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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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소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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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0 17:06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교토 소식 1

신간을 동경에서 많이 나누고는 신칸셍 기차를 탔다.  교토도 4년 만이다.

일본 오기 전 목포 공생원에서 '세계 고아의 날' 제정을 위한 모임에 '우리 모두는 고아' 라는 자작시를 낭송하러 간 왕복 7 시간 기차 비가 몇 만원인데 그보다 짧은 시간의 도쿄 교토 기차 값은 그 몇 배가 된다.

이걸 탈 때마다 서울은 대도시로 뉴욕보다 물가가 비싼 느낌인데 버스비 지하철비는 반값이 안되니 그 관계자들은 어이 사나~ 생각을 하게 된다.  
신칸셍이 편안하고 깨끗하고 도착하면 몇 분 내 그 긴 내부 청소를 깔끔히 마치는 거로 유명해 하버드에서 견학 온다는 기차이긴 하다.

교토 미숀은 은혜 입은 스승들과 지인에게 신간을 드리는 것이다.  동경 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책 제목보터가 '왜 교토인가?' 아닌가. 동지사대학 이야기, 살던 곳 데마치 이야기, 숨기고픈 명소 등 맨 교토 이야기다.

묵는 곳은 늘 정든 동지사대 근처였다.
동지사를 알기 전에도 근처 검소하고 요리할 수 있는 호텔에 있었는데 코로나 탓인가 사라져 버렸다. 세계적인 관광 도시에 외국인을 못 오게 했으니 3년을 어찌 버텼겠는가. 

수 백 권의 책이 도착을 했다.
대학에 기증하려 의논하니 한국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단체로 받지는 않아 일일이 개별적으로 해야만 했다. 책이란 늘 무거운 것이다.

공부를 제일 많이 하던 코후칸弘風館 건물부터 갔다. 내가 배운 스무 명 스승이 얼마나 성실하고 치밀하고 친절했는가를 누누히 적은 그 책을 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거의가 떠나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여 연락처 받아 놓지 않은 걸 후회했다.


공부를 제일 많이 했던 코후칸弘風館 건물

古都 교토에 볼 명소가 몇 천 곳이라고 말하는 나 이지만 졸업 후에도 교토로 가면 거의 매일 가는 곳은 대학이다. 그만큼 정이 들고 편안해서다.

동지사대학을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건물들이 있는 아름다운 캠퍼스가 눈앞에 펼쳐진다. 150 년 전 일본 전국에서 최초로 지어진 예배당인 아름다운 채플에 들어가 앉는다. 유명 문학작품들에 등장하는 그걸 세운 니이지마 조新島 襄는 교육의 차원을 넘어 일본 최초의, 아마도 아시아 최초의 미국 앰허스트 대학 학사로 나라의 개혁에 헌신한 일본의 입지전적 역사적 인물이다.

그리고는 바로 그 우편의 일제 식민지 시대에 다닌 한국 시인 윤동주 정지용 두 시비를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학교 다니는 동안 늘 만지고 그 앞을 닦고 치운 곳이기도 하다. 완벽하게 깨끗한 넓은 캠퍼스에 한국 방문객이 놓고 간 메모지 돈 술병 커피 캔 시든 꽃들로 거기만 지저분했기 때문이다.
           
시비 앞에서 학생들과 이야길 하며 섰는데 누가 지나가다 보더니 이 선생~? 부른다. 돌아서 마스크 위 두 눈을 자세히 바라보니 야마무라 고이치山村孝一 선생 아닌가. 그는 고전문학 만엽집을 열정적으로 가르친 분으로 내 책 앞 부분의 '수업'이라는 글에 처음 나오는 사진 인물이기도 하다. 기대 못한 반가움이다.

손에 든 일어판 책을 열어 그의 사진을 보이니 한국에서도 일문학을 가르친 적이 있다는 그는 '아니 이 내 사진이 서울 교보문고에 진짜 있단 말이냐?' 며 놀라워 한다. 진정 그 열성과 열정, 디테일 함과 음악을 곁들인 다양성이 인상 깊었고 천 년 전 고전 시 그 어려운 과목을 통과 못하면 졸업할 수 없었기에 내가 많은 시간을 쏟아서 정말 잊지 못 할 수업이다.

학기 말 시험에는 옛 천왕들이 지은 단가 중 괄호마다 단어를 써넣어야 했고 그들의 연대도 써야 하는 등 일 년에 딱 한 번 교토에 눈이 온 날인데 멋진 캠퍼스 사진도 찍지 못한 채 90분간 시험으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거기다 시험 후 '내게 가장 인상적인 책' 이란 제목으로 글을 써내길 권유하여 'Bible'을 제목으로 한 그 글에도 정성을 들였었다. 지금은 많이 잊었지만 그때 만점 가까이 받아  '아 졸업할 수 있겠구나~' 날을 듯한 기분은 깊숙이 남아있다.

반가운 김에 책에 스승들 사진이 들어 있어 이 책을 전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다고 하니 '나와 같이 가자~' 하여 함께 5층을 올라 다시 말하는데도 남아 있는 분 밖에 알려줄 수가 없다고 한다. 서운하나 야마무라 선생의 정성껏 설득해준 따스한 그 마음이 전해져 와 멋진 수업의 기억과 함께 감사할 따름이다


고전문학을 배운 야마무라山村先生 - 동지사대 2022 12

타지마 시게루田島 繁 선생과 사카모토 기요네坂本 清音 선생.  
이 두 분은 직접 배우지는 않았지만 교토에 가면 가장 먼저 보는 가까운 분들이다. 타지마 선생은 은퇴한 역사 선생으로 세계 명산 백 개를 등정하기도 했다. 동지사 캠퍼스 채플 앞에서 어느 봄날, 거기서 공부할 것은 꿈에도 꾸지 못한 때에 '이런 아름다운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참 좋겠다' 하니 나를 신청서 받는 건물로 데려갔고 귀국 후 그 친절함이 감사하여 바쁜 때였는데도 몇 단계를 거쳐 신청해 덜컥 받아 들여져 공부하게 된 것이다.

사카모토 여 선생은 바로 곁 동지사 여자대학의 영문과 명예교수다. 나도 거기서 모녀 문학에 관해 몇 번 강연한 적이 있는데 성탄절에 몇 분과 함께 댁에 초대되어 갔고, 내가 학업을 마치자 살던 방을 내 놓아서 졸업식으로 다시 교토로 가서는 그 댁에 며칠 신세진 적도 있다. 창립자 니이지마 조를 은퇴 후에도 쉬지 않고 연구하고 계신데 그분 댁에 가면 학생들이 그가 얼마나 친절하고 잘해주었는가 하는 편지가 수두룩 쌓여 있다. 지식을 익힌 거에 더해 그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사카모토 기요네 선생 타지마 시게루 선생 - 우나기 luncheon

그 책에 나오는 특별한 우나기 장어 집을 어렵게 예약하여 그분들과 함께 갔다. 맛은 물론 테이블 두 개 임에도 아름다운 그 예술의 전 과정에 모두 감탄을 한다. 그런 곳 하나 만으로도 교토에 가볼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두 분이 동지사대와 동지사여대는 물론, 일 년 내 일정이 짜여 있다는 핫타 에이지 八田 英二 총장 미팅도 어렌지 해 주었다.
총장실이 있는 유슈칸有終館 3층 건물은 윤동주가 다니던 1940년 대는 도서관이었다. 지금은 총장실과 연구소가 들었는데 건물 우측 현판에는 니이지마 선생의 말이 멋진 붓글씨로 매주 바뀌며 쓰여져 있다


윤동주 시인 다닐 때 도서관이던 유슈칸은 지금 총장실과 연구소가 있다

핫타 총장은 미국 버클리 학위로 체격이 옛 쇼군 같이 우람한데 응접실이나 사무실에나 니이지마 선생의 초상이나 흔적을 곁에 두고 있다. 이미 내 책 1. 2 를 들고 계셨는데 '제가 동지사대에 안 왔다면 니이지마 선생의 앞서가는 정신을 몰랐을 것이고 그 공부로 제가 한 단계 성숙해진 듯 하여 감사하다' 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사카모토 선생이 곧 척추 수술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곁에 배석해 주었다.

핫타 동지사대학 총장과 그 위 니이지마 조 창립자 - 2022 12

캠퍼스에서 만난 니시오카 토루西岡 徹 학장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도 친절함을 베풀어주었고 신학 교수 모토이 本井 康博 선생, 요시가와 켄吉川 健 선생 등 과분한 친절을 받았다. 

그런 꼼꼼함 철저함 마음 씀이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점들이다. 일본이 내려가고 있다, 우리보다 GDP도 내려간다, 별 소리가 다 들리지만 내가 아는 일본인의 사고와 행동, 그 세심한 마음가짐과 저력을 볼 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자가 풀리니 한국에서 일본 가는 비행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정부나 표를 의식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문제이지 민간끼리는 이렇게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일본 가는 분들이 이삼 일 둘러보고 맛난 것만 들게 아니라 우리가 왜 거리 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서로 가까워야 하는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1년이 되는 가슴 아픈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협, 미 중 갈등으로 불안이 넘치는 게 현실이다. 한 일 두 나라가 국내 정치화를 넘어 어서 좋은 관계로 나아가 불안이 사라지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제군이여 사람 한 사람을 귀히 여기라

보잘 것 없는 나라에서 온 학생 하나를 구하려  애쓰자 비난하는 주위에 한 말

니이지마 조 新島襄

교토 소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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