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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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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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5 16:07

 

        교토의 묘신지 정원
                                                                                                            2013   4   25  
 
                                                                        위로처럼
 
긴 겨울이었다 
4월 말로 향하는데 아직도 찬기가 있으니 지난 여름 그리도 더워 어서 지나갔으면 하고 간절히 기다렸던 게 이 긴 추위였던가
거기에 침체된 경기와 시도 때도 없는 북의 협박성 글로벌 뉴스 그리고 각자 감당해야 하는 고뇌까지 생각하면 실로 그 냉기는 길고도 길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꽃구경을 맞이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러나 늘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듯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럴 때 떠오르는 어머니의 시
 
앞으로 십 년을 더 살아도 꽃구경 열 번 밖에 더 보지 못하겠네 
後十年生きるとしても櫻花ただ花見とならむ
 
 
이 시를 짓고서 꽃구경 두 번을 하고 어머니는 가셨다
열 번도 기막힌데 이 땅의 꽃을 두 번 만 더 보신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어떠함에도 꽃구경을 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교토의 독자들 모임에 가기로 하고 예술로도 빚을 수 없는 고다이지高臺志의 그 한그루 벚나무의 노고를 보아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보니 지난 해 같은 때 보았던 교토의 벚꽃은 이번엔 1주일을 일찍 피어 다 져버렸다 
꽃이 지고 잎이 다 나와 버려 실망이 되었으나 수없이 많은 중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는 꽃이 어딘가에 꼭 있을 거야 하고 마음을 돌렸다
 
 
늘 머무는 고다이지 앞에 방이 없어 좀 떨어진 고성 앞에 짐을 풀었다
그리고 꽃이 있을 만한 곳들부터 갔는데 역시 다 진 후였다
다시 아침을 들고 길 건너 고성으로 갔다
 
교토가 일본의 도읍이었을 때 천왕의 궁으로 어마어마하게 넓고 시민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기대를 안하고 갔는데 왠일인가
깊숙이 걸어 들어가니 아직 지지않은 한무더기 꽃이 있었다
길게 늘어진 수양버들 벚꽃 시다레자쿠라가 바람에 살랑살랑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와아 이 진분홍 빛 물감은 어디로부터 내린 것일까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을 늘 가엾어 했다 
그러나 그 긴 수많은 가지들로 마음껏 춤추는 모습은 너무나 자유로운 움직임이었다
 
몇몇 관람객들이 찬사를 보낸다 
감탄사가 쏟아지고 그것이 공기를 통해 내 귀에 들려오는 것이 그를 더 아름답게 한다
그 중 한그루가 눈에 돋보인다
20 여미터의 키에 폭도 15 미터 이상이 되는 폭 넓게 땅끝까지 댄싱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수백만송이 아니 수억이 넘을 듯한 진한 핑크의 생명이 신비롭다
 
지난 해 꽃잎을 다 떨구고 우리는 그를 완전히 잊었는데 그는 다시 반복하여 그 생명 작업을 쉼없이 해왔고 지금 이렇게 내 앞에 그 생명의 빛을 찬란히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위대한 작품을 보아주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보고 또 보고 기억 속에 담뿍 넣어도 얼마 안가 우리는 다시 또 그를 잊을 것이다 
발길을 돌려 나오며 아쉬워 아쉬워 뒤돌아 보니 그제서야 문득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모두가 그리고 나도 핑크빛 폭포로 쏟아져 내리는 그 화려하고 빛나는 꽃잎들만 바라다 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꽃잎 저 끝 잘 안보이는 곳에 그 꽃을 피워 올린 시커먼 나무 기둥이 있었고 온 몸이 상처투성이로 몸체가 여기저기 터져 있었다. 그렇게 억만송이의 위대한 작품을 힘을 다해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우리에게만 긴 겨울이 있었던게 아니었구나
전혀 핑크빛이 아닌 몸통과 몸 속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꽃송이를 무리로 피워내려 그렇게 참고
그렇게 기다리고 그렇게도 희생을 한 거였구나
애처러우나 가슴 뭉클한 위대한 모습이었다
 
나는 도로 달려가 그를 꼭 안아 주었다 
 
모두들 황홀한 분홍 꽃잎만 보고 있었다  
 
 

  고요히 물 위에 떠있기 위해 
  쉼없이 발을 젓는 오리처럼 
  거기에 수 없는 꽃송이 
  분홍빛 별로 피워 유유히 춤을 추고 있었다
 
  상처난 몸체로 
  흙속에 발을 묻고
  위로처럼 그렇게 서 있었다
 
  벚꽃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어디에서 풀어 놓은 눈부신 진홍빛 물감인가 이 꽃, 그 원산지는 제주도

그것은 핑크빛 폭포로 꿈의 솜사탕으로 쏟아져 내린다 정겨운 눈길 한 번 받으려
 
꽃구경 겨우 두 번을 더 보시고 가신 어머니의 스카프를 꿈같이 두르며 함께 바라다보는 그 따스함
 
교토엔 분홍빛만 아니라 이런 연두빛 벚꽃도 황색도 붉은 빛 벚꽃도 있다. 기요미즈데라 오르는 길목

위대한 작품으로 탄생시키며 뒷전에 수줍게 있어 보이지 않는 상처투성이인 우편의 애처로운
생명의 본체가 위로처럼 희생처럼 시인의 눈에 들어오다  -  교토  201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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