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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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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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07 15:14

 

 

                                                                                           2014    2   24 

 

 

                       Send in the Clowns

 

   

이제는 막이 내렸다

아직 생일이 안되어 만 23살

빙상에선 많은 나이라고 하나 겨우 23살에 그런 성숙함이 나올 수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그의 연기가 우아하다 아름답다고 하지만 성숙함이란 훈련으로 연습으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언젠가 외국 기자가 아이스 링크도 제대로 없고, 스승도 제대로 없고, 같이 뛸 라이벌 선수도 없는 피겨의 불모지 나라에서 이런 선수가 나왔다는 걸 한국 국민은 영광으로 여겨야 한다 라고 하는 걸 듣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

 

고행과 인내해야 하는 수행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성숙의 깊이가 그 나이에 나오고 온 세계가 틀림없는 금메달이라고 했는데 이상한 편파 판정으로 상상도 못한 다른 빛깔의 메달을 목에 걸고도 그런 의연함을 보일 수 있는 걸까

 

마치 서로의 나라처럼 빙판의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국민 영웅 아사다 마오도 은퇴하는 날 기사에  2년 전 타계한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 다짐을 했고 러시아 출국 날엔 모녀의 추억이 서려 있는 단골 요리집을 홀로 찾아 마음을 다 잡았다는 걸 보며  아 - 그도 누군가의 딸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그런 고뇌와 어려움을 견디어내고 연습의 연습, 도전의 도전을 거듭하며 다져진 성숙함일 것이다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지만 오래 전에 하나 깨우친 게 있다면 발레나 스케이팅처럼 몸 동작으로 하는 예술은 아주 자연스럽게 힘이 하나도 안든다는 것처럼 하는 것이 고수라는 것이다   멋지게 하고도 애쓰는 것처럼 보이면 그것은 하수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아는 관중이 바라볼 때에 어렵다는 걸 전혀 눈치 못채게 물이 흐르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기술과 농익은 연기를 보임으로 최상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에 더해 나는 이번 선곡에 마음을 다시 빼았겼다

 

"Send in the Clowns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삶의 한 단면을 보이는 가사와 멜로디가 일품인 노래다  

 

 

Isn't it rich?  Are we a pair?
Me here at last on the ground
You in mid-air.
Where are the clowns?


Isn't it bliss?  Don't you approve?
One who keeps tearing around
One who can't move
But where are the clowns?
Send in the clowns


Just when i'd stopped opening doors
Finally knowing the one that i wanted was yours
Making my entrance again with my usual flair
Sure of my lines... No one is there


Don't you love farce?  My fault, I fear
I thought that you'd want what i want
Sorry, my dear
But where are the clowns?
There ought to be clowns
Quick, send in the clowns


What a surprise!
Who could foresee i'd come to feel about you
What you felt about me?
Why only now, when i see that you've drifted away?


What a surprise!  What a cliche!
Isn't it rich?  Isn't it queer?
Losing my timing this late in my career


And where are the clowns?
Quick, send in the clowns

 

Don't bother... they are here

 

 

 

멋지지 않아요?  우린 콤비지요?
나는 마침내 이제 이 지상에 섰고

당신은 어디에
어릿광대가 어디 있나요?


그건 복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나요?
계속 뛰어다니는 사람 

움직일 수 없는 사람
그런데 어릿광대는 어디 있어요? 

어릿광대를 보내줘요 


문을 열려고 멈춰섰을 때

내가 그간 찾았던 게 당신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다시 등장해 평시의 육감으로 대사도 확실한데
거기엔 아무도 없네요
 
어릿광대 극을 좋아하지 않나요?
내 잘못이었지만 당신도 내가 바라는 걸 바랄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안해요  그대 
그런데 어릿광대는 어디 있어요 ?

어릿광대가 있어야 해요 
속히 어릿광대를 보내줘요

 

아  됬어요 ...  여기 있네요 ~

 

 

놀라와요 !

당신이 내게 느꼈던 걸  내가 당신에 대해 마침내 느끼게 될 줄을 

어느 누가 알았겠어요?

그런데 그게 하필 당신이 가버린 지금일 줄이야


놀랍군요 !   통속적이고 !

멋지지 않아요?   이상해요? 
내 경륜 이리 늦게 타이밍을 놓치다니 


그런데 어릿광대는 어디 있어요 ?

어서  보내줘요


아  아마  ...   내년 쯤이나               (이승신 역)

 

                                         

20 여년 전  워싱톤에 있을 때 버지니아의 월프 트랩 Wolf Trap 야외 극장에서 Judy Collins가 노래한  Send in the Clowns 를 초여름에 바라보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칼 "Little Night Music"에 나오는 노래로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잠긴 여배우가 무대에 오를 수가 없어 자기대신 무대에  서 줄 어릿광대를 보내달라고 하는 가사의 곡이다   세계에서 여러 가수가 불렀지만 그녀의 버전이 가장 멋졌다

슬픔을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시와 곡 그리고 마치 자신의 삶인 듯 그의 깊은 표현이 많은 이들을 빨려들게 했다

 

그리고 8 년 전 뉴욕의 카알라일 호텔, 다이아나 공주가 묵었고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디 엘렌이 월요일 밤마다 클라리넷을 부는 것으로도 유명한 1층 레스토랑에서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주위의 공기를 압도했다  

큰 눈과 금발 머리 그리고 꿈결같은 독특한 소리가 지금도 들려온다

 

그 후 어디서건 그 선율이 들려오면 가슴이 울려 왔다

몇 해 전 파리의 골목길을 혼자 걸을 때도 나는 발길을 멈추고 섰다 

 

그 애련한 사랑의 시와 구름 위를 넘나드는 듯한 멜로디에 스케이팅 연기를 합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걸 연아가 들고 나왔고 그 애잔함의 깊이를 성숙하게 표현하여 스포츠와 연기와 음악이, 가슴에 들려오는 시로 하나가 된 예술의 탄생을 저마다의 기억으로 세계가 바라본 것이다

 

신의 경지라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것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하나님이 함께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했지만

내가 딸이 있다면 그 대단한 영광과 행복을 위해 그런 혹독한 훈련을 시키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의 발과 발목 무릎 허리 척추 관절이 성한 데가 없다고 한다

1 8년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수도 없이 돌았기 때문이다

몸은 왼편으로 10도 기울어졌고  하이힐도 신을 수 없다고 한다

 

젊으니 그래도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간절히 바라며 그 여린 어깨에 무겁게 지워졌던 짐을 이제 내려놓고 그 몸과 마음이 푹 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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