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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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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29 22:41


분수대 - 꽃이 지고 잎이 난다 꽃이 져야 잎이 난다

      


주말에 봄비가 흠뻑 내리는 통에 꽃들이 수난을 당했다. 더 꾸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화려하던 목련꽃

과 벚꽃들 태반이 고개를 떨구거나 땅바닥에 나뒹구는 신세가 됐다. 내일 전국적으로 비가 또 온다니 그나

마 남은 꽃들도 성하지 못할 것이다. 마음에는 안됐지만 계절은 이런 과정을 거쳐 바뀌는 것이다. 이승신

시인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라는 시구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김소연 시인은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라는 제목의 시 첫머리에서 한층 냉정하게 계절과 삶의 이치를

짚어낸다. ‘꽃이 지고 잎이 난다  꽃이 져서 잎이 난다  꽃이 져야 잎이 난다…’  대부분의 봄철 식물은

먼저 피운 꽃이 ‘지고’도 아니고 ‘져서’도 아니고 ‘져야’ 만 잎이 나고 열매를 맺는다는 통찰이다.

 지난 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 갔다가 가수 이은하의 신곡 재즈 음반 ‘My Song, My Jazz’ 을 처음 들

었다. 마침 가게 주인이 이은하의 골수 팬이었다 (7080 세대 치고 이은하 팬 아닌 사람이 있을까). 특유의

저음은 한없이 더 낮아졌고 예전에 한껏 내지르던 고음부는 부드럽게 절제됐다. 허스키한 샤우팅 창법으

로 각인된 이은하씨가 다른 장르도 아닌 재즈 가수로 변신한 것이다. 국내 재즈계 실력파들이 음반 작업에

대거 참여한 덕도 클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만 12살 때 너무 어리단 소리 들을까 봐 나이를 세 살 올

려 데뷔한 이은하다. 올 해로 데뷔 40년차. 1970~80년대 정상급 가수였다. 80년 11월 30일 신군부가 자행

한 방송통폐합으로 TBC 동양방송이 고별방송을 할 때 눈물 흘리며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을 불렀다가

정권의 미움을 사 3개월간 출연 정지를 당한 적도 있다.

 비 오던 주말, 이은하가 재즈로 부른 ‘봄비’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같은 명곡을 들으면서

가수와 세월의 관계를 새삼 다시 생각했다. 가수와 팬의 관계는 또 어떤가. 많은 동년배가 그렇듯 나도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낯설다. 부끄럽지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마지막 그룹이 ‘소방차’다. 1987년 데뷔했으니 이

젠 아이돌 아닌 노인돌이라 불릴 그룹이다. 몇 년 전에는 회사 후배에게 “‘세븐’이 몇 명이냐”고 물었다가

망신을 사기도 했다. 그래서 이은하 같은 친숙한 가수의 성공적인 변신이 더욱 반갑다. 그녀라고 지금 자리

에 오기까지 왜 풍상이 없었겠는가. ‘바람에 묻어 온 꽃잎처럼 날아 날아 여기까지 와버렸네요’ 라는 신곡

가사  ‘내 노래’ 가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꽃이 져야만 잎이 나듯 이은하도 가수

왕 시절을 까마득히 뒤로 하고 나서야 재즈를 만났다. 그녀를 앞으로도 오래도록 지켜 볼 작정이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중앙일보]                                              분수대 - 꽃이 지고 잎이 난다 아니, 꽃이 져야 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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