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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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분홍 신神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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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26 22:57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진분홍 신神의 손

  

                                                  2023  4  18

 


4년 만의 만남이다.

교토의 묘신지妙心寺, 엄청나게 큰 사찰 속 타이죠잉退藏院 정원이다.
여러 해 봄마다 보아 온 극상의 그 아름다움을 몇 해나 보지 못 한 것이다.
이래저래 흠씬 고생한 기간이기도 하다.

단풍 철이 그렇듯 봄에도 교토만의 아름다움을 보아야 할 곳은 수두룩하다.
더러 어디가 베스트냐? 고 묻지만 한 마디로 단정 지을 순 없다.
특색이 달라서다. 그래 Top 3 Top 5로 말하기도 한다.

교토의 사쿠라는 연두 보라 노랑 등의 빛깔도 있는데 이것은 진분홍 수양벚꽃 시다레자쿠라다. '타이죠잉의 사쿠라가 있는 정원'을 단연 베스트로 생각하면서도 다른 데 가면 그게 또 베스트라 할 지도 몰라 겸손히 Top 3 로 꼽아본다.

일본 얘길 하면서는 벚꽃을 사쿠라라 하는 게 맞다.
한국에서 '저거 사쿠라쟎아~ ' 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야말로 신神이 탄생시킨 순결하고도 격조 높고 힘 있고 우아하기 그지 없는 영물靈物이다.

한국 사람이 교토에 많이 간다고들 하는데 거긴 잘 모르는 듯 하다.
본 적이 없다.

색 크기 모양 디테일 그 제스쳐, 처음 그를 마주 했을 때 그야말로 Breathtaking 숨이 막히는 듯 했으나, 보아도 보아도 여전히 그러하다.

글로 표현할 길은 없다.
그저 꽃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영험한 누군가가 그 안에 있는 것 같다.
아니 틀림없이 있다.
일본을 사람 손이 닿는 인공미로 생각하기 쉬운데 손을 댄 흔적보다는 자연이 더 자연답도록 바라봐주고 안아주고 애정의 마음을 주는 그런 느낌이다.

600여 년 전 지어진 5만 평이 넘는 이 거대한 사찰을 초기엔 그 안의 이름 있는 건축들 여기저길 들여다보았으나, 후로는 타이조잉의 아담한 정원부터 찾는다.

이 시기 그 정원의 작은 문 앞에 서면 바로 앞에 그가 우뚝 서 있어 놀라고 지나온 긴 겨울과 전혀 딴 세상이어 놀라고, 키와 너비가 엄청난 거목 임에도 하늘에서 하늘하늘 내려오는 찐분홍 빛, 헤일 수 없는 그 여린 꽃잎들이 나를 감싸는 게 그야말로 꿈이요 Magic 이다. 한 번에 눈으로 흞기에도 벅차다. 사진으로 담을 수도 없다.
황송하게도 땅에 닿는 끝트머리나 조금 찍을 뿐이다.

내가 선 왼 편으로 하얀 모래 마른 정원 가레산수이枯山水로 늘어진 사쿠라 그리고 바로 오른쪽으로는 검은 모래 가레산수이로 같은 나무의 꽃이 하늘하늘 진분홍 단비를 그 마른 정원으로 뿌리고 있다. 산들산들 손짓으로 메시지를 주면서.

봄이면 피어나는 자신의 창조물을 몇 년 그는 보이지 못했고 나는 그 수고를 봐주지 못 한 생각에 안타까움이 몰려 온다.

기도처럼 수수 십 미터 너비로 서 있는 그를 보면 아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건 적당히 아름다울 때 쓰는 말이다.

다른 키 큰 시다레자쿠라를 끼고 정원 안으로 더 들어가면 연못을 품은 여향원 정원이 나온다. 그림 같은 광경을 바라보고는 그 옆 다다미 방으로 들어가 사뿐히 앉는다. 공손히 따라주는 찐 그린 말차를 한 모금 씩 아껴가면서 높은 데서 흘러내리는 또 다른 시다레자쿠라를 꿈인 듯 바라본다.

해지면 조명 아래 꽃 보며 식사하는 특별 코스가 있어 처음으로 예약하려니 코로나를 거치며 잠정적으로 없어졌다고 한다. 참 많은 것을, 절대 바꾸지 않는 일본의 전통까지 바꾸어 놓는 힘센 코로나다.

오래 전 역에서 본 사진 한 장으로 찾아 나서 이 생명을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엄청난 선물이었고 감추고 만 싶었었다.
단 며칠일 뿐이고 집에 가면 잊기도 하지만 기도처럼 문득 내 앞에 선 그를 만난 건 축복이요 은혜요 위로였다. 그렇게 변함이 없다.

죠지 오웰이 말했다지. '전쟁의 반대말은 정원'이라고.
참 좋은 발상이다.

세상 한 켠에선 끝 모를 안개 속 처참한 전쟁이요 어디서는 지진의 무덤이요, 또 어디선 핵 미사일의 위협이 머리 위를 날지만 그러나 어딘가에선 전혀 반대인 정원의 평화로 인류를 다독여주니 희망은 죽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깨우치게 된다.

 

심안이 영안이 트이면 보이리 저 눈부신 환희와 침묵의 기도

 

 


 묘신지 속 타이조잉 가레산수이 정원 입구

 

검은 모래 가레산수이

 

 

 

 

 

하얀 모래 가레산수이

 

 또 다른 수양 벚꽃을 바라보며 찐 녹빛 말차를

 

 하늘에서 축복이~ 타이조잉 겸손한 작은 문을 들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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