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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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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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5 16:34



                                                                                                                        2013   8   17

 

복 날 

 

  

오래 살아 온 필운동 집을 마주하는 골목으로 언덕길을 내려가면 효자동 대로 입구에 토속촌이라는 유명한 삼계탕 집이 있다

 

나사렛 예수도 그 마을에선 처음에 거들떠 보지 않았다는데 자기 동네를 대단하게 보지 않는 습성은 거기에도 해당되어 여러 해 그냥 보고 지나쳤었다

 

그러다 어느 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처음한 것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 30 인을 그리 초청하여 신발 벗고 바닥에 모여 앉은 기사가 눈에 들어 와 새삼 바라보니 주변 한옥들과 주차장을 계속 사들이고 안에 천여 명 차고도 밖에 선 줄이 꼬리를 이었다

 

계절이 따로 없다
여름은 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연중 그 줄은 매우 길다
나는 찜통 더위에 까만 우산을 받쳐 쓰고 늘어선 긴 줄을 지나야  그 앞서 차를 탄다

올 여름은 유난히 더 찌는 날이다  줄이 늘 길어서 동네 사람들은 거기에 설 생각도 못한다  33도가 넘는 더위에도 일요일 오후마다 오르는 북한산을 내려와 한 분이 생일이라고 10명을 그 집으로 초대했다 

  

 매일 바라만 보는 그 줄에 한시간 넘어를 땡볕에 등산 짐 지고 섰다가 자리를 잡았다

 

 방방이 홀도 많은데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만오천원 삼계탕 한그룻에 만족한 얼굴이다 

매일 일본인만 한 이천명이 오고 요즘은 중국인도 많다  복날은 이만 그릇을 비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가끔 옆에 앉은 일본인들에게 물어 보기도 했다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여행사에서 개인으로 비행기 티켓을 사면서 물으면 토속촌에 꼭 가보라고 했다고 한다  밤에 문을 닫은 후에도 그 앞에서 서성이는 일본 커플의 사진을 찍어 준 적도 여러 번이다 

 

 지난 해 옆 자리의 홍콩 사람도 서울에 오면 매번 토속촌을 찾는다고 했다 

조선족 직원들로 서비스나 대화를 나눌 틈도 없고 모두 자리 비워주기에 바쁜 게 볼수록 신기하다

 

 두어 달 전 그 앞 찻집에 앉아 있는데 멀리서 나를 알아 본 토속촌 주인이 들어온다 

그는 주로 제주도에 있어서 10년 만이다  대체 사람들이 저리 매일 꼬이는 비법이 뭐냐 하니  1년에 세금을 30 억도 더 낸다는  그가 30 년 전 막막했던 시절 무조건 빈 손으로 일본에 가서 바닥부터 돌았다는 고생담을 길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듯 여행사건 가이드건 돈을 따로 주는 적은 없다고 했다 

철야를 해도 모자랄 몸에서 우러나온 그 성공담을 나는 3시간 듣다 나와야 했다

 

 한 남자의 일생에 걸친 집념으로 많은 이들이 땡볕과 한겨울 영하 15도에 아무 불평 없이 긴 줄에 서게된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더위를 세 복으로 쪼개어

                 의미를 둔 선조의 지혜를 생각하며

                 한 사내의 집념이 녹아든

                 삼계탕 한 그릇을

                 공손히 대하다

 

                  말복

 

 

 

   

 

 


                    인삼 뿌리 하나 대추 밤  갖은 양념에 그들의 농장에서 키운 닭으로 끓인 토속촌 삼계탕 

 

한 그릇 날라다 주는 이외 아무 서비스도 없는 그 곳에 아무도 불평 없이 한자리 얻기만을 바라는 모습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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