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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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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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5 14:10
 
   이승신의  시가  있는  컬쳐  에세이       
 
                                                                                                 2012   5   17


  고 다 이 지

         벚꽃 피어 있으면
                  못 보았을
                  꽃잎 깔린 길

                  어느 순간에나 아름다움이 있네
 
 
 
 
벌써 신록이 나오고 있지만 4월에 본 교토의 벚꽃 인상이 강렬해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네요
 
벚꽃이라면 제주가 발원지라는데 이제 우리나라에도 전국 어디에나 많이
있어 익숙해졌고 저의 필운동 집 바로 앞에도 이번 4월에 시에서 두 그루
의 어린 벚나무를 낯설게 심었습니다
 
와싱톤에 오래 살면서 그 유명한 제퍼슨 메모리얼 앞 포토맥 강가에 일본이
보내어 오래 전 심기 시작한 6천여 그루의 멋진 벚꽃을 매 봄 인파에 섞여
보았고 제가 살던 동네 베데스다는 벚꽃 가로수 길이 대단해 수 많은 사람들
이 몰려 오는 것을 경찰이 통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봄날 교토에 가게 되었습니다

교토는 우리의 백제가 멸하고 백제인 거의 전부가 1400여 년 전 일본에 건너 간
것이 교토 나라 아스카 오사카 지역이어서인가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일본의 유서 깊은 천년 도읍지로 부근에 궁과 절이 2천 여개가 된다고 합니다

거기서 벚꽃을 보게 되었는데 그 조화가 말로 다 할 수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비행기로 1시간 20분인 이 짧은 거리를 긴 겨울이 다한 봄에 보아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생각일 뿐 일상을 무토막처럼 자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더욱이
그 짧은 며칠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늘 덜 피었거나 진 후인데 이번에 제 강연으로 간 날이 4월 14일.
지고 있어도 아름다웠습니다
 
그 많은 중 몇 군데를 꼭 추천하고 싶은데 그 중에도 한 군데를 꼽으라면 그것은제가 머문 집 앞의 ‘고다이지’ 高臺寺라는 곳일 것입니다. ‘네네노 미치’라는 길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그 부인인 네네가 지어 17년을 그를 위해 기도하다 간 집으로 정원 예술의 극치라는 교토에서도 참으로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장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밤 조명에 들어가니 고요한 밤인데 수 많은 사람들이 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아 딱 한 그루의 벚나무를 바라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듯 했습니다
늘어진 한 그루의 벚꽃도 살랑이는 바람 결도 거기에 앉은 단아한 모습들도 다
신비로웠습니다
 
오랜만의 이 봄에 다시 바라보는 그 한 그루의 벗나무
 
그것을 창조한 손길과 다듬은 손길의 조화는 여전히 예술의 극치라는 생각
이 듭니다. 거기다 우리 선조의 숨결이 배어 있는 듯 다소곳한 집 몇 채
와 정원의 조화 그리고 혹한의 긴 겨울을 거치고 마침내 찬란한 빛과 마주
하고야마는 깊어진 인간의 눈길까지 합한다면 무슨 어휘로 그것을 더 표현
할 수 있을까요
 
그 때에 맞추어 보실 수 있었으면 해서‘고다이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홀로 보기 아깝고
                  두고 가기 아까운 교토
                  두고 가기 진정 아까운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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