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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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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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16 20:06


                                                                                                                               2013   11   28 

 

 꾀꼬리 동산 

 

 

'오래된 나무'  제 에세이에서 경복고교의 큰 나무 이야기가 나오자 몇 분이 자신의 모교라고 반가워하며 그 안의 꾀꼬리 동산엘 꼭 가보라고 했습니다

 

수 십년 살아온 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를 겨우 10여 년 전에 처음 갔고 이젠 꽤 자주 가게 되는데 일단 들어가면 꾀꼬리 동산이 오른편에 있어 그 곳을 아니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그 입구에 고색이 창연한 돌에 '겨레와 나라의 별들이 되어' 라고 새겨져 있어 눈길을 끕니다

 

오랜 삶의 미국에서 오자 서울에 눈에 띄는 것이 거리에나 육교나 현수막에 무슨 경구나 훈시조의 글들이 '건너가지 마시오 ' '길 조심 차 조심 ' '교육이 서야 나라가 선다' 등으로 쓰여져 있어 낯설고 꼭 저렇게 써야만 사회가 돌아가나 라고 생각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오래된 학교 마당 돌에 새겨져 있는 글은 어쩐지 정겹게 느껴집니다

'나라와 겨레의 별이 되어'

갓 열살을 넘긴 중고교  한창 감수성이 섬세한 저들이 매일 학교에서 보는 그 글귀는 가슴에 새겨져 꿈을 주고 이상을 세워주어 이 나라와 겨레와 세계에 기여하는 우뚝선 인물이 되는 희망을 반드시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이 된 제가 보아도 마음이 펴지고 꿈과 비젼을 곧추 세우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더구나 그 아래엔 어여쁜 애기 담쟁이가 휘어감고 빨갛게 물들어 꼬물꼬물 오르고 있습니다

그 꾀꼬리 동산에는 빙 둘러 앉을 수 있는 나무 벤치가 놓여져 있고 선생님이 앞에서 학업과 앞으로 펼쳐질 삶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말씀들을 해 주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남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교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있는 커다란 300년 된 은행나무와 여기저기 서 있는 굵은 나무들과 오른편으로 오르는 동산은 수 많은 졸업생에게 큰 포부와 추억을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학교를 나왔다고 소식을 주신 분 증에는  서울 시장에 도전했던 분도 있고 이름난 학자, 훌륭한 기업가도 있는데 한 목회자의 이야기에 감격했습니다

 

미국 볼티모어에 살 때 80년에 한인 교회 교인이 2천명이 넘었다면 아주 큰 교회입니다

아담한 체구의 목사님이 늘 웃고 밝은 모습이 좋았고 평양에서 낳았다는 말에 평양이 고향인 아버지 생각이 나서 좋았습니다  그 30년 전에 평양의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 가서 만나게 되었고 평양 시내 큰 건물마다 어머니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것도 내가 지었고 저것도 내가 지었고 그 건물들에 벽돌을 쌓았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여 주위 이북 실향민들이 많이 몰려 와 들었습니다

 

중학교 때 부산으로 내려와 서울에 학교를 붙은 것이 경복인데 학비가 없어 기도하는데 갑자기 장학금을 누가 내어 자신이 마침 그 순간 교무실에 있어서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그 분이 편지에 그 학교를 다닐 때 평양에서 내려와 고아나 다름없는데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는 날에는 부모님과 오는 아이들이 그리도 부러웠고 물끄러미 서서 고독해 하며 그 나무를 바라보았었는데  57년 후 최근 그 학교에서 '자랑스러운 경복인 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 반전 역전의 스토리에 전율을 느끼며 인생은 참 살 맛이 나는 거로구나 하며 여러 회상이 지나갔습니다  어려서 혼자 부산 교회 성가대 벤치에서 밤마다 자며 굴곡졌으나 반듯이 살려고 애썼던 것은 어려서 평양의 어머니가 붙들고 기도해주던 힘일 것입니다   늘 외어주던 요한복음 3장 16절을 평양서 재회하자 어른이 된 아들이 작아진 어머니를 붙들고 외어 주었다고 했습니다

 

어려서 다니던 학교 마당에 새겨져 있는 별이 되라는 글귀도 물론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서 듣고 보고 가슴에 새기는 것이 그렇게도 소중하군요

흔히 유대인 교육을 부러워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태어나서 일생을 그런 교육의 환경은 우리 주위에 널려 있습니다   세심한 관찰만 한다면요

 

분당 할렐루야 교회 명예 목사인 김상복 목사님 이야기입니다 

 

겨레와 나라의 별이 되거라

수많은 역전 반전의 미래의 삶을 위해 그 글귀가 거기에 서 있습니다   

 

 

 

                  겨레와 나라의 별이 되어라

                  역전 반전의 삶을 위하여 그 글귀가

                  오늘도 거기에 서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이미 썼고

                  주저 앉고 싶을 때가 있지만

                  어려서 받은 교육을 생각하고

                  별이 되기를 기대해 주시던

 

                  이제는 보이지 않는 

                  한분 한분의 마음을 떠올리며

                  이 마음을 다시 잡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겨레와 나라를 훌쩍 넘어

                  별이 되어야 하는 때에

 

 

 

 

 


 지성 활달 강건 협동   학교 들어가지마자 보이는 큰 돌에 오래 전 새겨진 글귀 앞   -   201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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