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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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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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22 19:03


                                                                      오사카 성을 두른 연못       2014    1    19 

 

 

                                  오사카 성

 

교토에 가는 것에 비해 거기서 가까운 오사카는 상업 도시여서인지 아주 오랫만에 가게 되었다   

 

오사카라 ~

그 곳은 오래 전 아버지와 둘이서 아침을 한 곳이 아니던가

 

아버지는 83년 가시기까지 20여 년 한국 변리사 회장이었고 영어를 좀 한다고 세계의 국제회의에 나를 데리고 다니셨는데 비자도 받기 어렵던 시절 일본의 큰 회사들이 거의 아버지의 client 였고 한국의 특허와 지적재산권을 강연하러 일본에 자주 가셨다

그때 내가 왜 같이 갔었는지는 생각이 안나나 오사카의 당시 제일 좋은 호텔에 머물며 아버지와 햇살이 비치는 아침을 함께 한 기억은 생생하다

 

가난한 수재만이 간다는 평양사범 (백선엽 장군의 2년 선배)과 만주 신경의 유명 로스쿨을 나오고 고시를 거쳐 서울의 미군정청과 상공부 연료 과장으로 시작, 30대에 특허청장 (당시 관리 중 가장 한직) 이 되어 아무 기본이 없던 1956년, 발명의 날을 만들고 대한민국 특허, 발명,지적재산권의 개척자로 후에 변리사회도 만들었는데 어렴풋이 예전에 30리 길을 매일 걸어 학교에 갔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내가 본 아버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선구자적 비전과 실력과 인품이 있고 대륙적이며 화안하고 유유로워 보여 그가 가난했다거나 고생을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떠오른 적은 없다

 

그때 아침을 들며 지나간 날들을 회고하듯  '아빠는 끝에 가선 결국 이루어지는데 무엇이든 그 과정이 아주 힘겹고 어려웠어' 하며  '너는 엄마가 인물도 머리도 좋게 낳아 주었으니 앞으로의 인생은 네가 개척하기에 달린 거야' 라고 했다

늘 아버지와 함께 하며 같이 살 줄만 알았던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고 인물이 좋다는 말정도가 귀에 들어왔었던 것 같다

 

그 후 하늘이 무너지듯 갑자기 아버지 가시고, 어른이 되어 어려운 과정을 맞을 제면 언젠가 철이 없던 때 오사카의 브렉퍼스트 넘어로 하신 아버지의 말들이 귀를 울린다

 

그 오사카에서 30년도 전, 지금의 나보다 젊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가난을 무릎쓰고 30리 길을 걸어 평양으로 만주로 혼자 공부하던 어린 시절, 빈손으로 성공하기까지의 그 험난한 인생 역정, 허허벌판 나라의 초석을 세우는 과정의 고뇌, 평양에서 서울에 내려왔다 3.8선이 막혀 영영 못보게 된 부모 형제를 긴 세월 홀로 사무쳐 했을 그 마음에 새삼 가슴이 저며온다   

밝고 긍정적이며 화안내고 재미있어 많은 사람들이 따르던 아버지를 그저 좋아만 했지 그 깊은 상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국에 있을 제 동생에게서 아버지와 설에 임진각에를 갔는데 아버지ㅡ 어머니ㅡ  제가 서울에서 성공해 잘 살고 있습니다 라고 북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며 눈물을 보이셨다는 나로서는 처음 듣던 이야기도 생각이 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400여 년 전 일본을 통일하고 지었다는 일본의 대표적 고성이요 자존심인 오사카의 명물 오사카 성은 '죽기 전 꼭 보아야 하는 세계 역사 유적 100'으로 2차 대전 때 집중 폭격의 표적이 되어 새로 지은 것이라는데 층층이 그 세밀하고 꼼꼼한 전시물들을 오랫만에 다시 돌아보며 나는 지난 30년을 못 보았고 앞으로도 살아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이윤모 아버지 생각을 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우리에겐 침략의 바람을 일으킨 이미지이지만 근면 성실 정직함으로 막부의 최고 지위까지 올라 최초의 일본 통일을 함으로 일본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 대단한 존경을 받는다고 거기에 쓰여져 있다

 

거기에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있었다' 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전혀 다른 환경, 다른 결과이지만 세모의 13도 포근한 오사카의 공기가 혹여 따스한 아버지의 그 손길이 아닌가 싶어 주위를 자꾸 돌아보게 되는데  '빈한한 아들 근면 성실 실력 세심한 마음 씀씀이  존경'이라는 오사카성 박물관의 한 인물의 묘사가 내 아버지를 더 떠올리게 한다 

     

 

                    지나온 길 뒤돌아보면 속깊은 그대의 상처에 내 손이 닿지 못했네

 

                                                                                                손호연의 단가

 

 

 

제가 그간 만든 "손호연 시집"들의 님을 그린 절절한 사모함의 시를 보며 많은 분들이 세상에 이토록 님을 그리는 여성이 있다니 하고 감탄을 하는데  얼마 전 한 분이 그랬습니다   '부군이 대체 얼마나 훌륭한 분이면 그리했을까' 라고   그게 과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엄청난 돌벽이 드러나는데 한 돌의 규모가 20평 아파트 단면의 크기         


성의 내부 박물관 층층이  세밀하게 전시된  400여 년 전의 기록과 전시물


 거대한 오사카성 천수각에 어스름이 내리고 불이 켜지며 그 4백년의 역사를 드러내다 - 201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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