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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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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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1.09 23:47


                                                                                                                                        2013   10   31 

 

                                                                            오래된 나무 

 


NHK TV 에서 일본에 건물을 지으며 4그루의 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까지 바꾼 건축가의 이야기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나는 오래된 나무를 좋아한다 

세월이 가서 굵어진 그 아름드리 나무를 보면 기분이 참 좋다

 

미국에서 살던 뉴욕 오스위고 마을 어귀와 오스위고 강가의 굵은 나무  발티모어에서의 정든 나무들

와싱톤 베데스다 집에서 내다보이던 둥치 큰 나무들과 길 양쪽으로 터널을 이룬 나무들이 눈에 선하다

샌프란시스코 근처의 수 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군들은 대단한 관광지이며 하와이 호놀룰루 호텔 앞 바닷가의 커다란 반얀추리는 옆 넓이 만도 여러 미터여서 사진에 담기도 어려운 장관이다

 

 

 

일본 교토 근처 고야산에는 2 천년도 넘는 나무가 수 없이 모여 있다

 

어려서 초중고를 지금의 필운동 집에서 걸어 가는데 도시락까지 넣은 무거운 가방을 한쪽 어깨를 기울이며 걷다가 사직 공원 대문에 올 즈음이면 바로 옆 키가 크진 않으나 오백년은 족히 넘었을 고목이 있어 손으로 만지며 점찍고 지나갔었다

서울에 와서 그것부터 확인했는데 속이 좀 비어 시멘트를 거기에 부어 넣었고 얼마 후엔 자취없이 사라져 버려 정말 안타까웠다   그는 매일 아침 점찍는 나의 일기를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공원의 나란히 서 있는 3그루 키 큰 플라타나스에 마음을 두었는데 그 중 백년이 넘었을 한그루가 얼마 전 베어져 너무 속이 상해 쓴 글에 많은 반응이 있었고 구청 시청의 직원들도 연락이 왔다

벌레가 먹었고 그러다 쓰러지면 누가 다치면 안되겠고 ~ 변명을 했다

 

일본 대재난에 이와테현 바닷가 7만그루의 소나무가 뿌리에 소금기가 들어가 쓰러지고 단 한 그루가 살아 남아 '기적의 소나무' 라 했는데 그것마저 가자 당국이 희망의 상징으로 남기기 위해 영구 보존 처리를 위한 엄청난 노력으로 살려 내었다

그런 이야기 해봐야 못알아 들을 테니 나는 그저 수화기를 놓아 버렸다 

 

청운동에 역사와 전통의 경복 고등학교가 있다

집에서 가깝고 인연 있는 분 중에 거기를 나온 분들이 있는데도 가 본 적이 없었다

하루는 다니던 교회가 멀어 근처 걷는 거리가 좋겠다는 생각에 여기저기 가 보다 간 데가 그 학교 바로 옆집이었다

예배 후 주차한 학교엘 들어 갔는데 운동장 끝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북악산이 하늘을 떠받치고 학교와 나를 압도했다   놀라 그 산 앞으로 조심조심 다가가니 거기에 먼데선 작게 보였던 플라타나스가 족히 20 미터는 되는 키에 3사람이 두 팔을 벌려야 감을 수 있는 둥치로 내 앞에 선다

그렇게 그를 만난 것이 11년 전이다 

  

안드레라고 내가 붙인 이름의 큰 나무를 만지고 등을 기대고 말 없는 소리로 이야기 하면 수 많은 나무잎의 흔들림으로 빛으로 정겹게 답을 한다

그 아래에 서면 내 머리를 쓰다듬고 품에 안는 듯 하여 말이 전혀 안되는 일이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어찌어찌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살짝 든다

 

보통은 예배에서 젊고 목소리 짱짱한 프로 솔로가 나와 찬양을 하는데 오늘은 왠일인지 오래된 70은 족히 되었을 두 남성이 바로 내 앞에 서서 코라스와 함께 두엣을  한다

박영일 회장 (60년대 7 공자로 소문났던 그는 '별들의 고향' 배우 안인숙과 결혼했고 와싱톤 죠지타운 대학 나의 선배이기도 하다) 과 손명원 회장 (손원일 초대 해군제독의 아들이며  홍정욱 의원의 장인) 이다

 

 

'내 마음의 모든 슬픔 내려 놓기 원하네  주님 앞에 ~ "  곡과 가사와 그들의 굴곡진 인생을 좀 알기에 그 넉넉한 노래에 가슴이 저미어 눈물이 났다

 

다하고 운동장 깊숙이에 있는 플라타나스에게로 갔다

햇빛이 기분 좋은 파란 가을 날, 아직은 살짝만 누래진 수도 없이 많은 잎을 안드레는 내게 또 춤추듯 흔들었고 나는 두 팔로 그를 안으며 오래된 두 남자가 전해준 감동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서울에는 오래된 나무가 적다

내가 기대고 나를 언제나 반기는 이 나무가 그래서도 오래오래 이 자리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

이렇게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려면 인간 수명의 몇 배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 이런 세월의 흔적을 하루 아침에 베어버리는 일은 제발 그만하고 애정으로 쓰다듬고 보살펴야 하겠다

 

그 애정을 되받으려면

                                                                         

 

 


 경복고에 있는 플라타나스   2013 3월,  봄엔 가지가 흉하게 잘린다

 

  
  교토 근처 고야산 위 수령 2000년이 넘게 무리지어 있는 나무군  -  2010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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