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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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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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15 23:40

 


                                                                                     2013    10   5

                                                                        

부 고  Obituary 

 

 

지난 9.11에 맨하탄에서 갑자기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그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에 입을 가져다 댄 사진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

아무 말이 필요 없다

그 사진 한장이 말을 넘은 말을 해준다

 

얼마 전 자신의 부고 기사를 직접 쓰고 간  61세의 미국 여성 작가 제인 로터도 그랬다

남은 가족은 물론, 만난 적도 없고 그 삶의 어느 부분도 모르는 사람이 그 글의 일부를 보고도 눈에 눈물이 맺혔다

 

"Bob   당신을 하늘만큼 사랑해

딸아 아들아  인생길을 가다 보면 장애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 장애물 자체가 곧 길이라는 걸 잊지 마"

남기고 가는 이에게 한 말이 세계를 울렸다

 

진실된 글의 힘은 세다

그것이 삶과 사死의 진솔한 마음을 담은 글이면 더하다

천개의 말을 대변하는 사진도 그렇다

 

오는 11월 22일 시인 어머니 10주기에 맞추어 행사와 그 날 나오는 '손호연 시집'을 4 나라 언어로 바꾸어 내는 일로 몇 십년 만에 가장 더웠다는 여름,  땀을 좀 흘리다 어느 새 나도 모르게 가을이 왔다

 

많은 작품들 중에 고르는 작업 자체도 쉽지 않지만 버릴 수 없는 가슴 미어지는 주옥 같은 시를 버리며 굵은 땀보다 눈물을 더 흘렸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야하는 제인 로터의 심정과 아주 잘난 아들만 들어갈 수 있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와해에 세워진 동판에 아들 대신 차가운 철에다 대고 입을 맞추는 아버지의 심정이 가슴에 더 닿아 왔는지 모른다

 

 

 

               서로 같은 조상을 가졌으면서

               총검을 들고 섰네 삼팔선을 경계 삼아

 

 

 

               한번만이라도 그대여 눈 떠봐요

               분묘 앞 한없이 펼쳐진 황금 들판

  

 

 

               분단의 조국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가는 인생 쉽지만은 않구나

 

 

 

               막상 닥치고 보면 남길 말도 떠오르지 않아

               형제야 자매야 사이좋게 지내거라

 

 

   

               이승에서  영원히 사라진 이름

               넋 잃고 들여다보네 한 통의 제적등본

 

 

 

  

죽음 앞에서 의연함과 품위로 자신의 '부고'를 한 줄의 시로 어머니는 이렇게 읊었다 

가시고 10년이 되어서야 그 마음을  나는 조금씩 조금씩 헤아려 간 

 

 

 

 


2001년 아들 이름이 새겨진 동판에 입을 맞추는 김평겸 한인 유족회 회장 아버지 - 201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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