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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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운사의 '현해탄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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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12 21:00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한운사 선생을 그리며

 

                                                                  2023 7 29

 

괴산에서 돌아오자마자 괴산 댐이 폭우로 넘쳐 걱정스런 뉴스가 보였다.

어서 회복 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다시 본 한운사 기념관을 잊을 수가 없다.

 

개관식 당시 사진을 보니 만 10년 전 일이다.

그 식에는 인연 있는 서울의 많은 사람이 달려와 가신 걸 애석해 하고 남기신 업적도 보느라 이층 오르는 계단이 한참 막혔던 기억이 있는데 그간 코로나 등으로 한산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운사가 누구인가.
아주 젊은이야 모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라디오 TV 드라마의 원조로 드라마 뿐 아니라 소설 영화로 그 모든 작품의 주제곡 작사로도 한 시대 커다란 획을 그은 분이다.
가히 천재라 할 수 있다.

벽에 붙은 영화들 사진 시나리오 대본 포스터를 보니 어려서 라디오로 듣거나 본 추억이 떠오른다. 
아낌없이 주련다, 아로운 시리즈인 현해탄은 알고 있다, 빨간 마후라, 남과 북, 눈이 내리는데,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레만호에 지다~ 등 쓰고 만든 게 100여 편이 넘는다는데 산같이 쌓인 친필 원고가 그의 영육간의 노고를 말해주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TV 방송 공부를 하곤 거기나 한국에서나 시사 보도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드라마는 거의 보질 못 했다.  

그런데 초등도 가기 전 도우미 아줌마가 한 밤 트랜지스터로 듣던 드라마를 곁 듣기도 했고 성우 이창환이 눈 내리는 밤, 연인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손가락이 이리 야위어졌어~ 애닲은 대사의 그 장면이 영상처럼 그려지던 게 떠오른다.
'눈이 나리는데' 그 주제가는 지금도 나의 18번이다.

시대의 화두와 인간의 조건을 제시한 그의 드라마와 언어는 마법처럼 민족을 홀렸다. 사회와 역사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요 방송 영화 소설까지 종횡무진이어 일대 선풍을 일으켰었다.  

기념관에 들어서면 들려오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남과 북 주제곡이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 든다. 남북 이산가족 찾는 게 80년 대 미국 TV 뉴스에도 매일 나와 거기 살 때 보며 눈물 지은 적도 있다.
'빨간 마후라' 공군 등장 영화와 박력있는 그 노래의 영향도 대단했다.
일제시대 동경 유학 중에 학도병으로 끌려간 자신을 아로운으로 드라마화 한 한운사 드라마의 결정판 '현해탄은 알고 있다' 는 TV 로 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부른 내 18번 가사들의 친필 원고와 악보가 와~ 그 벽에 붙어 있다. 할머니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기도 하여 꼬마인 나를 노래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한운사를 만난 건 그의 만년이다.
한국 최초의 PD 였던 MBC 최창봉 사장은 미국서 온 나를 메인 뉴스 앵커로 이승신 토크 쇼로 하려 애쓰셨고, 후에는 일본 작가가 쓴 손호연 전기집에 감동했고 일본에서 나온 나의 시집도 매번 격려해 준 분이다.
시인의 집에서 어머니 기일 행사를 매 해 해왔는데 초청도 하지 않은 한운사 선생이 두 번 저 뒤에 보였고, 한 번은 서로 매일 보신다는 최창봉 사장과 한 선생과 대한극장 맞은 편 식당에서 점심을 하기도 했다.

그때 한 선생이 옆구리를 꾸욱 찌르며 연애하고 싶어~ 하여 '이게 뭔가, 아버지 뻘 되는 분이~' 했는데 들어보니 어머니 전기집을 보고 감격하여 손호연과 연애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 말은 곧잘 듣는 소리다. 힘이 있을 때 어머니 일생을 드라마로 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가셨다.

희곡 작가 차범석 선생도 떠오른다. 어머니 계실 때 책을 드렸는데 가신 후에야 보시고는 어머니 2주기 행사 연설에 긴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손호연 희곡을 내가 꼭 쓰겠다' 하시고는 곧 가셨다.  
최인호도 그랬다. KBS 사장과 인기 높던 아이리스 TV 드라마 감독, 촬영 팀과 내게 와서 '백제 이야길 또 써야겠군, 쓰겠다' 하고는 다음 주 침생 암이 왔다.

당시는 많이 아쉬웠다. 그 시대 과정과 의미를 잘 아는 분들이어서.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런 감동의 마음을 가진 것 만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어머니와 같은 해 태어난 이 나라 휴머니즘과 로맨티시즘의 대표격 한운사 선생의 마음과 일생을 꿰뚫는 그의 안목과 느낌을 탁월한 재능을 통해 근현대사를 표현하고 기록해 온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최근 다섯 번 뵌 한국 원로 시인 97세 김남조 선생이 '우리같이 일제 시대에 산 사람들은 트라우마가 있지' 라고 했다. 그 후 태어난 세대가 그런 걸 일일이 이해하지 못 하는 게 죄송할 뿐이다. 

겨우 3번 한운사 선생과의 만남이지만 초등도 가기 전 누가 만든 지도 모르며 그 작품들을 접했으니 긴 세월 함께 해온 셈이고 내부 어딘가에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깊고도 원숙한 작가의 속내를 이해하지 못 하고 표피로만 들은 거지만, 기념관의 영화 사진 유품 하나하나를 이제사 따뜻한 눈길로 보게 된다.

시대와 세상과 인간에게 따스한 눈길을 주고 사람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글을 통해 생각하게 해주던 선생은, 인간미 드러나는 문학의 숲에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다른 작가와는 다른 스케일로 나라와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그걸 넘어선 휴머니즘 넘치는 매력적인 인간상을 그려 고통의 한 시대 민족에게 공감과 위안과 살아갈 힘을 주었다.
이 지상의 상인 노벨상 하나는 주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2023 올 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 생명 다하도록
                       눈이 나리는데
                       아낌없이 주련다
                       현해탄은 알고 있다
                       현해탄은 말이 없다

                       인생과 인간의 길을 물었다
                       혼을 불어넣은 자신의 역사가
                       온 민족의 역사다

                       왜소한 인간이 질러갈 수 밖에 없는
                       한 시대의 역사를 
                       가슴으로 울어야 했다

                       한운사 韓雲史
                       그 구름의 역사


            















산 같이 쌓인 한운사 친필 원고 -  괴산 한운사 기념관  2023  7






최서면 선생 윤기 님 신봉승 작가 (조선실록 500년) 와 - 괴산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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