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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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엽집 萬葉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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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03 00:15

 

 

 

 

   일본 고전문학 만엽집                                                                                                     2016   5  26

 

 

                              만요슈 萬葉集, 고전을 공부하며

 

 

2011년 동일본에 대재난 쓰나미가 나고 시인 어머니의 시심을 사랑한 그들을 생각하며 밤새어 마음을 표현한 나의 한 줄의 시가 화제가 되고는 일본 러 곳에서 스피치와 낭독할 기회가 있었다. 

 

그럴 제마다 일본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만학으로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서 일본어와 그 문화를 공부하게 되었고

일정 수준이 되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택할 수가 있었다.

 

문학과 독해와 문장론을 택하는데 그 중 문학이 당연 현대문학으로 생각하고 깨알같은 배경을 제대로 보지 않고 무조건 택하고 보니 아니 이게 왠일인가. 일본의 고전문학, 그것도 일본 보물의 핵심인 만엽집 수업이었다. 천년도 넘어 전, 천 이 삼백년 전의 고어가 섞인 압축된 한 줄의 문학을, 서울에서 일어 전공을 하지도 않은 사람이 어이 따라갈 수 있겠는가.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20 과목을 우수하게 통과해야 대학을 졸업하는데 이 한 과목때문에 당연히 툇짜 맞고 통과하지 못하겠다. 두 번째는 어머니가 한국에서 사라진 단가의 유일한 후예로 고대만엽집을 본떠 굴지의 출판사 고단샤에서 펴낸 근현대 우수 단가를 모아 출간한 소화만엽집 20권에 다섯 수의 단가가 실려 있는데 그런 인연이 우연이 아니고 필연적으로 내가 택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진 것은 아닐까.

 

이 어려운 고전문학 만엽집을 공부하고 그 시험을 통과할 자신은 전혀 없었으나 첫 시간부터 기가막힌 고대 작품을 접하고 야마무라山村 선생의 탁월한 해설에 빠져 90분 간의 수업을 몇 번이나 참여하고는 중도에 빠져나갈 수도 없게 생겼다.

 

할 수 없이 첫 시간에 떠오른 두 생각 중 두 번째라고 스스로 마음을 달래가며 끝까지 개근을 해야했다.

 

고전문학을 해석해가며 현대에 같은 테마로 한 현대시를 찾아 읽으며 그런 테마의 노래도 찾아 들려주는 야마무라 선생의 열정은 대단했다. 백제에서 1400년 전 일본에 전해주고 가르쳐준 단가 시인들의 마음을 누군가 내게 이렇게 잇게 하는 것인가 하며,

당이 꺼지는 한숨이 나왔지만 내친 걸음을 어쩔 수 없어 공부에 애를 썼다.

 

첫 수업은 그 유명한 마쯔오 바쇼 松尾芭蕉 1644- 1694 의 한 줄의 시

 

                           오래 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첨벙 물소리

                                                          古池や蛙飛び込む水の音

 

흔히 이게 무슨 시냐? 고들 한다.

선생도 나처럼 그 평범한 시를 대수롭지 않게 보았는데 오래 전 자신의 도시샤 문학 스승의 멋진 해석으로 흠뻑 빠지게 되었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이니 역시 같은 한 줄이라도 우주의 고요함에 잦아드는 소리와 다시 고요함으로 돌아가는 그 해석이 놀랍게도 새로운 깨우침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60여 명 학생이 하나같이 일어가 나보다 앞서지만, 시에 스며든 그 삶의 깊이를 너희가 나이 스물에 알기나 하겠느냐 라는 생각으로 버텼다.

 

                            초겨울 찬비 원숭이도 도롱이를 쓰고 싶은 듯

                               初   

바쇼의 위의 또 한 줄 시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일까?  

모두 답했다. 초겨울요 찬비요 원숭이요 비올 제 짚으로 만들어 쓰는 도롱이요

다 틀렸다. 답은 원숭이 뒤에 오는 '도'  였다.

 

쓸쓸한 초겨울 (차가워진 날, 이슬처럼 흩뿌리는 비를 '시구레' 라 한다) 산에 비는 내리고 작가가 외로우니 원숭이도 그렇지 않겠는가 하는 작가의 연민과 동정과 공감이 엿보이는 것이 칼날같은 핵심이다.

그 해석에 무릎을 치며 감탄을 했다.

이런 수업을 받지 않고 그런 해석을 안다는 것은 아마 기적일 것이다.

 

만엽집은 천년도 더 전, 우리 백제가 멸하고는 왕족과 귀족 학자 지성인들이 일본으로 건너와 아스카, 나라, 교토 지역에 정착하고 인문화의 핵심으로 단가를 지어 교류하며 그 마음을 표현해 온 역사요 기록이요 물증으로 그것을 4500여 수 집대성한 귀한 보물이다. 그 중 많은 시가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인들이 지었으며 그것을 집대성 편집한 이도 오오토모노 야카모치大伴家持라고 백제인의 2세, 도래인이다.

 

만엽집 연구의 최고 대가인 나카니시 스스무中西 進 선생에게 직접 들은 백제에 뿌리를 둔 단가의 역사인데 만엽집의 많은 연구자들이 그 깊은 역사를 모르고 일본에서 자생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유감이다.

 

프랑스나 미국에 가면 대학 도서관은 물론, 서점에 흔히 보이는 단가, 하이쿠 같은 간결하며 깊이 있는 단시를 선시라고도 하며 온전히 일본 것으로 알고 일본의 격과 이미지를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럴 제마다 어머니가 원래 우리 것인 단가의 참 맛을 우리 민족이 알게 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일본 고대 최초의 문학작품인 만엽집의 시인은 대개가 천황이요 당시의 귀족들이다.

그 대표 시의 핵심과 마음을 이해하려 나는 밤을 지새웠다. 그게 떨어지면 졸업을 못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어려웠지만 그 공부가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시, 먼저 가신 님을 향한 만가와 삶과 인류를 향한 마음, 아름다운 자연과 사계를 노래한 한 줄의 시는 우리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천년 전의 사랑이 이 시대의 사랑과 어찌도 그리 닮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와 고대가 연결되는 시점이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과 감성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나 실로 놀라운 발견이다.

 

9과목의 가을 학기 전체를 공부해야 보는 기말 시험에 다른 과목들을 좀 뒤로 하고 나는 고전문학 만엽집에 매달렸다. 한 줄 시의 한 단어를 괄호 안에 맞춰야 하고 유명 시인들의 특징과 그 옛 이름을 연대기와 함께 외워야 하고 해석을 해야 해 머리에 열이 났으나 90분 간의 시험에 96점을 맞아 나도 정말 놀랐다. 매 주 그 날 수업의 감상을 써냈고 "내가 지구에 남기고 싶은 한 권의 책' 이라는 리포트를 2천자로 써내야 했다.

 

걱정하던 고전문학에  A 성적을 받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과목때문에 졸업을 못할 줄 알았는데 졸업의 가능성을 눈앞에 둔 순간이다.

천년 전 이 땅에 온 우리의 조상을 기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고대 시인들의 사랑의 시에서 엿보는 절절한 마음과 그 테마로 지은 노래를 듣고 벅찬 가슴으로 늦은 저녁 코후깡 弘風館 문학교실을 나서면 조명이 내리깔린 오래 된 붉은 벽돌과 짓푸른 나무들의 캠퍼스, 화안한 빛의 달이 나를 맞던, 시공을 초월한 그 순간을 나는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애타게 그리다 만난 때에는 다정한 말만 들려주어요 오래 가길 원한다면

恋ひ恋ひて 逢へる時だに 愛しき言尽くしてよ 長くと思はば

 

 

뜻하지 않게 그대 웃는 얼굴이 꿈에 나타나 이 마음 뜨겁게 타오르네

思はぬに 妹が笑まひを 夢に見て 心のうちに 燃えつつそ居る

 

 

그대 생각에 잠이 드니 꿈에 보였네 그럴 줄 알았으면 깨어나지 말 것을

思ひつつ 寝ればや人の 見えつらむ 夢と知りせば 覚めざらましを

 

 

달도 봄도 옛 그대로가 아니네  나만은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는데

月やあらぬ 春や昔の 春ならぬ 我が身ひとつは もとの身にして

 

 

마지막 길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나의 일로 이리 곧 오게될진 생각지 못했었네

つひに行く 道とはかねて 聞きしかど 昨日今日とは 思はざりしを

 

 

                                                                                          만엽집에서

 

 

 

      만엽집 편찬자 도래인, 오오토모노 야카모치 持      

  만엽집 연구의 제 1인자이자 일본 황후와 손호연 시인의 스승이기도 한 나카니시 스스무 선생

 고대만엽집처럼 소화시대 근현대 단가 중 우수작을 모은 소화만엽집, 손호연 시인의 단가 다섯수가 실린 

 

 

 인터넷에 '만엽집'을 치면 손호연 시인 부부의 사진들이 나온다  - 2002  서울

 

 

                                매일 제일 늦게 퇴실하는 대학생  - 교토 도시샤대학  도서관   201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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