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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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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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2.25 21:43


                                                                                                   2014    2   17 

 

 

                                        떡 볶 이

 

   

그 저녁 미국무장관이 시장에서 떡볶이 먹는 것을 보고 나와 말을 주고받으며 나도 그 떡을 먹게 될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다

 

가끔 내가 가는 효자동의 곰탕집 '백송'은 역사도 길지만 역대 대통령들도 가는 곳으로 수 십년 자리를 지키고 앉은 주인 할머니와 전 대통령이 찍은 사진이 안채 벽에 걸려 있다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주차인이 차를 물었다   길 건너 통인 시장을 죽 걸어 나가면 집이어서 차가 없다고 하자 시장에 대통령이 오게 된다고 귀뜸을 해준다   명절도 아닌데 농담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날 만나러 오는가봐 하고 같이 웃었다

 

명절에는 서민의 삶을 살핀다는 의미인지 대통령이 불쑥 들려 야채 값도 묻고 사진도 찍고 그러다 손녀가 비싼 잠바를 입었다고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별 날도 아닌데 왠일인가 하며 바라보니 평시보다 경비 숫자가 더 보이는데 큰 길을 건너 시장에 들어가니 미국 경비원들도 보인다

입구에 미리 온 구의원과 동장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몇 분만 기다려 본다는 게 맘 좋은 구의원과 이런저런 동네 이야기를 하다 미국무장관이 대통령과 면담을 하고 이리로 올 거라는 말을 듣고 거기 있는 미국 수행원에게 물었다
워싱톤에서 왔는가  거긴 내 고향인데 지금 서울보단 안 춥지~ 하니
Sam이라는 미남 청년은  ‘It's terrible' 하며 핸드폰의 눈투성이 워싱톤 사진을 보여 준다
생각하니 나도 몇 번 워싱톤의 희귀한 폭설로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한 경험이 있다
저녁 만찬을 하는 모양인데 더 기다릴 수가 없어 나는 가야겠다고 하니 곧 도착한다고 그가 일러 준다

 

그러자 얼마 안있어 은빛 머리칼과 하늘색 넥타이를 한 존 케리 미국무장관이 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고 미국 대사 성김이 안내를 했다 

순간 나는 그에게 나를 소개하고 워싱톤에 오래 살았으며 죠지타운 대학을 다녔다고 했다   미국 사람 특유의 순박함과 털털함을 보이는 그는 그 때가 언제 였지요  하며 말을 건 이에게 정다움을 보였고  마침 가지고 있던 영어로 된 어머니 시집을 건네주었다

 

과일 가게 앞에 다가가 이 과일들은 어디서 왔는가 라고 물었고 좀 전까지 오랜 단골인

내 어머니의 인품을 구의원에게 말하던 과일 주인이 중국과 칠레, 이건 미국~ 하니 미국에서 왔다는 말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더 나아가 통인 시장의 명물인 기름 떡볶이 두 집 중 정할머니 집 앞에 섰다  

내가 보기에도 매워 보이는 빨간 색과 허연 색의 차이는 무엇인가 하니 빨간 건 고춧가루이고 허연 건 간장으로 간을 한 기름 떡볶이라고 표정 없이 할머니가 답했다

 

김대사가 값을 묻지 않아도 안다는 듯 주머니에서 6천원을 현금으로 내었고 정할머니는 익숙한 솜씨로 떡을 볶아 두 종류를 작은 접시에 수북이 담아 주었다

그가 한 입을 맛보더니  good, this (red one) is good too  그런 정도 하고는 더 먹을 수도 없고 그냥 내려놓기도 그렇고 이 사발을 어찌해야 하나 하는 심정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는데  이튿날 조간에는 '너무 맛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라고 썼다 

 

그는 부시 후보에 맞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미 전국을 뛴 사람으로 사람 상대에 능숙하고 더구나 지금은 미국 국무장관으로 전 세계 200여 개국을 상대하여 수시로 중재하고 미국의 힘을 보이는 막강한 글로벌 파워 맨이다

 

그런 그가 카메라가 들어오는데 가만히 있거나 bad 라고 할 리는 없다
미국에서 TV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나도 그 일을 오래 했지만 일상적인 말도 누가 이리 쓰면 온 국민이 그렇게 믿어버리게 된다

 

청와대에서 우리 대통령에게, 현안과 북핵과 미국으론 너무 신경이 쓰일 한일 관계, 4월에 일본 체재를 쪼개어 한국까지 오는 변경된 스케줄에 앞서 미국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위험 수위가 된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고 적극 중재를 위해 왔을 그를 짧은 시간에 무언가 한국적인 문화를 좀 보인다는 게 청와대 곁, 시장 스케줄이 되었을 것이다

 

그 시각에 내가 거기 있었던 건 우연일까
저녁 8시 반
수행원 무리와 카메라 기자들 외에 일반인은 거의 없었다

 

미국의 20여 년, 조국과 내가 자라난 고향 동네를 그렸고 지금 그 그리던 마을 여기에서 죠지타운 다닐 때 시내로 걸어 내려가면 백악관이고 그 옆에 미국무성 (Department of the State)을 늘 지나던 생각을 한다 

 

그 곳에서 온 장관과 이 마을의 할머니, 무관해 보이는 동서양의 두 사람이 떡볶이로 마주 하고 있는 걸 바라보면서  내 생의 두 시대와 내가 사랑하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두 공간을 떠올리며 두 나라 사이의 오랜 인연과 나와의 인연 그리고 그가 받아 든 시집 속의  간절한 평화의 시 한 줄을 생각해 본다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One desperate hope that i hold dear May countries be without the strife 

                                    

 

 

 


더 먹을 수도 없고 놓아버릴 수도 없어 하는 표정의 케리 미국무장관과 떡볶이

서로 원조라는 두 집은 그 날 이후 케리 떡볶이를 찾아 줄을 선다  -  2014 2 13


갓 볶은 떡볶이를 성김 미국 대사가 보스에게 권하다  -   201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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