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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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가와 白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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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3 12:40


 

 

                                                                                                                                              2017  1  18

 

                                                  베개 아래 물은 흐르고

 


흔히 여행지에서는 가이드북을 보고 찾아다니지만 나는 발길이 닿는대로 보다가 매력이 있거나 독특한 감동이 내 마음을 당기면 가슴에 새기고 다시 찾아가보게 된다.

 

몇 해 전 교토에 갔을 때에 하루는 택시를 타고 그가 안내하는대로 한번 가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어느나라의 택시 서비스와는 비교가 안되게 친절하기로 유명한 것이 일본 택시다. 그 중 교토의 MK 택시는 예의와 친절로 명성이 대단한데 오너가 한국사람이다. 마침 교양있어 보이고 뭘 좀 알 것만 같은 MK 기사를 만나 당신이 교토에서 내게 보여주고 싶은 곳들을 데려가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자기가 아는 그럴 듯한 해설을 곁들이며 몇 군데를 데려다 주었는데 그 중 한군데가 작은 규모이나 마음에 꼭 들었다.

 

기온祗園 신바시新橋의 시라가와白川.

여행책에도 잘 없고 그때까지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곳이다. 그것은 교토에 가 볼만한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여서겠지만 기온의 한 중심인데도 나로선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교토를 대표하여 옛 모습을 잘 간직한 기온의 많은 골목 중 한 작은 골목을 들어가면 역사깊어 보이는 이자카야(술집) 들이 나오고 좁고 얕은 물, 시라가와白川가 나온다. 잔잔히 흐르는 그 물길을 따라 오래 된 찻집과 음식점들이 나오는데 역사의 무게가 있으면서 매력적인 독특한 지역이다. 길을 따라 벚나무와 수양버들나무들이 서있고 3 미터폭이 될까말까한 물길이 아주 얕은 시냇물 같은 강을 따라 걸으면 물건너 쪽 음식점들이 로맨틱해 보이고 창너머로 움직이는 쉐프들 모습이 따뜻해 보인다.

 

서양인들이 이런 곳에 반하고 빨려들어 가는 건 그네들과 전혀 다른 동양적 분위기에 오래 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에서 온 나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더구나 우리같으면 명동같은 번화한 곳에 옛 분위기를 천여 년 그대로 이어온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렇게 유지관리해 온다는 건 말이 쉽지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들은 얘기로는 2차 대전때에 미국이 공습이 오는데 하늘에서 바라 본 광경이 아름다워 차마 부실 수가 없어 이 지역을 지나갔다고 한다. 그것도 미국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참 잘한 일이다.

 

기사가 알려준 찻집을 들어가 몇 백년 향기가 나는 방에 앉으니 우편에 바닥까지 내려온 옛 창살 사이로 시라가와 냇물에 노니는 하얀 두루미가 보인다

 

시라가와 물을 따라 다시 걸으니 벚나무 아래 단가 시비가 있다.

이 강 건너편에 지금은 나란히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는데 예전엔 그 좁은 강에 걸쳐 여인숙이 있었다고 한다. 기온은 예전에 유곽遊廓이 있던 곳이어 여인숙이나 여관이 있었을 터인데 기온을 가장 사랑한 유명 가인歌人 요시이 이사무吉井勇의 단가 한 수를 나즈막히 옆으로 누운 돌에 새겼다. 

 

매해 11월 8일에는 이 시비 앞에서 '어찌했든 마쯔리' 카니가쿠니 祭가 열리고 기온의 게이샤藝妓 가 몇 개의 국화를 거기에 바친다.

기온 사람들이 자신의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의 표현이다.

 

처음 거기에 간 건 6월이었는데 그 후 동지사대를 다니며 3월 말 사쿠라가 피어날 때 시라가와에서 본 벚나무들 생각이 나 버스를 타고 갔다. 기온 대로에 난 골목이 많아 한참 여기저기 들어가보다 찾았는데 즐비한 이자카야들을 지나 강이 나오고 코너집 담벼락에 늘어진 수양 벚꽃 시다레자쿠라가 매혹적인 손짓으로 나를 끈다.

 

강에 걸친 작은 다리에서 앞뒤로 바라보는 늘어진 사쿠라는 아 말이 불필요한 예술이다. 물과 다리와 늘어진 연분홍의 가지와 연두빛 새순이 돋는 수양버들, 그 틈새로 보이는 노오란 조명의 찻집과 음식점과 사진찍는 세계에서 몰려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교토를 많이 오고도 나만 처음 보는 기온의 시라가와 물가로 늘어진 벚꽃이다.

 

수국이 피었던 6월과는 또 다른 풍경이다. 마침 사진을 눌러달라는 서양할머니가 내가 오래 살던 워싱톤에서 온 미국인 모자母子다. 꿈속같다고 했다.

아름다움에 마음이 녹았는가 워싱톤에 오면 언제든 자기 집에 머물라고 한다.

 

봄의 시라가와白川에 매력적인 요소는 다 있다.

아름다워 한숨이 나온다.

 

거기에 어떠한 문화유산보다 힘이 센 歌人의 섹시한 단가 한 수의 시비가 누워있다.

 

 

                      

                       어찌됐든 기온은 사랑스럽네

                       잠이들때 베개아래 물이 흘렀었지

                            

                                                                  요시이 이사무 吉井勇

 

 

 

 

 

     철마다 바뀌는 물 앞의 꽃잎  6월은 이렇게 보랏빛 수국 

    시라가와에 늘어진 가지, 봄이면 피어나는 연분홍 시다레자쿠라  - 교토  2015  6  29 

   시라가와 白川 물   -  교토 기온  2015  4  7


  시라가와 白川에 흐르는 연분홍 꽃잎  - 교토 기온  2015  4  7 

     시라가와白川 강가에 선 단가 시비  '베개 아래로 물은 흐르고'   -   2015  4  7 

       찻집 바닥 창살로 보이는 시라가와 냇물  -  교토  2015  4  7

           찻집앞 시라가와의 두루미  -  교토 기온   2015  4  7    

  교토 기온의 시라가와白川의 봄꽃  -  201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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