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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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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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5.17 03:32

 

 


                                                                                                                                 시라카와고   2016  2  6

 

 

 한 겨울 시라카와고白川鄕

 

 

일본에 올 적엔 공부 틈 사이사이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으나 학교 따라가기에 바빠 여의치가 않았다.

나의 시를 일본 작곡가가 작곡하여 동경에서 2천명 규모의 음악회가 두번이나 있었는데도 가보지 못했으니까.

 

9과목 가을 학기 전체를 다루는 엄청난 양의 기말고사를 마치고야 숨을 돌렸다.

기차로 한 두시간 거리에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 작은 도시에 규모 있는 미술관이 들어선 이후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가나자와 金澤 생각이 났고 친구가 추천하는 마을 전체가 온천이라는 키노사키城崎도 떠올랐다.

 

오랫만에 아침 TV 를 켜본다.

주말 여행지 소개가 나오는데 기후현岐阜縣의 '시라카와고'白川鄕 가 눈에 띈다. 오래 된 초가집 형태의 가옥이 모여 있는 독특한 갓쇼즈쿠리合掌造 마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한국 신문과 TV 에서 본 적이 있어 늘 관심이 갔는데 그 마을 이름이 기억나질 않아 여기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일본엔 세계문화유산이 많아서인가 신통한 답이 나오질 않았었다.

 

그 생각을 마침 하는데 바로 그 때 그 곳이 TV에 나오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그럴 땐 꼭 하나님이 내 마음을 읽으시는 것만 같다. 바로 교토 역으로 가 JR 기차를 타고 가나자와로 갔다. 거기서 시라카와고로 가는 리무진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를 미리 예약해야 한다고 했지만 하루에 노선이 많아 기차부터 우선 타고 버스 예약을 하려니 종일 만석이고 시라카와고에는 모든 숙박시설이 찼다고 한다.

가슴이 철렁했다. 기차는 달리고 있고 잘 못하다간 길에서 잘 판이다.

 

할 수 없이 가나자와에 내려 하루를 묵고 렌트카를 하여 시라카와고를 갔다.

눈 덮인 높은 산맥을 바라보며 그 앞으로 흐르는 싯푸른 강에 걸쳐진 다리를 건너니 사진에서 보던 그 유명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백여 채 눈을 이고 서 있다. 오랜 세월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온 산악지대에 펼쳐지는 옛 마을이 눈 속에 눈부시다.

 

어디나 60도로 경사 진 초가집인데 억새로 올린 초가에 방수장치가 없어도 눈비에 물이 새지 않는다고 한다. 한 집에 점심하러 들어가니 그 속이 그렇게도 드넓고 4층 5층의 높이여서 놀랐다. 옛 살림들을 전시한 초가 박물관과 초가 찻집도 흥미로웠다. 차가운 마루 한가운데 놓인 난로에 둘러 앉아 뜨거운 차를 마시며 옛 사람이 기거하던 2층 3층의 침실과 부엌과 기도실을 돌아본다.

 

여기저기 줄선 중국인들을 보니 수없이 전화해도 방이 없던 이유를 알겠다.

관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면 서울처럼 대도시인 동경이나 교토, 오사카를 가는 것이 정석일 텐데 일본의 여러 지역에 중국인들은 이미 들끓고 있다.

그것은 중국인들이 일본의 지방 명소들을 찾아내어 많이 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일본이 여러 지역을 찾아갈 수 있게 편리한 교통편이나 비자 완화, 먹거리 볼거리, 친절이 넘치는 서비스 등, 관광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를 중심으로 관광에 고강도로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았고, 각 나라 외국인 전문가들이 그 나라 사람의 여행 특징을 말하며 먼 곳에서 온 관광객은 2주 이상 머물고 인접 국가는 2, 3일 머문다는 통계에서부터 심층 토론하는 것을 TV에서 본다.

 

그럴 적마다 우리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서울의 북한산은 물론, 강원도의 수려한 계곡과 남해의 아름다운 섬 등, 여러 지방에 숨겨진 매력이 있음에도 그것을 스케일 있게 알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내가 아는 많은 일본인들은 서울에 가면 부여를 가고 싶어하는데 그들의 먼 조상이 살았던 뿌리를 찾는 것이지만 교통이나 관광 인프라가 아쉽기만 하다.

 

한국에 오는 중국인 수준과 돈을 쓰는 액수도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더구나 한국사람은 일본에 한번 가는 것이 아니고 몇 번이고 가는데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도 다시 계속해 방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싸서 가는 나라가 아니라 무척 비싸더라도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공기가 유난히 상쾌한 시라카와고는 사계가 다 좋다고 하지만 경사진 초가에 하얀 눈이 덮힌 겨울이 제일 잘 알려져 있다. 벚꽃을 노래한 시비가 서 있고 물레방아의 정취와 좋은 물의 온천이 산에 숨어 있다.

 

주민에게 7달이 추운 이 산속 골짝에 왜 사는냐고 물으니 공기와 물이 너무 좋아 도시엔 갈 수가 없다고 하며 '살면 고향' ()이라고 한다. 마을을 부수어 현대식 건물로 바꾸지 않고 추위와 불편함을 감수하며 긴 세월 명맥을 이어 온 그 특이한 삶과 순박한 마음을 바라보며 거기를 찾는 사람들과 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껴야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산맥 앞 명징한 강을 건너면 숨겨진 150년 전의 초가 마을이  - 2016  2  6

5층의 갓쇼즈쿠리合掌造 초가 가옥  - 2016  2  6  시라카와고

초가집 내부의 너른 응접실과 침실 - 2016  2  6 시라카와고

 이렇게 작은 집도 있는데 두터운 억새 초가지붕은 눈 비에도 새지 않는다

연못 가운데 떠있는 갓쇼즈쿠리 가옥  - 2016  2  6 시라카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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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 재학중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저서 -치유와 깨우침여정,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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