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연호 ‘레이와令和’의 출처인 고대 시가집 만요슈萬葉集가 백제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89· 오사카여대 명예교수가 다음 달 1일부터 사용되는 새 연호 ‘레이와’를 고안했다고 4일 보도했다. ‘레이와’는 8세기에 집대성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만요슈에서 따왔는데 나카니시 교수는 만요슈 연구의 제 일인자다.
나카니시 교수는 1985년 간행된 저서 ‘만요슈에 있어 고대 조선’에서 “만요슈는 고대 조선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백제가 전투에서 크게 패해 백제 귀족 고관들이 왜(倭·일본)에 망명을 했다. 그 결과 왜가 백제문화를 계승해 단가를 짓고 만요슈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일 새 연호를 발표하며 “ 만요슈는 1300 년 전 편찬된 일본 최고最古의 가집”이라고 칭송했는데 바로 그 만요슈가 백제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나카니시 교수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일본의 정형시 단가短歌를 계승한 이승신 시인이 2013년 도쿄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때 나카니시 교수가 참석1시간 넘어의 기념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시인의 어머니이자 단가 시인인 손호연시인은 나카니시 교수의 제자다.
일본 정부는 ‘레이와’의 의미를 해외에 ‘아름다운 조화 Beautiful Harmony’로 설명한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1일 밤 각국 일본대사관에 새 연호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이런 움직임에 나선 것은 해외 매체들이 레이와의 ‘레이令’가 ‘명령’을 의미한다고 잇따라 보도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레이’가 주로 ‘명령command order’의 의미로 쓰이며 권위주의적 뉘앙스가 일부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레이와’가 이미 중국에서 주류 상표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이날 드러나기도 했다. 중국 상표국에서 상표를 검색한 결과 ‘令和’ (중국식 발음 링허)는 2018 년 10월 21일∼2028년 10월 20일에 사용 가능한 상표로 등록돼 있다. 청주 칵테일 보드카 등 주류 관련 상표다. 아직은 등록 상태이고 이 상표를 활용한 주류가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이 상표는 2017년 11월 16일 신청됐다. 한 중국인이 신청한 상표가 우연의 일치로 일본의 새 연호와 동일한 한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레이와를 활용한 유사 상표 등록 신청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상표 출원 경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새 연호를 사용한 상표 출원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선 레이와 관련 상표 문제가 불거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