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보 2011 4 19
단가로 일본에 위로의 편지를 전하다
일본 아사히 신문과 중앙일보가
'일본인에게 부치는 단가 로 쓴 편지’를 동시에 실은 이승신 시인
천년너머 선한 이웃이던 그대 내 고통까지 짊어진 그대를 깊이 위로하네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 그러나 봄이 없는 겨울은 없다
이 엄청난 고통을 딛고 일어서 더 성숙한 인격으로 자라 날 그대
이승신 시인의 「일본인에게 부치는 단가로 쓴 편지」중에서
3월 27일자 <중앙 SUNDAY>에는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를 겪은 일본인을 위로하는 단가 (短歌, 일본의 정형시로 5·7·5·7·7조에 31음절로 이루어짐)가 실렸다. 같은 날 일본의 대표적 신문인 <아사히>에도 일본어로 같은 단가가 지면에 실렸다. 이 단가를 지은 시인 이승신 동문을 3월 31일 종로구 필운동 90에 위치한 ‘예술공간 더 소호’에서 만났다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고통받는 일본 국민을 위로하려고 120수의 단가를 곧 썼다. 20 권의 저서를 이미 낸 그는 2년 전부터 응축된 단시 短詩를 지어오고 있다. 한국의 유일한 단가 시인 손호연이 어머니다.
“단가는 일본의 대표적인 시이자 일본인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지요. 많은 국민이 31음절인 한 줄의 단가를 짓기 때문에 이 천재지변에 단가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한다면 큰 힘이 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가는 온 세계가 일본의 최고급 문화로 알고 있지만 원래는 우리의 시 문화다. 단가는 1400년 전 백제가 멸해 모두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백제의 왕족과 귀족이 일본에 가르쳐준 시이기 때문이다 “금전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예와 품위를 갖추어 그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우리의 시이면서 일본의 고급 문화로 알려진 단가를 양쪽 국민에게 전하면 우리나라의 위신과 격을 살리면서 일본 사람들에게는 더한 위로와 격려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
120수의 단가는 이동문의 손에서 며칠 만에 완성되었다. 이를 마스부치 케이이치 한일문화교류연합회 회장이 일본어로 번역을 도와주었다. 완성된 한국어・일본어 단가는 <중앙 SUNDAY> <아사히 신문>에 각각 21수, 5수의 단가와 기사가 같이 실려 나갔다.
‘한국어 단가와 기사를 본 우리나라 독자들이 공감해 주시고요. 일본에서 단가를 본 독자들도 일본 신문사로 연락이 와 ‘이 시인의 단가 전문을 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이 온다고 해요”
이승신 시인의 어머니 손호연 시인은 일본 천왕과 황후가 자신들이 지은 단가를 직접 낭송하는 신년 행사인 ‘가회시의 의’에 대가로 궁에 초청된 바 있고 이번 일본 피해 지역인 아오모리 현에는 태평양 바닷가에 손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다행히 시비에 피해는 없다고 한다.
“어머니는 ‘예술공간 더 소호’가 세워지기 전 이 집터에서 평생 시를 쓰셨으나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일본에서는 단가의 대가로 인정받게 되었지요. 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자신의 시심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재난에 슬퍼하면서 뛰어난 단가로 일본 국민에게 위로와 평강을 전하셨을 거예요”
손호연 시인 어머니의 시심과 그 정신을 전하기 위해 이시인은 3권의 단가집을 번역 출간하고 영상으로 제작해 TV에 방영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단가를 외국어로 번역 출간한 예가 없을 정도로 단가의 5·7·5·7·7조의 운을 맞춰 번역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영문과 다닐 때 영문학 번역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이시인은 ‘손호연 시인의 사랑과 평화의 밤’을 통해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프랑스 등에서 그 평화의 정신과 깊은 의미를 전해 오면서 그 공로로 일본 정부로부터 2008년 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20여년 미국에서 공부하고 TV 방송 일을 해 온 미국통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일본과 일본인들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깊은 단가에 재난을 맞은 일본에 대한 그의 진실된 마음이 담겨서일까 참담한 상황의 일본 국민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그의 소리가 그 단가들을 넘어 마치 이 귀에 들려오는 듯하다
내가 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속 깊은 연민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
나는 믿네 이 위기가 눈부신 비약이 되는 날 반드시 오리라고
뚜벅뚜벅 의연히 걸어가라 반드시 빛이 있으리 그 터널이 다하면
다시 시작이다 살아남은 우리가 위대함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