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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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소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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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11 22:12

 


 

 


아라시야마의 수이란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교토 단풍 이야기

                                                                     

                                                                  2023 2 2


어느 새 2월이 되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12월 말이 되어가도록 아름답던 교토 단풍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 장면을 잊지 못해 사진 몇 장을 보이려 합니다. 

동경과 교토의 정든 곳들이 팬데믹으로 사라져 섭섭했습니다. 
그러나 자연 만은 그대로여 안심입니다.

가을 풍경이 좋은 많은 곳 중에 가이드 북과 인터넷 서치 없이 순전히 발품으로 내가 꼽은 곳은 한 30여 군데가 됩니다. 그 중 쇼렝잉 키타노덴망구 난젠지 루리코잉 아라시야마의 수이란, 이번에는 이렇게 만 봅니다.

쇼렝잉몬제키青蓮院門跡.
몬제키 란 말이 붙은 곳은 천왕이 한때 살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천 살 가까운 다섯 그루 거목이 쇼렝잉 안팎에 천연기념물로 우뚝 서있습니다. 그걸 올려다보며 안으로 들어서면, 천왕과 이름 높은 작가의 단가 시 한 수와 초상이 36점 액자로 천정 가까이 보이는 방이 나옵니다. 

조금 더 들어가 밖으로 탁 트인 너른 방은 천왕이 시를 짓던 곳인데, 그 끄트머리 마루에 앉으면 눈앞에 정원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왜 교토?' 책 표지에도 나오고 사진이나 영상으로도 찍었지만 실제로 보는 색과 형태 그 분위기의 고급진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는 없습니다.





키타노덴망구北野天滿宮는 학습과 공부의 신으로 알려진 분을 모시는 곳이어 부모가 1살 3살 5살 된 자녀를 전통 일본 의상을 입혀 그곳으로 데려가기도 합니다. 
입장료를 내고 좌측으로 들어가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해 더 예쁜 새빨간 단풍을 보며 걷다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게 되는데 거기엔 시냇물이 흐르고 교토의 범위를 구획 지으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400여 년 전 돌담을 촘촘히 쌓은 게 보입니다. 물 따라 양 켠으로 이어지는 단풍이 그런 것과 어우러져 장관입니다.
가을이면 한 번 꼭 보아야 할 광경입니다.



키다노덴망구

교토의 명소들은 가을이면 서로 자기네가 최고라 하는데, 그 중 하나로 에이칸도 사원을 가곤 했는데 그리 발을 옮기니 입구에 줄을 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그런 걸 한다는 건 슬픈 일이어 발길을 돌립니다.
                                
바로 옆인 난젠지를 향합니다.
두 곳 다 대단히 큰 사원으로 특징은 다르나 우아한 뒷산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곳입니다. 난젠지는 거대한 초입 대문과 기둥이 대단하고 단풍 길 입구에는 옛 단가가 새겨진 이끼 낀 시비가 눈길을 끕니다.

그 안에는 무엇보다 로마식 수도교로 지은 수로각이 붉은 벽돌로 높이 서 있습니다. 경건한 경내에 스케일 크고 웅장한 서양 구조물이 특이해 그걸 배경으로 사진들을 찍습니다. 계단을 오르면 일본 최대 호수 비와코에서 끌어오는 물이 그 수로로 줄기차게 흐릅니다. 옛부터 교토 시민에게 공급되는 물입니다. 



1890년 벽돌로 지은 다리 수로각 (스이로가쿠)  -  난젠지


그 외에도 미술 전시관과 여러 정원이 각각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데 보호 차 열지 않기도 합니다. 천수암天授庵이 공개되어 있었습니다. 가을 연못이 환상입니다. 한때 화가 모네의 정원 지베르니가 좋다고 파리에서 꽤 떨어졌는데도 몇 번을 찾아가곤 했습니다. 특징이 달라 비교하기는 그러하나 영적인 아름다운 흐름이 있어 천수암 연못이 더 상급으로 느껴집니다. 



난젠지 입구


난젠지의 천수암 연못


루리코잉瑠璃光院 은 살던 데서 전차로 20분 가까이 가야 해 시내를 기준으로 하면 약간은 먼 편인데 겨우 몇 군데 뽑은 거에 넣은 것은 볼 때마다 그 풍광에 감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친구 둘이 내가 있을 때 온다고 먼 길을 서둘러 며칠 와서 보인 곳이기도 합니다.

북부 히에이 산 쪽이어 잎이 좀 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감동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중국 사람들이 몰려와 아담한 아래 위층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고즈넉한 이층 다다미에 앉아 내다보는 풍경과 옛 일본 건축의 부드러운 조화가 우아하고 아름다워 자연에도 격이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교토 책 4권을 쓰고 만드느라 힘겨워 다시는 그걸 안 쓴다는 마음인데 만에 하나 다시 쓰게 된다면 그건 '루리코잉의 가을' 을 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를 갈아타느라 고생한 친구들이 '와 여한이 없다~ '고 합니다.
 


지고 있어도 아름다운 루리코잉의 일부



루리코잉 입구

교토엘 가면 한 30분 걸리는 아라시야마嵐山를 가게 됩니다. 허나 이번은 신간을 나누는 일정으로 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동지사 동기생으로 일본 교회 목사가 된 이진철 목사님이 갑자기 나타나 그리로 데려다 줍니다. 지름길로 달리니 가는 길도 근사하고 시간이 짧게 걸렸습니다. 오래 전 귀족들 별장이 있던 마을로 가츠라 강과 그걸 건너는 도케츠교渡月橋와 산이 어우러진 풍광이 빼어나 어느 계절이나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지요.



  아라시야마의 도케츠교渡月橋


'왜 교토?' 에 그 이야기가 나오는 산을 마주 하는 가츠라 강가의 수이란 호텔.
예약 없이는 입구 문도 못 들어갔었는데 책을 보여서인가 반기며 들여보내 줍니다. 입구에 'A Luxury Collection Hotel' 이라 쓰여 있고 세계적 호텔 잡지에 '가장 전망 좋은 Top View' 로 꼽히는 곳입니다. 과연 대단한 View 입니다.
 
서울은 영하라는데 12월 말이 되어가도 지지 않는 애기 손만 같은 잎이 이게 진짠가 싶게 눈이 부시어 2월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글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수이란  -  교토 아라시야마 2022 12 



사람들이 묻습니다. 교토는 어디가 제일로 좋은가?
그걸 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를 보면 이게 일등 같고 저기를 가면 거기가 최고만 같아 한참을 생각하게 됩니다.

롯데관광에서 '이승신과 함께 하는 교토 여정' 을 기획해 간 적이 있습니다. 12 곳을 골라 보인 후 물었습니다.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드냐고. 다 너무 좋다며 망서리다 각기 다른 곳을 꼽았습니다. 

세계적 Top 기업인 Apple 창립자 Steve Jobs는 부를 과시하는 덴 마음이 없고 오로지 장인들 세련된 제품을 경험하여 아름다운 제품을 세상에 내놓은 데만 관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기업가와의 차별은 그의 탁월한 안목 심미안인데 그런 궁극의 경험이 결국 그가 방문한 교토의 정원 등 일본 문화에 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다음 계절 보시기를 바래어 잃었다 돌아온 폰 속의 사진 몇 컷을 이렇게 보입니다.

 

인간이 지은 건 사라졌어도

신의 손길 닿은 건 여전해


보이지 못한 3년이 애처로워

살랑이는 그 손짓에 마음마저 물드는


천 년 고도古都의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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