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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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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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16 09:12


 

 

 

 

 5월의 함박꽃                                2018  5  5

  

진  통

 

 

 

 

눈부신 오월이다.

 

비바람이 세차게 불지만 대세가 따뜻함과 신록의 눈부심으로 일찌감치 기울어졌다.

 

어디서 연핑크 함박꽃 봉오리가 한아름 왔다. 세어보니 50 송이, 그걸 하나하나 풀어 적당한 길이로 잘라 꽃병에 넣는 것도 큰 일이었다.

 

보낸 이의 이름이 없다.

 

내가 우아한 향기의 작약 함박꽃을 좋아한다고 말했던게 누구였더라. 집히는 동생이 있어 문자하니 아니 라고 한다.

  

생일도 곧 오지만 긴 겨울 별안간 장기 입원한 위로인가.

 

1월에 나오려던 신간 책이 오늘에사 나왔다.

보낸 이는 그걸 알 수 없겠으나 나는 그 격려로 받고 싶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을 출간하는 것은 새생명을 탄생시키는 것과 같은 진통이 따른다고 한다.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아기를 낳고 다시는 못할 것 같다가도 잊고 다시 낳는 것처럼 책을 쓰고 만들 적마다 잊었던 그 고통이 상기된다. 

 

책을 기획 저술한 것에 더해 편집, 사진 촬영과 배열, 디자인, 최종 인쇄체크까지 거의 전 과정을 혼자 했다. 지난한 작업이었다.

 

짧게는 교토 유학을 시작한 2015년 부터 귀국 후 기록한 것까지 3년간의 이야기이나 교토를 처음 방문한 50년 전부터 헤이면 50년의 스토리인데, 문득 떠올라 글 하나를 수정하면 사진 배열이 온통 뒤틀어져 밤을 설쳐야 했다.

 

늦은 공부마저 힘겨웠는데 이 작업을 왜 또 시작했나 후회막급이었다.

 

그러나 배우고 깨우친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마음, 젊은이들에게 일생에 걸친 공부를 새겨주고 싶은 마음, 교토의 의미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는 마음, 가장 가까이 있는 일본의 역사와 내용을 배우지 못한 우리가 이제는 그걸 알아 그간의 서먹함에서 따뜻한 선린관계로 다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History를 관장하는 하늘을 생각해보고 들여다 본 교토의 속살을 좀 보이고 싶은 마음, 그런 첫 마음을 끌어올리며 무지막지한 진통의 긴 터널을 견디어 냈다.

 

다시는 이러한 생명깍아 먹는 고행은 안할 거라고 굳게 다짐하지만 보드라운 아가를 가슴에 처음 안듯, 손에 들어 온 따끈따끈한 신간을 보는 설레임으로 그 혹독한 진통은 곧 잊혀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피천득

 

 

 

                                                                                   

 

 출간의 마지막 작업인 전체 인쇄 체크 - 201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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