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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단신문 [2787호] 2014 8 15
'한일관계를 생각한다' - 이승신
절실한 소원이 하나
식민지 시대, 17살에 일본으로 유학했을 때 단가를 배우고 2003년 11월 숨이 다할 때까지 제 일선에서 활약한 한국인 첫 여류 가인 손호연孫戶硏 여사는 끝까지 한일간의 사랑과 평화를 진심으로 바랬다. 손 시인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 장녀이자 시인인 이승신李承信씨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한일관계에 대한 생각을 엮었다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이 한 줄의 시는 손호연 시인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수상이 청와대 정상 회담 중에 그리고 회담 후 외신기자 회견 연설에서 읊고 그 정신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인이 가고 1년 후 2005년 초, 서울에서 ‘한일우호의 해’가 선포된 자리에서 들은 우리 대통령과 일본 대표로 온 모리 수상의 훌륭한 연설에 시인의 평화 정신이 깃들여 있다면 완벽하겠다는 생각을 그 순간 했습니다
그러자 곧이어 독도로 야기된 데모가 연일 이어져 한일우호의 해를 무색하게 했습니다
심히 걱정을 하다 6월 20일에 한일정상회담이 오기에 우리 대통령에게 손호연의 평화 정신과 시를 보이며 시인의 간절한 소원을 말했고 일본에는 시인의 전기집 일본 작가와 중의원을 통해 그 날 제가 만난 모리 수상에게 책을 전했는데 그는 내친 김에 당시 수상인 고이즈미 수상에게도 전달을 했습니다. 수상이 중의원에게 책에 감사하다는 전화가 왔다는 말을 듣고 회담에서 언급이 있겠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습니다
9년 전의 그 순간을 떠올린 것은 그때의 한국 데모가 대단했고 매스콤의 영향으로 전국이 여러 달 들끓었음에도 요즘처럼 최악의 한일 관계로까진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그 시인의 딸로 무거운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일제 시대에 태어난 어머니는 많은 차별과 아픔과 상처를 받았음에도 서로 갈등 없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을 일생 가지셨습니다
지구상 어느 나라치고 가까운 이웃과 문제없는 나라가 있겠습니까만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과의 지리적 역사적 관계로 야기된 일들은 이제 수교 후 최장의 껄끄러운 기간이 되어 식민지 시대의 경험이 전혀 없는 저의 가슴도 누르고 있습니다
역사 인식, 독도 영유권, 위안부 문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의 사안으로 한일관계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문제가 있으면 만나서 대화를 하자는 뜻을 전하고 있고 한국의 대통령은 서로의 시각 차이만 드러날 것이면 무엇하러 만나느냐는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전에는 반감이 좀 있어도 국민들이 그런 것은 정치인들의 사정으로 보고 그렇게 갑갑해 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관계가 점점 길어지면서 혐한이니 반일이니 하는 어휘와 함께 국민들의 마음이 소침해진 것입니다
3년 전 동일본에 대재난이 와 놀라며 한국인으로 일본 궁중 ‘가회시의 의’ 에 초청을 받았고 일본 독자들은 아오모리에 높은 시비를 세워주었던 어머니가 계시다면 어떻게 위로를 했을까를 생각하며, 200여수 저의 단가집을 양국에서 낸 적이 있습니다
그걸 계기로 매해 3 11에 최대피해지 미야기현 게센누마에 가서 시낭독과 스피치를 해왔는데, 그들이 감격해 하며 ‘한국 국민의 마음은 양국 정부의 마음과 다르군요“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해가 풀렸다는 듯 한 그리고 좋은 관계이길 바라는 그들의 표정에 제가 오히려 감동과 힘을 받았습니다
일본 인구의 5분의 3 이상이 1400년 전 바다를 건너온 백제인의 후예라고 일본의 전문가에게 들었습니다.
경제 안보 정치 다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같은 피로 이어진 혈연이라 생각할 때 진정성과 애정있는 좋은 관계를 하루속히 가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이웃해 있어 가슴에도 가까운 나라되라고 무궁화를 보다듬고 벚꽃을 보다듬네
어머니 가신 후 일본 출판인에게 들었습니다
제가 보다듬고 라고 번역했던 ‘메데떼’라는 단어에는 보듬다 인내하다 봐주다 포용하다 용서하다 보기 싫어도 보고 끌어안다 사랑하다 라는 여러 뜻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시를 설명하게 되면 그 독특한 의미가 날아가 버리지만 그 풍성한 의미를 지닌 어휘 메데떼를 선택한 어머니의 깊은 심정을 저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선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기로 시인은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마음입니다
양국 정부는 물론, 국민도 그러한 마음을 가지기로 마음먹고 내년 한일 수교 50년을 뜻 깊게 맞이하게 되기를 '한국의 모녀시인'은 소망합니다
쓰라린 역사를 다 잊을 순 없지만 앙금 내려놓고 성숙한 평화를 기원하다
이 승 신
시인 칼럼니스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TV 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서울 필운동 90 에 '손호연 이승신 모녀 시인의 집' 을 세움
시집 수필집 번역집 등 저서 20권
2008년 일본국제교류기금의 '한일문화교류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