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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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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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2.01 15:25

 

 


                                                                                             京都 타노텐망구  紅梅   2016   1

 

 

  꽃 소 식

 

 

관직에 계셨던 아버지 덕에 어려서부터 나에게 설은 양력이었다. 미국생활의 설도 물론 양력이었다. 그러던게 귀국을 하고 보니 어느샌가 우리나라의 설이 음력 위주로 바뀌어 있었다.  

 

같은 동양인데도 이 곳 일본의 설은 양력이다. 오봉이라는 우리의 추석같은  명절도 여기는 양력 8월 15일이다. 

 

설날 즈음의 일본 인사말은' 아께마시떼 오메데토오고자이마스' '새해가 밝아져 축하드립니다' 이다. 그 말을 주로 하나, '初春노 오요로꼬비오 모오시아게마스' '초봄의 기쁨을 말씀드립니다' 라고도 한다.

1월이 겨울이라 해도 벌써 초봄의 기운이 돋아나니 그 새봄 기운을 잘 받으시라는  희망의 인사말이다.

 

이 곳의 12월, 1월은 저녁에는 많이 떨어지지만 낮에는 12도 정도, 햇살이 나오면 따뜻하다.

 

지난 12월 초, 가까이 있는 단풍진 키타노텐망구北野天滿宮에 갔을 때에 잎파리 하나 없는 매화나무가 많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전에 TV에서 2월 25일마다 매해 매화 마쯔리(축제) 하는 것을 보아서 그 곳에 서있는 직원에게 매화 축제는 교토 어디에서 하나요?  물으니 바로 그 곳이라고 했다.

반가웠다. 2월 말이면 드디어 1300그루의 매화꽃을 볼 수 있으니까.

 

세계적 불교 도시인 교토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에도 수업이 있다. 이브 날 고전문학 교수가  다음 날인 25일에 크리스마스와 전혀 상관없이 키타노텐망구에 가면 입구에 대단한 장이 서니 가보라고 했다. 기대는 안했지만 권유를 받아 그 곳을 찾아갔다. 장에는 일본 특유의 먹거리들이 있었다.

 

그것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깜짝 놀랄 광경이 펼쳐진다.  아니 이게 왠 일인가

.

긴 겨울을 인내하고 이른 봄이 되어야 피어난다는 매화가 활짝 피어있는게 아닌가. 바알갛게 하얗게 오래 묵은 수십 그루에 피어있었다. 해마다 2월 25일에 전국 최초 매화 축제가 그 곳에서 벌어지고 전국에 생중계를 하는데 만 두 달 전인 12월 25일에 이미 피어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 빨리 피어나는지 모른다.

십 몇 년 후인 2020년에는 우리 나라도 12월이 가을이 될 것이라고 한다.

 

1월이 되니 내 학교 도시샤 대학 채플 앞 4그루의 매화도 꽃이 피어났다.

도시샤의 상징이 매화이다, 창립자 니이지마 죠 新島讓가 사랑한 매화는 그의 매화시 두 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겨울 이겨낸 매화처럼 진리 또한 어려운 환경에도 그 꽃을 피워내리

                                                                                     니이지마 죠

 

1월 20일 교토에는 아침에 단 몇 시간 함박눈이 왔다. 눈을 맞고 등교한 캠퍼스가 하얀 세상으로 아름다웠고 홍매 위에 내린 눈은 환상이었다. 기말 시험 보기 전에 한 컷을 찍고 후에 제대로 찍어야지 했는데 90분 시험을 머리 싸매고 치고 나오니 해가 나와 눈이 다 녹아버렸다.

 

바쁜 걸음에 젖은 핸드폰을 꺼내 한 컷이라도 찍길 잘 했다.

어느 누가 1월에 매화가 피어나고 그 위에 눈이 온 것을 믿을 것인가. 이 증명사진이 없다면. 

 

일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교토의 눈은 다음 날 조간 신문 프론트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국에서 서설이 오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한다.

이 곳의 함박눈이 내린 홍매와  벌써 피어난 어여쁜 꽃들을 초봄의 꽃소식으로 만사가 순조로운 새해 2016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멀리 있는 그리운 친구에게 보내고 싶다.

 

 

 

혹한의 인고를 거쳐야 피어나는 꽃

이제 그 깊은 의미를 바라보게 되네

 

 

                                    이승신

 

 

 

 

 

 연분홍 장미꽃  - 이세진구 伊勢神宮   2016  1  3

 

여러 빛깔로 피어난 작약 함박꽃 정원 - 고베 효고켄  2016  1

 

백매 - 교토의 키타노텐만구 北野天滿宮  2015  12  25

 

 홍매에 내린 함박눈  - 도시샤대학 채플 앞   2016  1  20

 

   백매화, 키타노텐만구  -  교토  20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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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영문과, 와싱톤 죠지타운,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대 재학중 

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저서 -치유와 깨우침여정에서,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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