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2012 1 3
상처의 어루만짐, 그 식지 않는 감동
日本 출판‘러브 콜에 東일본 책 보내기 운동 추진
“한국 시인이 이러한 시를 쓰다니 참으로 감동을 했습니다. 이 시들은 교과서에 넣어야 하고 온 국민 모두가 읽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수상의 말이다
대지진 피해를 갑자기 당한 일본인을 위로하는 내용을 담은 이승신 시인의 시집‘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가 일본 지성계를 흔들고 있다 (문화일보 2011년 9월20일자 24면 참조)
이 시인의 시집은 고단샤講談社 쇼가쿠깐小學館 등 일본 유수 출판사 4곳에서 출간을 검토 중이며 도쿄東京의 문화계 인사들은 지진 피해를 직접 당한 동일본 주민들에게 이 시집을 보내는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들과의 출간 협의를 위해 최근 도쿄에 다녀온 이 시인은“지난 해 한국에서 우리 말과 일본어로 함께 나온 시집을 본 일본 사람들이 저를 붙들고 우는 바람에 민망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자신이 감동받은 시 88 수를 수첩에 써 가지고 다니면서 외우는 사람을 보며 진심이 들어간 시구 한 줄이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시집‘삶에 어찌 꽃피는 봄날만이 있으랴'는 동일본 대지진 소식을 들은 이 시인이 슬픔 속에 쏟아져 내린 영감으로 단숨에 지은 250여편의 시작품 중 192편을 담고 있다. 우리 말로 쓰여진 시편과 함께 일본 국민의 정서에 좀 더 가깝게 하기 위해 일본 전통 시인 단가短歌로 옮긴 작품들을 실었다
▲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수상과 힘께 일본 대지진 피해를 위로한 시집을 읽다
이번에 이 시인은 일본 정계에 큰 영향력을 지닌 모리 요시로 전 수상을 만나 시집에 실린 작품 20여 개를 1시간 여에 걸쳐 같이 읽었고 그는 큰 감동과 감격에 젖었다
그가 “시집 한 권을 지금 더 받을 수 있겠느냐”고 요청하는 바람에 이 시인은 일본인 친구에게 이미 선물했던 책을 되돌려 받아서 주어야만 했다. 모리 전 수상은 정계 인물들에게 보여 주겠다며 한국에 가면 시집 100 권을 곧 보내 줄 수 있느냐면서 책값을 그 자리에서 지불하기도 했다
이 시인은 귀국 후에 단가 형식으로 쓴 시를 현대시 형태로 현재 다시 번역해 쓰고 있다. 전통 시에 익숙한 중·노년층 뿐만 아니라 현대적 감각을 지닌 젊은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일본 측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 시인은 “예기치 않게 쏟아져 내린 시들은 굳이 일본인들 만을 위한 것은 아니고 인류의 고통을 위로하는 것이며 우리 스스로를 위하는 것이기도 하다”면서 “짧은 글로 이루어진 시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벽을 허물고 사람의 마음을 가깝게 이어주며 국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애증 관계에 있지만 우리가 먼저 사랑의 마음을 베풀수록 일본인들이 고개를 숙이고 지난 시대의 과오를 진심으로 뉘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