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본문

세그루

  • 비추천 0
  • 추천 0
  • 2013.08.25 16:24
이승신의  컬쳐에세이                                                   2013  7  3

                                                                                             


하트 모양의 세그루 플라타나스 그리고 어느 날 사라져 버린 오른편의 나무   -  2013  7   1 

  

세 그 루 

 

  

집 가까이에 사직공원이 있다

필운동에 살아온 지 수 십년이 되었으니 사직공원에 가기 시작한 것도 같은 햇수가 된다

어려서 덕수 국민학교 6년 이화여중고 6년을 매일 아침 사직공원을 지나서 내려갔고 그 공원에서는 저녁에 흑백 영화를 틀어 동네 사람들이 모여 같이 보기도 했었다 

 

집 뒤 배화여대를 가로지르면 나오는 인왕산 중턱과 함께 내가 산책을 하는 곳이 이 공원이다

 

전과 많이 달라진 것이 대문 바로 옆 500여 년은 됨직한 큰 고목이 사라져버려 어려서 아침마다 그 나무에 손을 대고 학교로 갔었던 장면을 떠올리며 허전해 한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 사직단이 생겼고 좀 더 들어가면 배구나 족구를 하는 운동장이 있으며 그 끝으머리에 신사임당 동상과 이율곡 동상이 높이 서 있다

 

이 마을이나 공원과는 관계 없는 분들이나 빼어난 다재다능함과 효녀요 현모인 한국의 대표적 여성이요 율곡은 두말 할 것도 없는 대표적 유학자로 몇 종 되지 않는 우리의 화폐에 어떻게 두 모자가 나란히 그려져 있을까 신기해 하며 그 주위를 우러르며 걷는다

 

엄청 크게 느껴졌던 공원이 미국 생활 후 작게만 느껴지는데 내가 거기에서 기중 마음을 두는 것은 운동장 우측에 나란히 서 있는 한아름이 훨씬 넘고 키도 20 여 미터가 넘는 세 그루의 플라타나스 나무이다

 

겨울의 앙상한 가지도 보기 좋고 지금 같은 여름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무성한 잎 전체가 사랑스런 하트가 그려져 미소를 짓게 되고 껴안아 주고 싶어지기도 하다   그들이 자라며 바라보았을 역사를 생각하며 '세그루' 라는 시도 지었었다

 

그러던 지난  늦가을 날

저녁에 들어 갔다 너무나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멀쩡했던 세그루 중 우측의 두사람이 팔을 벌려야 안을만큼  너비가 제일 큰 나무가 뎅강 잘려져 있고 그 위에 국화꽃 화분을 둘러 놓은 것이다

 

나는 너무나 놀라 주위를 돌아 보았다

토할 것만 같았다

내 고향 서울에 이런 일이 이루 다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부지기수이지만 이번엔 정말 분노했으며 다시는 이 공원에 안가겠다고 결심을 했다

 

긴 겨울이 지나갔고 최근 다시 발길을 그리 돌렸다

여전히 80여 cm 로 잘린 그루터기가 거기에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 때나 지금이나 수 많은 사람이 거길 지나지만 아무도 놀라지도 분노하지도 않는다는 거였다

 

일본은 대지진에 죽은 소나무 한그루까지 엄청난 노력으로 살리는데 우리는 백년이 넘을만한 나무를 그렇게 베어 버리다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두 눈으로 그리고 내 마음의 눈으로 오랜 세월 보았던 세그루의 나무가 두그루로 된 것을 슬퍼하며 사라진 한그루의 생명을 가슴에 새긴다

 


                 


 세그루의 나무와   그 왼편에  신사임당의 동상    더 왼쪽에 율곡 동상이 있다


 

추천 0 비추천 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다음요즘 싸이공감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댓글목록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