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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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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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3.03 12:10

 

 

 

 

                                                                                                                                        2017  2  3 

 

 문화 외교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열흘 남짓, 세상은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지난 날 워싱톤에서 겪은 몇 번의 대통령 취임, 그리고 그 후의 새 대통령의 초기와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그러면서 서울서 오자마자 와싱톤에서 아침부터 가진 미팅들이 떠오릅니다.  존 햄리 John Hamre, CSIS 전략국제문제연구소장과의 만남, 다음 날의 토마스 허바드 Thomas Hubbard 전 주한 미대사와 안호영 주미대사와의 Breakfast 미팅 그리고 뉴트 깅리치 Newt Gingrich 전 하원의장과 월터 샤프 Walter Sharp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만남이 그것입니다.

 

허바드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트럼프에 대해 하나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라고 말해 좌중이 웃었습니다.

 

이강연 고문 (한미협회 부회장)과 임성준 고문 (LEE International IP & Law Group)이 한미동맹의 중요함을 강조했고 저는 북한의 위협으로 불안한 우리의 처지가 떠올라 입을 떼었습니다.

 

"이 곳의 죠지타운 대학원을 다닌 후 십몇 년 일하며 살 때에 한국 정부로부터 방송계에서 일해주기를 권유받았습니다. 아들이 어려 거절하다 3년 간의 끈질긴 설득에 동의하여 가려하는데 서울의 어머니가 전화로 조심스럽게 '전쟁의 두려움이 없는 나라에 좀 있지~'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3년 너머 6 25 동란으로 초량 피난지에서 갓난 아가를 들쳐업고 먹을 것도 종이도 없어 글도 못쓰는 고난과 고통을 겪은 분의 마음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나 짜증을 내며 '엄마, 이 시대 그런 전쟁같은 건 없어요'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얼마 후 아들과 함께 귀국을 했습니다.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모습과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이 주위 강대국들에게 받는 위협에, 잊었던 어머니의 그 음성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돌아보면 어머니의 말씀에 거슬려서 맞은 적이 한번도 없었으나 이번만은 어머니가 틀리기를 바라는 속마음입니다. 한미 동맹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오판이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시를 통해 평화를 이렇게 절실히 원했습니다.

 

                     '동아시아 끝자락에 살아 온 나, 오로지 평화만을 기원하네'

 

이 시가 영어로 들어 있는 이 시집을 드립니다."

하며 3년간 제가 편집하여 만든 시집을 사인해 드렸습니다.

 

미국 하원의장을 지낸 뉴트 깅리치와의 1시간여 미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Dentons라는 최대 Law Firm의 고문으로 있는데 전혀 예측 못한 트럼프 당선 전에 모셨어야 했는데 당선 직후 그를 모시어 몸값이 치솟아 땅을 친다고, '후에 해 후회한다' 고 그 회사 파트너가 농을 했습니다.

 

트럼프가 정한 내각 임명자들을 보면 트럼프 정부는 지미 카터 이후 가장 강력한 내각이다, 트럼프는 이상주의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고 성공한 투자자 사업가로서 실용적이고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자협상 multilateral 보다는 상호 협상 bilateral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므로 특히 외교와 안보에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깅리치가 말했습니다.

 

함께 한 기업가 강호갑 우오현 회장의 미국 투자 이야기가 있었고 깅리치는 미국내 한국 기업 투자 현황과 앞으로의 투자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빠른 시일에 외국으로는 첫번째로 한국을 방문해 공유할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와 절친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지며 그 순간 꼬인 한일관계를 떠올렸습니다. 두 나라 다 미국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동맹이요 이 좁아진 세계, 가까워야 서로가 살 수 있겠고 가까이 하는데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어머니 Madam 손호연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다. 혹독스런 일본 압제에 받은 고통과 차별을 용서할 수 없었지만 후에 스스로 마음에 결단을 하고 보기 싫어도 끌어안고 용서할 수 없어도 포용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다짐했다. 역사의식과 작은 섬과 위안부로 끝없이 갈등하는 우리를 위해 미국의 새 정부가 큰 역할을 해주기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이웃해 있어 가슴에도 가까운 나라되라고 무궁화를 보듬고 벚꽃을 보다듬네' 

 

를 인용하며 그 시가 담긴 시집을 건넸습니다.

 

미팅 후 나오는데 Sunshine ~ ! 깅리치가 저를 다시 부르더니 '이 시집에 질문들이 있다, 단가는 하이쿠와 어떻게 다른가? 이것이 번역이 된 것인가? 시집을 두 권 더 사고 싶다, 17살 손녀도 하이쿠를 좋아한다' 하여 그 답을 하며, 옆의 한미연합총사령관을 지낸 월터 샤프 Walter 'Skip' Sharp에게 준 책을 빼앗어 깅리치에게 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꼭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한일 정상이 읊은 시를 집어주며, 한국이 일본 식민지로 그렇게 당하였음에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한 작은 한국 시인의 큰 마음을 보며 우리의 관계를 생각해보시라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오바마를 비롯한 선진국 정치인들의 문학과 문화사랑을 새삼 느낍니다.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임에도 독도로 온 나라가 데모를 하고 한일 행사 모두가 취소될 때에 한일 정상회담을 몇 달 앞두고 대통령에게 손호연의 평화를 향한 정신을 언급하면 상대가 감명받고 우리의 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몇 번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해가 전혀 없었고 일본에는 언급 한마디 없이 그것도 회담 직전에 책과 시인의 일생 다큐를 보냈을 뿐인데 고이즈미 수상이 서울에 오자마자 평화의 시를 언급하고 그 정신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우리 대통령에게 '문화 외교'의 중요함을 누차 강조한 것이 생각납니다. 회담내내 대통령 바로 곁에 있던 반기문 외교장관이 (그에게도 회담 전 몇 번 말씀 드렸으나 반응이 없었고) 정상 회담과 외신 프레스 컨퍼런스 후 전화로 '이선생이 말한 걸 이제야 확실히 알겠다'고 '확실히'란 단어를 몇 번이나 썼습니다.

 

그 후 3년, 외교부에 '문화외교국'이 생겼고 바뀌는 문화외교 국장을 볼 때마다 국내 최초로 그때 제가 쓴 '문화 외교'란 어휘가 떠오릅니다.

 

이번에 뉴트 깅리치와 새 시대 정치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제가 읊은 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시집을 더 원하는 그 자세를 보며 선진국의 외교 수준을 가름하게 됩니다.

 

우리의 외교와 정치도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넉넉한 문화외교 문화정치로 펼쳐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꿈꾸어 봅니다. 

 

 

 

 

 

Amb. Thomas Hubbard, 안호영 주미대사와 한국대표단 - 와싱톤  2017  1  19

 


 Breakfast with Amb. Thomas Hubbard  - Park Hyatt Hotel 와싱톤  2017  1  19


   Newt Gingrich 전 미국 하원의장 - 와싱톤  2017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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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 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워싱톤 죠지타운 대학원,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학

미국의소리방송,한국방송위원회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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