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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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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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6.21 17:35

 

 

                                                                                                                         2015    6   1

 

 

  네팔의 비-루

 

도시샤東志社 대학에서 독해 시간에 읽은  수필이 있다.

 

일본 '문예춘추' 잡지에 실린 '최근 내가 가장 울었던 이야기' 라는 제목 아래 쓰여진 '네팔의 비루' (일어로 비루는 맥주) 다. 작가는 요시다 나오야 吉田直哉 로 일본 NHK 방송의 다큐멘타리와 드라마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고  '일본의 민얼굴'  '내 안의 테레비' 등의 여러 저서가 있다.

 

번역하여 여기에  줄여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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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야기이니 정확히 최근은 아니지만 내게는 어제 일처럼 새롭다  한 여름 촬영하기 위해 네팔의 도라카 라는 곳에 열흘을 머물게 되었다  해발 1500 미터로 전기 수도 가스 같은 현대 문명이란 일체 없는 곳이다

 

4500명의 인구로 자동차도 도로도 없는 상황이 세계 수준에 못미친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다. 여행자 눈에는 인류의 이상향인 듯한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삶이 있을까 싶다.  젊은이 특히 아이들은 그 마을을 벗어나 전기와 차가 있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것이 무리는 아닌게 나만 해도 차 없이 무거운 장비를 들고 등산을 해야만 했다.

 

15명이나 포타를 고용해 장비와 식품으로 짐을 줄여야 해 맨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비루였다. 무엇보다 무거웠고 알콜이라면 위스키 쪽이 훨씬 효율적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촬영이 끝난 어느 날, 눈 앞에 시내가 잔잔히 흐르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아 여기 차가운 비루 하나만 있다면 '  그 말을 통역을 통해 들은 체토리 라는 마을 소년이 눈을 반짝였다  '내가 가지고 올 수 있어요'   ' 어디 가서? '  어른 걸음으로 두시간이 걸리는 챠리콧토 라고 했다   '해지기 전 돌아올 수 있어요'

 

8시쯤 그가 5병을 들고 나타나 우리 모두는 박수로 그를 맞았다.  

 

다음 날 촬영하는데 소년이 '오늘은 비루 필요 없나요? 오늘 토요일은 수업이 없고 내일도 휴일이어 많이 사올 수 있는데요'   어제 맛본 생각도 나고  해 한 타스 살 돈 이상을 그에게 주었다  그런데 밤이 되어도 소식이 없다

 

사고는 아닐까.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그런 큰 돈을 주었으면 도망간 거라고 입을 모았다  15세의 체토리는 집을 떠나 산을 하나 넘은 곳에 하숙하며 학교를 다닌다  거기를 촬영하며 보고 들어 사정은 알고 있다. 짚으로 된 침구만이 있는 작은 토방에서 다미아와 지라 라고 하는 향신료를 고추와 섞어 돌 사이에 넣고 갈아 야채와 끓이는 일종의 카레를 밥에 얹어 먹으며 작은 석유 램프 하나 있는 어두운 방에서 엎드려 공부를 했다. 

 

그 체토리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토 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어도 무소식이다. 학교를 찾아가 선생님에게 의논을 하니 '너무 걱정말아요. 사고 같은 건 아니니. 그런 큰 돈이라면 도망 간 겁니다'

 

후회 막심이었다. 그저 단순한 생각으로 네팔 아이에게는 큰 돈을 건넨 것이다. 착한 아이의 일생을 그렇게 망친 것이다. 

 

그래도 혹 사고는 아닐까. 

안절부절한지 사흘째, 숙소의 문을 누가 세게 두둘긴다.  최악의 흉보는 아닐까 하며 문을 여니 거기에 체토리 군이 서 있었다

 

흙투성이었다.  챠리콧토에 비루가 3병 밖에 없어 산을 네개를 넘었다고 했다.

모두 10병을 구했는데 3병이 그만 깨져버려 울상이 되어 그 파편을 꺼내며 잔돈을 내 놓는다

 

그의 어깨를 안으며 나는 울었다.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깊이 여러 반성을 해 본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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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커다란 쓰나미가 일본에 일어났고 매일 매일 사람들과 마을이 통째로 사라져 갈 때 시인 어머니를 존경한 그들이 생각났고 그 때 시를 250 수 쓴 적이 있다. 양국 신문에 그 시들이 나가 화제가 되었을 때  몇 분이 왜 일본을 그리 위로하는가, 터키와 인도네시아에 지진이 났을 때는 왜 그리 하지 않았는가  라고 했다.  일본이니까 했다 라는 말을 나는 꺼내지 않았다.

 

이번에 큰 지진이 난 네팔의 뉴스를 교토에서 보며 그 생각을 했다.

 

네팔에 아직 가보지 않은 나는 네팔이라면 에베레스트 산이 생각날 뿐이었다. 

이 글을 보며 나는 울었다. 밤새 모르는 단어를 찾아 읽고 또 읽으며 그런 순박하고 정직한 마음이 살아있는 나라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쓴 작가에게 감사하고 싶어졌다.

 

 

독자의 마음을 울리고 그 마음을 일순에 바꿀 수가 있는 문학의 힘이다.

 

 

 

 

                                                        


산 아래 마을  - 네팔 


히말라야 그 聖山 이 보이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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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 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저서  -  거꾸로 도는 시계,  치유와 깨우침의 여정에서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그대의 마음 있어 꽃은 피고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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