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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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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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09 21:02

 

 


                                                                                                                         2017  3  20

 

  요  리


맛집은 겉으로만 보아도 짐작이 간다, 맛이 있는 집인지를.

'유즈야 료깐'柚子屋旅館이라는 집이 있다. 교토 기온 한 복판에 랜드마크로 서 있는 야사카진자八坂神社 바로 옆집으로 사람들 많이 다니는 큰 길가인데 커다란 신사곁 오래 된 좁은 나무문 하나만 있어서인지 눈에 잘 띄지를 않아 자주 가는 네네노미치 길을 가려면 그 곳을 꼭 지나야만 하는데도 늘 그냥 지나쳤었다.

그 앞을 여러 번 지나고서야 나무문이 눈에 들어 왔는데 거기에 '유즈야 료깐'이라고 간판에 쓰여져 있다. 유자집 여관이라는 뜻이다. 누가 나오거나 들어가면 그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가파르게 오르는 까만 돌계단이 있고 그 위로 깊은 집 하나가 보인다.

오랜 역사의 향기가 나는 그 일본집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계단을 올라가니 문이 스르르 절로 열리는데 까만 돌이 깔린 단아한 입구에는 큰 통에 노란 유자가 한 가득 들어있어 눈길을 끈다. 기모노를 입은 여인이 친절하게 맞아, 그저 느낌으로 '여기는 식사하는 곳인가 보지요?' 하니 '네 그렇습니다. 위에는 료깐으로 온천물 욕실이 있습니다.'

잠깐 들여다만 보려고 긴 계단을 올라왔다가 오래 된 클래식한 분위기에 겉모습만 보아도 깊은 맛이 보여 안내하는대로 자리에 앉았다.

약간 어두운 은은한 분위기에 유리창 밖으로는 일본식 뒷정원이 보이고 바위를 타고 물이 흘러내린다. 적당히 구비구비 테이블 레이아웃이 보기좋고 중국말도 귀에 들려온다. 나만 몰랐지 많은 내국인과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이미 소문이 나있는 모양이다.

예약이 없으면 자리가 없다는데 운이 좋아 앉았다. 점심은 5천엔 만엔 두가지, 둘 다 유자요리 코스이다. 좀전 로비 큰통에 쌓아놓은 노란빛 유자더미만 보아도 군침이 나왔었다.

전체 요리 15가지가 한 쟁반에 작고 둥근 접시 15개로 나오는데 그 색조와 모양이 눈을 끈다. 오손도손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새우와 생선, 가진 채소에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사랑스러움이 배어나온다. 마침 단풍철이어 아가손 같은 붉은 단풍잎 가지 하나가 거기에 걸쳐 있다.

허물기 아까운 하나하나의 맛을 일본 젓가락으로 오차와 함께 든다. 스프가 나오고 메인 요리로 맛난 생선이 나온다. 다 유자의 맛이 깃들여져 있다. 끝에 나오는 질죽한 죽 위에는 보기좋게 속이 으깨진 유자가 통째로 오르고 서브하는 기모노 입은 직원이 숟갈로 그것을 꾹 눌러주어 한 입에 넣으면 밥과 섞이어 맛이 생큼하다.

일본 요리 하면, 흔히 스시 사시미 뎀푸라 그리고 가이세키 요리를 떠올리게 된다.

일본의 요리는 세계적으로 높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귀한 예술로 친다. 어느 나라에서나 가격도 비싸다. 일본에서는 그 중에도 교토 요리의 섬세함이 극히 아름답고 맛이 좋아 제일로 친다. 교토 요리를 쿄료리京料理 라고 하는데 동경에서 교토의 저녁 한끼를 먹으려 2시간 15분 신캉센 급행 열차를 타고 일부러 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난 번 일본에서 이찌쥬 산사이一汁三菜를 기본으로 한다는 글이 나가니 일본에서 일어로 받아 본 몇 분이 밥 하나에 찬 하나로 먹는 일본 집도 꽤 있다고 전해 준다. 하기야 우리나라 편의점에도 속에 매실 하나를 박은 일본식 삼각 김밥이 있지 않은가. 어느 분야든 일본에서는 단정하고 차분하고 심플하면서 검소한 면이 있는데 요리에서도 그렇다. 무소유 검소 겸양의 미덕이 우리가 오래 전 전해 준 불교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가 하면 어머니 시비가 섰는 아오모리 료깐의 아침 저녁으로 나오던 식사는 우리 전주 스타일 못지않게 여러가지의 찬이 한 상 펼쳐졌고 40년 전 교토의 고급 요정에서 아버지와 대접받았던 긴 코스로 나오던 요리의 추억도 화려하다. 그런 몇 만엔 이상의 고급 요리집이 교토에는 꽤 있다.

대학에서 공부하던 기간에는 그럴 시간도 여유도 내지 못했으나 그 전 후로 여러 곳을 스스로 탐식해 보고 과히 비싸지 않은 그러면서도 품위 있는 곳을 여나무 군데 알아내어 자산으로 삼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이 유자 요리이다. 5천엔 값에 비해 풍성하고 역사의 중후함이 있고 무엇보다 맛이 살아 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맛이다. 일본에서 나를 보러 오거나 서울에서 가는 분에게 알려주고 싶은 나의 숨겨놓은 자산 중 하나이다.

 

 

 

 

 


유즈야 입구에 쌓인 유자  -  교토  2016  2

 

 

 

 15가지 전채요리   -  교토 유즈야   2016  2


 익힌 유자를 꽉 누르면 즙이 밥과 이어 맛이 있다   -  교토 유즈야  2016  2


  유즈야 레스토랑   -  교토  20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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