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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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스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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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4 18:54

 


                                                                                        2022  6 15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대통령의 스피치  

 

 


새 정부가 들어서고 겨우 한 달 여이나 여러 일이 있은 듯 합니다.

 

갑작스런 청와대 공개도 있었지만, 차분히 생각해보니 10여 일 만에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던 게 기억에 남는군요. 이리 작은 나라의 정상을 그리 속히 만난 적이 과거에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20 년 몸 담았던 저의 제 2 고향의 대표가 오시어 반가웠습니다.

 

정상들이 만나게 되면 여러 장면이 연일 소개되지만 역시 그들의 스피치가 젤 궁금해집니다. 몇 번을 썼으나, 미국의 삶에서 제일 인상에 남는 건 미국 대통령의 스피치였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 연설을 들은 것은 어린 내게 감격이었습니다.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은 물론, 2류 배우 출신인 레이건의 가벼운 이미지가 유머와 쉽고도 핵심있는 연설로 사랑 받고, 라이터가 써준 걸 치우고 즉흥적으로 하는 오바마의 연설이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3억 넘는 인구에 개성 다 다른 사람들인데 대통령 각자의 매력과 함께 단순한 몇 마디가 귀에 쏙 들어와 정체성과 내 삶의 자세를 곧추 세웠습니다.

 

정치란 결국 언어입니다.


머슴이라지만 뽑히고 나면 자연 높아지기 마련이고 말을 통해 나라의 정체성과 미래를 보이니 그래서 대통령의 연설이 중요한 것입니다.

 

국립박물관 정상 만찬 자리에서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알콜을 안 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배려하여 주스 잔을 들며 대통령이 건배사에서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한 구절을 읊었습니다. 평소 바이든 대통령이 아일랜드 혈통임을 강조하고 예이츠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감사의 말을 하며 '런던이었다면 그의 시를 인용할 수 없었을 것' 이라는 농을 했습니다. 영미권의 대표적 시인이지만 아일랜드가 수 백 년 영국의 지배를 받으며 항거하기도 했던 인물이지요.

 

흐믓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순간 두 장면이 떠오릅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천왕 만나는 일정이 있어 무조건 청와대를 찾아가 주변 분들에게 두 달 전 그 천왕이 대가로 한국 시인 손호연을 궁에 초청했는데 함께 간다면 의미있을 것이라고 한 장면~

 

7년 후 2005년 나빠진 한일 관계에 몇 달 후 청와대에서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니 시인은 이미 가셨지만 일본이 사랑하는 시인의 평화정신을 언급하면 상대가 호응할 것이다 '문화외교' 라는 어휘를 국내 최초 써가며 연거퍼 설득하던 장면~


끝에는 거기서 보낸 세 명의 대통령 스피치 라이터가 제게 와서 여러 시간 대화했지만 이해를 못하여 연설을 제가 써주겠다고도 했습니다. 두 시기 다 정치와 문학이 무슨 관계인가 하는 태도였습니다.

 

평화 정신을 정상회담 자리에서 그리고 청와대 녹지원에서 외신 기자회견에 이야기한 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고 한마디 말 없이 시인의 전기집과 일생을 그린 다큐 만 손에 달랑 전해진 고이즈미 총리였지만, '문화 외교'가 퍼져나가 그 씨앗으로 외교부에 문화외교국이 생기고, 세월이 지나 오늘의 우리 측 연설에 W B 예이츠의 시도 등장한 것으로 생각되어 보람으로 느낍니다.

 

2017년 미국 최고 훈장인 자유 훈장을 오바마가 부통령 바이든의 목에 걸면서 읊은 그 시는 바이든이 감격해 손으로 눈물을 닦는 장면과 함께 외신으로 나가 세계인이 아는 것인데도 바이든은 '아니, 한국서 그 시를 어떻게 아는가' 신기해 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예능 프로에서 스스로 얘기하여 다 알고 있는데도 선물 받은 'The Buck Stops Here'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팻말을 들며 '아니, 어떻게 내가 이걸 귀히 여기는지 알았을까' 하는 건 좀 코메디 같았습니다.

 

신기해 하는 것이 쇼는 아니겠으나 그마만큼 세계가 좁고 수많은 양측 보좌관들이 시시콜콜 알아냈을 텐데 그걸 신기해 하는 것이 신기합니다.

 

정상회담이란 서로의 국익을 위해서라지만 결국은 두 개인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정을 나누어야 대화도 협상도 부드러이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간 일본은 유난히 친한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달려가듯 급히 간 생각도 납니다.

 

이번은 한미정상회담 만을 위해 온 건 아니고 일본의 회의 오는 김에 미리 온 것이지만, 그것도 미국에 오래 살고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 저로선 처음 보는 장면입니다.


세상도 정말 좁아지고, 우리 외교에 그렇게도 안 먹히던 문화외교 문학외교가 여러 환경의 발전과 변화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 하여 그간의 한미관계 한일관계를 위한 대를 이은 작은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생각해 보라

              나의 영광은 그런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으니


              Think where man's glory

              most begins and ends

              and say my glory was

              I had such friends


              William Butler Yeats 1865 - 1939


 

 

             가슴에 길이 남을 연설 하나 그립네

             태평양 멀리 청춘을 떼어 놓고

             귀국한 후

 

             때마다 새 정부 들어서면은


                                     이 승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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