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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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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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5 16:19

 

 



                                                 2013   6   26

 

구름의 역사

 

 

내가 초등학교도 가기 전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들은 드라마 '눈이 내리는데'의 한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남자가 여자에게 반지를 끼워주며 그간 너무 야위어 반지가 헐렁거리네요~ 하고 울먹이듯 감미롭게 말하고는 둘이 눈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영상이 아닌데도 눈에 환히 보이는 듯 하다

같은 이름의 주제곡은 지금도 나의 18번 중 하나이다

 

 

그것이 한운사의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겨우 몇 해 전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라디오 TV 드라마 영화 소설 등 그가 히트친 작품은 100여 편이나 된다

이 생명 다하도록 아로운 시리즈인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은 말이 없다 승자와 패자, 남과 북 빨간 마후라 서울이여 안녕 아낌없이 주련다 나루터 3대 ~

 

 

시대와 세상과 인간에게 따스한 눈길을 주고 사람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작품을 통해 생각하게 해 주던 한운사 작가의 기념관이 충청도 괴산 그의 생가터에 세워진 것이다

들어서면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남과 북의 주제가가 듣는 이의 기슴을 파고들고 수 없이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의 작품 연보와 사람 키보다 높이 쌓여 있는 모든 친필 원고와 유품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방송계 인사로는 처음으로 세워진 기념관이다

시대를 풍미한 한국 1세대 TV 드라마 작가의 모든 작품과 그의 집필의 삶을 보여줌은 물론 그를 탄생시킨 고향 괴산의 문화적 면모를 볼 수 있어 기쁜 일이다

 

 

그의 만년이 되어서야 나는 그를 세 번 만날 수 있었다

손호연 시인 어머니의 전기집을 쓴 일본 작가와 시인의 집에서 뵈었고 다음은 2008년 어머니 5주기 행사를 다 하자 그 때 손호연의 시를 낭송했던 박정자 연극배우가 어머, 뒤에 한운사 선생이 계시네요 ~ 하여 초청을 안한 나도 놀랐고 그리고는 최창봉 mbc 사장님과 그 후 점심을 함께 했다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시스트라는 분이 보자마자 내 허리를 꾸욱 찌르며 연애하고 싶다~ 고 하여 이건 무슨 소리인가 ~ 하며 멈칫하는데 그 분의 앞뒤 말을 귀기울여 들어보니 어머니 전기집을 보시고 깊이 감동하여 그 손호연과 연애하고 싶다는 뜻인 듯 했다

 

 

순수가 서로 통하는 것인가 감사했고 같은 해 태어나신 두 분이 만나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었다

힘이 있을 때 어머니의 일생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얼마 안되어 2009년 8월에 가셨다

많은 대화를 못한 것이 아쉽지만 남기신 수 많은 작품에 그는 살아 숨 쉴 것이다

 

 

말년을 매일 같이 한 최서면 선생, 거의 일생 옆 집에 살고 mbc를 통해 드라마로 함께 한 최창봉선생 그리고 한운사 선생이 시나리오 작가로 뽑아 거의 일생을 후배 작가로 함께 하고 그 역시 수많은 드라마 작품을 쓴 신봉승 작가, 세 분은 그의 인간미와 다른 작가와는 다른 스케일을 이야기했다

 

 

작품 안에 나라와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것을 넘어선 휴머니즘과 로맨티시즘이 넘치는 매력적인 인간상을 그려 한 시대 국민을 홀리게 한 작가요 따뜻한 인간을 세 번 잠시만 뵌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눈이 내리는데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은 말이 없다

   아낌없이 주련다

   빨간 마후라

   남과 북

 

 

   인생과 인간의 길을 물었다

   혼을 불어 넣은 자신의 역사가

   온 민족의 역사였다

 

   왜소한 인간이 질러 갈 수 밖에 없는

   한 시대의 역사를

   가슴으로 울어야 했다

   

 

   韓 雲 史

   그 구름의 역사

 

 

 

 

 

 

 


 


한 시대에 선풍을 일으킨 한운사 선생의  라디오 TV 드라마와 영화의 시나리오 친필 원고들


신봉승 작가  최창봉 mbc 사장  최서면 선생  -  2013  6  14  충북 괴산


4형제 중 아버지 한운사의 모습을 많이 닮은 셋째 아들 한중원님  오른편 뒤는 그와 쌍둥이인 도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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