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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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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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1.16 20:02


                                                                                               2013   12  15 

 

 

                             고도를 기다리며

 

올 해의 연극으로 사뮈엘 베케트의 노벨상 수상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나는 꼽겠다

이번이 국내외 해서 44번째라고 했다

 

1969년 한국일보 꼭대기 소극장에서 처음 본 게 인상 깊어 극이 다한 후 분장실까지 가서 출연진 김무생 김성옥 함현진 김인태를 본 기억이 있다

 

이호성 박상종 정나진 박윤석으로 역이 바뀌었을 뿐, 같은 이야기 같은 상황이다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둘이 기다리고 기다리지만 끝내 오지 않는 고도Godot는 누구이며 왜 기다리는지 그 시공간은 언제이고 어디인지 다 분명치가 않아 아직도 안개속이다

 

끝없는 기다림과 고독, 그러면서도 희망과 구원의 간절함을 놓치 않는 그들의 모습은 만져지지 않는 God을 고대하는 이 시대 인간의 모습과 다를 것이 하나 없다

 

난해하다면 난해하고 뻔하다면 뻔한 이 긴 이야기를 몇 번이고 보았지만 매번 새로움과 변화는 있다   내가 자라나고 성숙해지는만큼 보여지는 것이다

 

이번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작은 무대에서 자유분방한 대사들을 외워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인생의 어려운 주제를 연기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 변화무쌍한 인생의 무대에서 연습도 없이 내가 하는 연기와 대사를 어디선가 누군가가 내가 저들을 이렇게 바라보듯 나를 바라보고 듣고 내 마음을 살필지 모른다는

 

이대 문리대 연극반에서 내가 4 년 연극을 했을 때 김정옥 임영웅 유길촌 최치림 선생이 연출을 했고 임영웅은 나의 오빠여서 친구들 앞에서 좀 겸언쩍기도 했다

 

나를 기르신 외할머니의 언니가 임영웅의 친할머니이니 정확히는 6촌인데 친척이 워낙 귀하다 보니 그를 4촌 오빠로 부른다  그는 늘 푸근하고 나는 친오빠가 없어서 그를 오빠 오빠 하고 부르면 기분이 참 좋다

 

오빠의 친할머니가 일찍 가시고 오빠의 부모님도 일찍 가신 편이어서 우리와 함께 사신 외할머니가 집안의 제일 어른으로 자주 인사를 오고 가고나면 혼자서 저리 공부하고 자라니 참 가엾다고 안타까워 하신 생각이 난다

 

그런데 미국 생활 20 년 후에 오니 할머니가 안타까워 하셨던 오빠가 대한민국 연극의 대부가 되어 있어서 놀랐다  몇 해 전 어머니 행사에서는 손호연 고모님이 학교 월급날이면 어린 자기를 불러 월급날 받는 귀한 찐빵을 주었고 주신 용돈으로는 책을 사 자신의 책꽂이를 채우기도 했다는 인사말을 했다

 

필생의 작품으로 다시 고도를 올린 마지막 회를 보고 어려서 그를 히데오라고 부르시던 미인이며 탁월한 머리의 할머니 모습과 많이 닮아 있는 오빠를 와락 끌어 안았다  할머니와 내가 본 적없는 그 언니 할머니가 똑같이 생기셨다는 말도 했다

 

어떠한 조건에도 자신의 노력과 성실함, 뛰어난 재능으로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 되고 우리 예술의 주요한 한 부분을 높이 끌어 올린 영웅 오빠가 자랑스럽고 그의 미래를 상상 못했던 내 할머니와 어머니 생각이 몹시 났다

 

그의 인내와 의지와 인품과 뚝심이 녹아든 임영웅표 고도는 이제 그의 일생의 고도이며 그 인생 역정을 어려서 좀 보아온 나로서는 그것을 볼 제마다 연출가 인생의 수수 십년 백그라운드 역사가 겹쳐지며 독특한 고도로 떠오른다

 

고도가 괜히 고도가 아니었다 

 

 

                  연극의 길

                  끝없이 묻고 끝없이 기다리고 끝없이 간구하는 

                  그것은 인생의 길

 

                  고도

                  

                                   

 


'오빠 술은 끊어요'  '아니 그 좋은 걸 왜 끊으라는 거냐' 하여 폭소 ~ 산울림 201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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