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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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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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17 03:40

 

                                                                                                                                      

 

 

 

          가마쿠라의 다이부쯔大佛                                                                 2016  5  13 

                                                           

 

                                                                    인  연

 

 

이 땅에 사는동안 사람의 인연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바다 건너 이 곳 일본 사람들과의 인연도 그렇다.

 

 

내가 아는 일본사람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옛 동창분들, 미국 유학 시절에 만난 친구들, 일본에서 나온 나의 책과 글로 알게 된 분들과 그 출간기념회에서 만난 분들 그리고 몇몇 도시에서 스피치나 강연 시낭송회 등으로 알게 된 분들과 최근 유학한 도시샤 대학의 선생님들과 학생들, 그 대학 교회의 목회자와 교인들이다. 

 

그러나 그 카테고리에 전혀 안드는 인연도 있다.

7년 전의 일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 집에서 경복궁 쪽으로 걸어 내려가 그 긴 담을 지나 동십자각이 서 있는 삼청동 입구로 들어서는데 거기에 모녀인 듯한 두 여인이 가이드 북을 깊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겉모습으로야 우리나라 사람 같아 보였지만 가이드 북을 들여다보니 외국인임에 틀림없다. 아니 일본인일 것이다.

" May I help you?"  다가가니 삼청동 수제비 집을 찾고 있었다.

외국에서 원하는 곳을 찾아 헤맨 경험도 있지만, 가이드 북으로 당시 우리의 번지수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일 것이라는 생각에 발길을 멈추었다.

 

한참을 가야 하니 그저 나를 따라 오라고 했다.

왼편으로 경복궁 담을 끼고 걷다 소위 북촌이 시작이 되고 양옆으로 상점들을 지나며 처음 보는 이들에게 몇 마디 설명도 했을 것이다.

 

드디어 그들이 찾던 수제비집이 나왔고 나는 그 맞은 편의 칼국수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들은 그렇게 열심히 찾던 유명 수제비집을 버리고 나를 따라 칼국수 집으로 들어왔고 따로 앉으려 하니 함께 앉아도 괜챦겠냐고 했다.

 

주인에게 칼국수 3그릇을 시키니 인심좋은 그는 만두 한 접시를 서비스로 드리겠다고 한다. 고마우나 일본 사람은 푸짐하게 많이 주는 것보다 예쁘고 적당한 양을 원하니 국수도 알맞게, 만두도 작게 담아 달라고 그들이 못알아 듣는 한국말로 당부를 했다. 알았다고 하고는 큼지막한 그릇에 가득찬 국수가 나오니 아니나 다를까 입을 벌리며 기겁을 했고 커다란 왕만두 8개가 접시 가득히 나오자 그들은 다시 기겁을 했다.

 

그런 서비스 스타일을 그 순간 바꾸어 줄 수도 없어 나는 화제를 돌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중 시인 어머니의 시 두어 수를 들려주니 문학관을 보고 싶어 했다. 나는 강남에 약속이 있었지만 그들끼리 찾아가라 할 수가 없어 시계를 계속 보아가며 안내를 했다. 일본인 특유의 다소곳한 스타일로 그들은 우리 모녀의 작품을 감상했다. 그것이 다였다.

 

그러자 일본으로 돌아간 아미 오카노에게서 편지와 선물이 오기 시작했다.

쿠키와 책, 커피와 차, 귀거리, 어떨 때는 잠옷도 있었다.

 

엉뚱한 비교지만 욘사마 생각이 났다. 한 때 그를 따르는 일본 아줌마 팬이 3백만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가 다니는 청담동 미장원 앞에 그가 오지 않는 날임에도 2백 여명의 아줌마가 줄을 서 있는 걸 본 적도 있다.

 

이미 최선진국이 되어버린 나라, 그 편리하고 발달된 문명에는 오래 전 간직했던 마음 속 순박함과 따스함, 그 순수한 사랑이 사라져 버린 건지도 모른다. 비록 픽숀이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욘사마로 대표되는 순박한 사랑을 보고, 손호연 시인의 실화인 순전한 러브 스토리에 그들은 눈물을 흘리며 그런 순수한 스토리가 한국에 아직도 있는 것에 감동해 하는 것은 상상 이상이다.

 

우리도 발전해 가며 그런 가치를 많이 잃어 가지만 그런 면이 보일 때마다 감격해 하는 그들을 보면 우리가 세계에 내놓아야 하는 가치란 인간의 속마음을 움직이는 그러한 감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된다.

 

아미 오카노와 그의 어머니 시미즈 상에게 진실된 마음과 호감을 보이는 이유를 묻지는 않았지만 몇몇 일본사람들과 특히 그 모녀의 정성은 감동스럽다.

 

정성담긴 편지와 선물들 그리고 동경을 짧은 며칠 갈 적마다 두 모녀가 한 두 시간 거리의 하코네, 니코 등을 안내해 주었다. 당연히 그들이 동경 교외에서 오는 줄 알았는데 아미는 2시간 반,  어머니 시미즈상은 3시간 반이나 걸려 오는 걸 후에 알고는 놀랐다. 새벽부터 움직여 온 정성을 생각하면 미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는 일본 고대 수도인 나라에서도 두시간이나 가는 요시노야마 라는 곳이 있는데, 봄 사쿠라 천그루가 산에 피어나는 마을로 특히 일본 옛 고전 문학선집인 만엽집에 그 아름다움을 한 줄의 단가로 많은 시인이 표현하고 있어 유명하고 가는 노선이 아주 어려운 곳인데 그 먼 곳을 동경에서 기차로 가, 천그루의 봄꽃을 함께 건너편 산에서 내려다 본 적이 있다.

 

지난 가을 단풍이 절정일 때는 교토로 오기로 했는데 나의 시험 기간에 방해가 되지않도록 오고 싶어도 참고 오지 않은 그런 배려와 세심함도 보였다.

 

일본내에 있어도 공부로 일년너머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동경 체재에서 연락을 하니 다시 3시간 이상이 걸려 와서는 이번엔 가나가와현의 가마쿠라를 데려갔다.

 

가마쿠라는12세기부터 14세기까지 약 150년간 가마쿠라 막부가 자리했던 곳으로 동경에서 기차로 한시간 여, 17만명 인구의 작은 시골 마을이나 엄청난 세계 관광객이 오는 곳이다. 어린 학생 시절 그 곳의 명물인 다이부쯔大佛, 13m 높이에 121톤 무게인 부처를 돌아본지 실로 46년 만의 일이다.

 

어려서 어마어마하게 커보였던 것만큼 커보이진 않았지만 여전히 거기에 넓찌기 앉아 있는 청동 부처를 올려다보며 늘 조용한 배려와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아미 모녀와의 인연을 감사했다.

 

같은 제목의 유명한 에세이, 피천득 선생의 "인연" 처럼 일본 여성 아사코를 만나며 살포시 마음에 사랑을 간직하게 되는 그런 인연을 기대하신 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일본에서 인연 하면 떠오르는 것이 아미 모녀인 걸 어쩌랴.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

더구나 요즘은 저가 항공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오가고 있다.

 

 

정부와 정상들이 굳이 나서는 한일 관계도 있겠으나 오히려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민간 외교야말로 벌어진 이웃 나라, 우리의 사이를 더 살갑게 하는 것은 아닐까. 어느 한 여름, 서울의 동십자각이 보이는 삼청동 입구에서 만난 아미 모녀를 떠올릴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일목천본, 이편 산에서 저편의 천그루 사쿠라를 내려다보다  - 2014  4  요시노야마

 

 아미 오카노와 어머니 시미즈상의 덴뿌라 점심  - 2016  3  26  가마쿠라


                   1413년 세워진 청동대불大佛, 그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간다 - 가나가와현 가마쿠라  2016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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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 졸업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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