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중앙일보 2005 6 24
정상회담으로 재조명된 손호연 시인과 이승신 시인
"어머니가 노래한 '단가'의 평화 정신
한·일 양국 관계에 스며들게 되어 보람"
손호연시인과 장녀 이승신시인
딸이 번역한 어머니시집
한국 유일의 단가短歌 시인이었던 손호연 시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6월 20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그의 작품과 평화 정신이 화제에 올라 딱딱한 대화 분위기를 부드럽게 누그러뜨린 것으로 전해지면서 부터다
고이즈미 일본 수상은 회담 직후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한 외신 보도진과 만난 자리에서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어라" 손 시인의 시를 인용하며 "이것은 손호연 시인만의 마음이 아닙니다. 저도 그런 손호연 시인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의 시가 정상 회담 중에도 언급되고 고이즈미 수상이 일종의 화답을 하게 된 데에는 손호연 시인의 장녀 이승신 시인의 숨은 노력이 있다
'손호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이승신 시인은 정상 회담을 앞두고 일본 관계자들에게 손호연 시인의 작품집과 그의 일대기를 다룬 6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냈다. 한국 관계자들에게는 일본에서의 손호연 시인의 영향력을 알리고 "문화 외교"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李시인은 고이즈미 수상의 회견 장면을 지켜본 뒤 "어머니가 일생 한 줄의 시詩인 단가를 통해 노래한 평화와 사랑의 정신이 한·일 양국 관계에 스며들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호연 시인은 63년간 2000편 이상의 한 줄의 단가를 썼다
작품 가운데는 한·일 양국과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는 내용이 많다
"단가"는 31자로 된 5· 7 5 7 7 조의 짧은 정형시이다. 일본의 국시國詩로 대접받지만 그 원형을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의 향가에 닿는다
손 시인이 "한국 사람이 왜 일본 시를 쓰느냐"는 비난을 수 십년 감수 하면서도 단가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한국의 유일한 단가 시인으로 "백제인의 혼"을 지킨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단가는 "치마 저고리 곱게 단장하고 나는 맡는다 백제가 남긴 그 옛 향기를" 처럼 한국의 전통적 정서를 듬뿍 담고 있다
손시인은 1941년 일본 유학 중 단가의 시성인 사사키 노부쯔나를 사사했다
동경 유학 시절을 빼곤 일생 서울 필운동의 고택에 살면서 단가시를 지었는데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하다. 일본 굴지의 출판사 고단샤에서 다섯 권의 "무궁화" 시리즈 등 여섯 권의 시집과 2000 수 이상의 시를 남겼다
국내에서는 한국어로 "찔레꽃 뾰족한 가시 위에 내리는 눈은 찔리지 않으려고 사뿐히 내리네 - 호연연가 " (이승신 기획 번역) 가 2002년 샘터사에서 출간되었다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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