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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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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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7.18 21:40

 

 

  나가미네 야스마사 일본대사 부부                                                                              2017  7  14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 길은 언젠가 왔던 길

  

최근 일본대사 관저에 두 번의 저녁 초대를 받았습니다.

 

지난 1월 한승주 선생님의 일본정부 훈장을 받으신 기념 만찬이 하필 그날 일본대사가 본국으로 소환되어 5월 말로 미루어졌었고 지난 주에는 스즈키 히데호 총괄 공사가 떠나는 기념 만찬이 있었습니다.

 

두 번 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대사의 이름으로 초대되었습니다.

일본대사 관저는 성북동에 있는데 많은 외교관저가 있는 그 곳에서도 일본대사 관저는 터를 아주 넓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귀국해 20여 년, 그 곳에 몇 번의 초대를 받은 중 한번은 어머니가 일본 외무성의 공로상을 받는데 일본에 가실 수가 없어 그 관저에서 받으셨습니다. 하얀 저고리에 연둣빛 치마를 입고 조심스레 인사말을 하셨는데 오래 전 일인데도 그 곳에 가면 상기된 어머니의 그 모습이 늘 떠오릅니다.

 

몇 해 전에는 일본 대재난 1주기에 한국에서 구조와 원조로 도움을 준 분들을 그 곳에 초대하였는데 당시 대사가 스피치 중에 저의 시 두 수를 읊기도 했습니다.

 

부자 나라답게 정원이 드넓고 응접실도 아주 넓은데 그 곳에서 서로 인사를 하고는 옆 식당으로 옮기어 관저 소속 고베에서 온 요리사의 요리를 감상하고 들게 됩니다. 일본의 좋은 사케도 곁들입니다.

 

열명 정도의 작은 숫자이기 때문에 대사의 인사말과 초대 받은 답례의 인사말 후 하나의 이야기로 시작이 되나 얼마 가지않아 두 세 테마로 나뉘게 됩니다. 정치적 사안이나 양국 관계에 예민한 것은 피하고 상받은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며 친교를 가지게 됩니다.

 

최근 교토에서 장기로 공부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사람들은 훌륭한 면이 많습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친절하고 약속 잘 지키고 신뢰할 수 있고 등, 배울 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오래 있다 온 사람의 눈에는 그들이 유머 감각을 잘 발휘하지 않아 심각해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농담도 잘 안하고 제가 농을 좀 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기때문에 다음에는 농담을 안하게 됩니다. 

 

그런 예는 많습니다만 하나를 들자면, 지난 해 제가 교토에 있을 때 서울에서 친구분이 와서 동지사대 캠퍼스의 윤동주 시비와 정지용 시비를 보여드렸습니다. 늘 농담을 잘 하는 그 분은 제게 아, 이 두 시비 사이에 이승신 시비 자리가 충분히 있네요 하여 다 같이 웃었습니다. 그것이 재미있어 제가 존경하는 그 곳 문학 교수님에게 후에 그 이야기를 하니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그런데 일본에서는 돌아간 후에 시비를 세웁니다 하여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일본대사 관저의 분위기도 어떤 면에서는 비슷합니다.

훌륭한 관저와 가든에 멋진 스피치에 아름답고 맛있는 요리와 매너에 완벽인데, 그런데 뭔가 그 seriousness 심각함이 깔려 있습니다.

제가 스즈키 공사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일본 언어구조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지난 번 만찬에 용기를 못내어 이번에는 스즈키 공사에게 만약에 다시 심각하게 되거나 끝에 가서 지루해지면 저라도 노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도착해 얼마 안되니 나가미네 대사가 '오늘 우다를 하신다면서요, 시낭송을 하시는 거지요?'  일본어로 노래가 '우다'인데 한 줄의 시 단가도 '우다'라고 합니다. 시인이 우다를 한다고 하니 단가 낭송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어찌됐건 8코스의 식사를 다하고 그 차례가 되어 용기를 내어 몇 개의 노래를 무반주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I bless the day I found you' 와 아주 어려서 세계적인 음악가가 꿈이었고 만주에서 음악 선생님까지 하신 아버지가 저녁마다 낡은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시어 뜻도 모르고 제 머리에 입력된 '이 길은 언젠가 왔던 길'  일본 가곡과 동지사를 다 마친 후 교토에서 외운 일본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를 했습니다.

 

한국계인 미소라 히바리의 '흐르는 강물처럼'은 1400 곡을 노래한 그가 말년에 인생을 자조하며 부른 좋은 가사의 노래여서 후렴을 따라들 했고 시끌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MB 끝무렵부터 서먹해진 양국 관계를 모르는게 아니었지만 누구 하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핵 미사일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국 속의 일본인 그 집에서 그림들을 감상했고 예술의 요리와 차를 맛보았고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즐겼습니다. 제 곁에 앉은 아야코 대사부인과는 어떻게 하면 서울에 있는동안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를 이야기했습니다. 함께 할 이야기는 참 많습니다.

 

정부와 정상이 굳이 나서는 한일관계도 있겠으나 이렇게 문화와 예술과 요리와 노래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어 벌어진 사이를 좁히는 문화외교 민간외교가 더 귀하다는 생각을 새삼 해 봅니다.

  

 

 

 

                                  축하 만찬 후 -  성북동 일본대사 관저   2017  5  30


                                               만찬  -  일본대사 관저   2017  7  6

                            8 코스 중 전채 요리,  시처럼 요리에도 계절 감각이 들어간다                           

                                         만찬 후 환담  -  일본대사 관저 응접실  2017  7  6

                      스즈키 히데오 공사 (우편에서 두번째) 의 사요나라 파티 -  2017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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