 러시아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 G20  정상 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난다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어로 단가短歌를 일생 지었던 손호연孫戶姸 시인은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손호연 시인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곧 오기를 기원합니다 
 


                                                                    도쿄시 가스미가세키霞ケ関의 외무성에서 외교관 K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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