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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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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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25 13:45

문화일보 칼럼 2009년 3월 28일

 

 

 

 


  사랑의 경비  
 
얼마 전 어느 미국 잡지를 보니 사랑의 경비가 1979 년에 비해 최근에는 460% 이상이 올랐다고 분석을 했다

첫 번 데이트에서 하니문 여행까지의 비용 81 항목을 일일이 분석해 보였는데 그 중 몇 가지를 보면 데이트 초기의 비용 중 중간 수준의 저녁 식사대 $ 9.95에서 $ 40로 306% 상승, 뮤지칼 관람 $19.90에서 $100로 402% 상승, 맥주 1병 c 75에서 $3.50로 400% 올라감, 데이트 중간기에 무드 넘치는 이태리 식당에서의 점심 $14에서 $60로 328% 상승, 고급 호텔 $80에서 $350로 337% 상승, 결혼 비용으로 다이아몬드 반지 1캐럿 $2500에서 $ 5만로 1810% 상승, 혈액 검사 $15에서 $60로 300% 그리고 버뮤다 항공료는 $120에서 $500 로 316% 이상이 올라가서 사랑을 하는데도 요즘은 돈이 전보다 많이 든다는 이야기다

최근엔 각종 통계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와 우리 곁에 있지만 이런 식으로 인간 사생활의 패턴을 통계낸 것을 보면 그 기발한 아이디어가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렇게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통계를 내고 분해 분석을 해서 편리한 점들이 참 많아졌겠지만 그러나 또한 우리의 생활이 손바닥에 보이듯 싱겁고 재미없게 되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이어서 한가지 면만을 확대해 따질 수는 없다 더구나 그것이 사랑이라는 인간의 영원한 과제에 이르게 되면 그것은 마음의 행복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에 돈의 인플레만으론 계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사랑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20여 년을 나는 공부하고 일하고 살았다. 물질과 자본주의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는 훨씬 순수한 사랑을 하는 나라요 사람들인 걸 알게 되었다.
할리우드 영화들과 미국 TV 드라마들이 전 세계의 사랑하는 이들에게 영향을 주고 그런 통계와 숫자가 미디어에 나온다 해도 내가 알고 주위에서 실제로 보아 온 많은 미국의 이웃들은 비교적 순박하고 순전했다

데이트를 시작하고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데 돈과 경제와 가문을 따지기보다는 순수한 마음과 사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음을 보았다. 체면과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지 않아서인지 놀라울 정도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전에 내가 보았던 더 순박하고 더 순수했던 조국의 이웃들을 멀리서 가슴에 늘 담고 있어서였는가 그 후 귀국해서 본 우리나라와 이웃의 의식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GDP와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수출과 부가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이 경제 편중으로 되어져서인지 모른다

물론 김중배의 다이아몬드가 더럽던 시절은 지나가고 합리화 되었으며 착하디 착하고 지지리 가난하기만 하던 흥부보다는 부유하고 자기 가족을 끼고 돌던 놀부가 오히려 돋보이게 된, 가치관이 참 많이도 바뀌어 버린 세상이요 어려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했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요즈음 젊은 사람은 보다 영리해서 아마 이런 통계쯤 보지 않아도 머리의 계산이 빠를 것이다. 수지가 안 맞고 손해 볼 사귐은 아예 처음부터 빠져 들지도 않고 이득을 위한 투자만을 하려 들 것이다. 아니 미래에 혹 있게 될 지도 모를 결별의 날을 미리 생각하여 기분내는 낭비는 삼가고 또한 마음의 상처를 후에 덜 받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데도 마음과 감정의 투자를 잘 조절해 나갈 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사랑의 경제성 보다는 어떠한 사랑인가, 그것이 얼마나 진실되고 깊은 것인가 하는 사랑의 내용과 형태에 더 비중을 두고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겉도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차비를 아끼느라 몇 정거장을 걸었다는, 그래서 행복했다는 가난한 연인들의 지나간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흐믓하다

우리는 매일 매일을 작은 곳에 큰 곳에 돈을 쓰고 살며 하루도 돈의 지출과 경제에 대해 생각 안하는 날은 없다. 그러나 젊어서의 낭만과 삶의 꿈에 숫자와 통계와 돈의 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느낌을 암암리에 주는 이런 노골적인 통계는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한다

인생의 끝에 가서 허무를 보게 될 지라도 손해를 볼 지라도 그 흐름의 과정에서 마음에 희망과 꿈을 가지고 싶다.  혹 먼 훗 날에 그 사랑이 물거품으로 화한다 할 지라도 그 사랑의 비용과 시간과 감정의 투자는 손해만을 본 것이 아니라 준 만큼 거두어 들인 것이요 또 그 만큼 인격과 사랑의 성숙에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 빠른 디지털 시대, 쏟아져 내리는 통계와 정보, 점점 작아져 가는 지구촌, 우리 나라든 미국이든 세계 어느 곳이든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 해 가는 이 빈틈없는 현대 생활과 문명 생활 속에서 바보스런 은근한 낭만을 생각하고 싶은 것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 지 모르는 지난 날 우리의 그 순박했던 시절과 그 마음이 몹시도 그리워서인지 모른다

사랑의 경비를 보이는 그런 통계 수치가 없어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진실된 사랑을 할 수 있었던 그 순박한 마음과 그 시절은 어디로 가서 지금 이렇게 된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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