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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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노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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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25 07:51

 

    요시노야마 吉野山에 천그루의 벚꽃이 피면                                                    2014    4   17 

 

 

                 요시노야마 吉野山에 꽃이 피면 

 

                  안개 저 속은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데까지는 사쿠라 천지

               가스미노 오쿠와 시라네도모 미에루 가기리와 사쿠라 나리께리

 

 

일본의 국보로 치는 만엽집은 천년 전의 훌륭한 단가를 집대성한 책들인데 거기에 요시노야마에 관한 단가가 많이 나온다

당시 우리 백제의 전쟁에 살아 남은 민족이 아스카, 교토로 건너 갔고 거기서 가까운 요시노야마吉野山를 좋아하여 그 단가를 많이 읊었었나 보다

 

그 깊은 역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1998년 어머니가 일본 천왕의 어전가회에 초청을 받은 후 일본 대학과 국회 헌정회관 등 몇 군데에서 특강을 하시고 그 해 늦가을에는 일본 다까오까에서 열리는 만엽축제에 특별 낭송인으로 초청을 받아가신 적이 있다

 

72시간 쉼 없이 2400 명이 만엽집의 단가 한 수를 호수 위 배 선상에서 읊는데  그들이 입은 1000 년 전 의상이며 배 치장이 모두 우리 백제 스타일이었다

 

어머니는 연 노랑 한복을 입고 가시어 일어와 내가 번역을 도와 드린 한국어로 읊으시고 살짝 한국 춤사위까지 자연스레 하셨는데 그것이 그날 저녁 NHK 뉴스로 몇 번이나 나가 일본의 옛 친구들에게 연락을 받으셨다고 했다

 

그때 읊으신 만엽집의 요시노야마 단가 한 수가 인상에 남는다 

 

하루에 네번 투석을 하시어 모시고 갔어야 했는데 별 것도 아닌 스케줄로 못 간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가신 후 손호연 다큐멘타리를 만든다고 일본에 촬영을 가며  다까오까의 그 어머니 발자취를 찾아 간 적도 있다

 

여러 해 벼르다 이번에 일본 친구가 안내를 해주어 요시노야마를 가게 된 것이다

 

우리가 1400년 전 전해준 단가시를 일본인들은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고 만엽집도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는데 당시 요시노야마에 관한 단가가 많은 그 곳도 당연히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그들은 일생에 한번 거기 방문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이 시대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들이 현실적으로 그 먼 곳을 찾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내가 간다니 다들 놀라워 했다

 

동경서 신칸센을 타고 두시간 반 교토에 내려 다시 두시간 너머 기차를 타고 내리면 요시노야마 산에 오르기 위해 케블카를 타야 하는 찾아가기 어려운 노선이었다

드디어 그 위를 오르면 거기에 아담한 마을이 나오고 호텔이 있다

 

일본 친구 모녀는 아침에 세시간이나 걸려 동경의 나에게 왔기 때문에

요시노야마를 내게 보여주기 위해 종일 차를 탄 셈이다

먼 길이었다

 

요시노야마의 벚꽃이 옛부터 유명한 것은 산에 올라 바라보면 천그루의 꽃이 한 눈에 들어오고 또 그것이 천년 전 단가에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봄꽃 절정의 때에 맞추어 숙소를 정한 것이, 가보니 다른 도시들은 꽃이 다 한창인데 여긴 산 위여 기온이 낮아 아직이었다 

피는 때를 미리 맞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천그루 꽃의 만개는 못 보았으나 고전 단가에 많이 나오는 요시노야마에 오른 것이 의미가 있고 산 그 아래를 걸으며 본 가녀린 벚꽃은 보라색 제비꽃들과 함께 사랑스러웠다

 

어머니가 여기를 와 보셨었는지를 나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오셨었다면 만엽집에 나오는 수많은 요시노야마 벚꽃 이야기와 자신이 만엽축제에서 낭송한 그 사랑의 시를 떠올리며 감회에 젖으셨을 것이다

그리고는 일본에서 평하듯, 누에가 명주실을 뽑듯이 무수한 좋은 시가 나왔을 것이다

 

예스런 호텔 창밖으로 동경이나 교토, 일본 어느에나 많은, 벚꽃의 근원지인 이 곳의 이름을 딴 '소메이요시노' 연분홍 벚꽃이 하늘하늘 손을 흔들어 보인다

 

 

 

         요시노산길에 계속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었네 계속 떠오르는 그대처럼

 

                                             만엽제에서 손호연 시인이 한일어로 낭송한

                                                                    만엽집의 작가미상의 단가  

 

 

 

 


                          일목천본 一目千本  한 눈에 천그루의 벚꽃이 보이는 지점  - 요시노야마  2014   4  3


               이편 산에서 저편 천그루를 내려다 보는데 다른 곳에선 절정인 때에 높은 산이어 아직 피지를 않았다


                                          산 아래턱엔 봄꽃이 피었고 수학 여행 학생 무리가 보인다


                               산 입구와 그 아래턱에 길따라 어린 꽃이 피어나  멀리서 찾은 손을 반긴다


         일목천본一目千本  천그루의 꽃을 바라보는 지점에서 아직 피우지 않은 천그루를 바라보다  - 201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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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학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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