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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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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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02 19:51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이승신          

            
 

 

 

                                  서연의 집

 

난 해 소위 대박을 했다는 한국 영화 ‘건축학개론’에는

첫눈이 오면 남녀 주인공이 서로 만나자고 하는 서울의 한옥이 나오고

후반부에 가면 어른이 된 건축가 엄태웅이 설계해 짓는 제주도 집이 나온다

최근에 그 집이 카페가 되었고 사람들이 줄로 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주도에 온 김에 찾아가 보았다

택시 기사가 몰라 어렵게 찾아갔는데 남원읍 한적한 곳으로 골목을 돌아 내려갔고

파도에 파괴된 길을 공사하고 있어 차에서 내려 파헤친 길을 걸어가야 했다

 

영화 속 집을 부수고 다시 지었다는데 생각보다 작았고

벽마다 영화 장면과 대사를 붙쳐 놓아 그 영화를 상기시켜 주었다.

제주도가 35도로 덥기도 했지만 길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았는지

젊은이들이 계속 들어와 놀랐고 둘러보니 내가 최고령인 듯 대개가 청춘이었다.

여러 커피 차 메뉴 중 화이트 초코렛으로 하고 싶었지만 나는 참고 첫사랑을 주문했다.

홍차에 제주 열매인 여지를 섞었다는 그 차는 영화의 테마, 첫사랑 이름을 딴 것이다.

건축과 전공자 이외에는 이름도 생소한 ‘건축학개론’ 영화를

4백만이 넘게 보았다는 신문 기사들을 보고서야 끝 무렵 나도 갔다.

평범하고 밋밋한 장면이 어디로 가나 하다 끝의 반전에 나도 눈물 한 방울을 떨군 기억이 있다.

 

 

  

  승민과 서연이 서울을 바라다보며 전람회 CD 노래를 같이 듣고 있는 장면 

 

대학 교양 과목으로 건축학개론을 택한 남녀 학생이 같이 숙제를 하며 가까워지고

반에서 남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여학생 서연에게 순대국집 아들인 남학생은 첫사랑을 품는다.

오해가 생기며 멀어졌는데 15년 후에 그 여학생이 어른이 되어 남자를 찾아와 집 설계를 부탁하게 된다.

서촌의 한옥에서 첫눈이 오면 만나~ 약속을 하고, 여배우 수지는 그간 화분도 갖다 놓고

빈집을 단장하고 드디어 첫눈이 오는 날, 서로 좋아하는 CD를 들고,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그 마루에 놓고 오는 몇 장면만이 생각나는데,

제주 집에 들어가니 서연인 한가인이 영화의 거의 끝무렵 말하던 뭉클한 장면이 떠오르게 된다.

순수한 시절 승민은 서연을 좋아하게 되고 서연이 꿈꾸던 이층집의 모형을 만들어가지고

그 집 밖서 오래도록 기다리는데, 있는 집 으시대는 남학생과 같이 그 집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하고는

그 모형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와버린다.

 

 

 

서연의 제주 집을 설계해 지은 옥상 잔디 위의 엄태웅과 한가인 그리고 바다

 

서연의 제주 집을 다 짓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날

문간에 이삿짐 박스에 삐져나온 15년 전 버렸던 그 모형을 승민인 엄태웅이 보게 된다.

이까짓 건 왜 여태 가지고 있느냐고 두어 번 다그쳐 물으니 서연은 망설이다

'나에겐 네가 첫사랑이야' 라는 말을 내뱉고 승민은 그 순간 옛 가슴으로 돌아오게 된다.

여유 있어 보이고 남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인기로 콧대가 높았음직도 한 여학생,

지금은 여인인 그 마음속에 그 때도 지금도 순수함이 있다는 것이 우리가 상상 못 한 반격이다.

왜 자기가 원하던 집의 모형을 만들어 집 주위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기를 안 보려 했을까

이해가 안 되는 마음을 가지고 결혼했다 돌아온 돌싱이고 남자는 가슴 찢기는 절망을 추스려

지금은 곧 결혼해 미국으로 떠날 예정에 있다. 안본 분을 위해 그 후의 이야기는 접어둔다.

폭력도 섹스도 없는 밋밋한 대본이라고 10여 년 아무도 쳐다보지 않은 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하도 안 팔려 억지로 성적인 장면을 넣은 걸

원래대로 아무 것도 없이 잔잔하게 되돌려 성공을 했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그 집 바로 앞 바다가 좋아 더운데도 많은

사람이 밖에 나와 납작한 의자를 펴고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영화의 힘은 세다. 여러 분야를 합친 종합 예술이며 대사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마음에 들어와

그 영향이 오래 가기도 한다.

 

 

   영화 장면들과 이 담에 내 집을 니가 지어줘  라는 대사의 벽    

 

'건축학개론'도 그 잔상이 오래 가는 영화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누군가의 가슴 속 순수함은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었다.

당시에 첫사랑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고 많은 남성이 첫사랑을 잊지 못해 한다는 말도 들었다.

영화 속 첫사랑과 자신의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려주는 그 찻집에 멀리서도 찾아가는 이유일지 모른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   

 

              

 

 

  '서연의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위미리 바다  -  2013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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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졸업, 교토 동지사대 졸업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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