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본문

벚꽃을 보내며

  • 비추천 0
  • 추천 0
  • 2022.05.07 20:08

 

 


 경복궁의 모란                                                                      2022 5 7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벚꽃을 보내며

 

 

3월 말이나 4월 초가 되면 교토나 도쿄를 갔는데 코로나 핑계로 못 간 지 3년이 되어간다.


그 철에 피어난 일본의 벚꽃을 보고 돌아오면 그제사 피어나는 서울의 꽃을 보았는데 온난화 영향인지 언젠가부터는 같은 때 피어나게 되어 서울의 봄꽃을 못 보게 되기도 했다. 


이 봄엔 몇 해 전 집 앞길에 시市에서 심은 한 200 미터 늘어선 벚나무 가로수가 틀을 좀 잡게 되어 화사해진 길가를 사흘 걸었고, 어머니와 함께 걸었던 연희동의 명물 수백 그루의 벚나무 아름드리도 보았다. 아름다워 엄마 없이 보는 게 쓸쓸했지만 이 광대한 벚꽃잎들과 그 속의 나를 기쁘게 보시겠지 라고 생각을 돌린다.

해마다 말과 글로 그 작품들을 좀 보아주시라 해도 가지들 않는다. 아까운 일이다.

 


 

긴 겨울로 잘 못 가던 집 뒤 산 자락길을 날이 풀리자 걷게 되었고 꽤 많은 산벚꽃은 피는 게 시내보다 늦어 느긋이 있었는데 그것도 온난화로 져버렸다.

그 몸에 손을 대며 미안해 미안해 라고 했다. 여러 해 못 보아주었고 3년 간 서울의 봄도 다른 장소 꽃을 보다가 숲 사이 피어난 가냘픈 산벚꽃잎을 못 보아주었으니 미안한 일이다.


그러다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무무대無無臺 전망대로 향하는데 땅만 보고 걷다가 하마터면 못 보았을 키 큰 나무에 숨 좀 쉬려 기대어 올려다보니 아 이게 웬일인가. 벚꽃은 이제 어디에고 끝이다 싶었는데 진한 빛깔의 벚꽃 수억 만 송이가 찬란히 피어있었다, 그것도 여러 겹으로. 우리나라에 흔한 쇼메이 요시노 종류는 바람만 불어도 곧 흩어지나 일본에서 야에자쿠라로 불리는 이 벚꽃은 그에 비하면 오래 가는 편이다. 대도시의 오염이란 전혀 없다는 듯 빛깔이 선명하다.

 


 

무슨 메달이라도 딴 듯 기뻐 거기를 땅만 보고 지나는 이들에게 고개 들어 저거 좀 보세요, 저리 아름답게 피어있어요~ 오고 가는 몇몇 팀에게 그 대단한 발견을 알려 주려 해도 도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저 달 좀 보세요 하는 연인에게 보름달이니 밝지~ 식이다. 아까운 일이다.


끝에 한 여인 만이 '길 건너 보이는 저 계단을 한참 오르면 동굴 속 석굴암 직전에 기막힌 하얀 왕벚꽃이 있으니 가보라' 고 응했다.

해가 져 다음 날 그 꽃을 만나러 수백 계단을 숨 몰아쉬며 올랐다. 거의 산 정상이어 시내가 더 시원히 내려다 보이고 공기가 강원도 깊은 산속만 같아 머리가 상쾌해지는데 과연 새하얀 겹벚꽃이 큰 스케일로 고고히 피어있었다. 솟아 오른 바위 틈으로 다가가긴 위험하여 제대로 사진이 찍혀지진 않았다.

 

지나는 이에게 꽃 좀 보길 애타게 말하지 않았다면 수 십 년 걸어온 자락길 건너 저 높은 계단 위 하늘 가까운 겹겹 벚꽃은 만나지 못 했으리.

 

남의 일 같지 않은 낀 나라의 전쟁이 두 달 넘도록 끝이 보이지 않아 인명 피해가 늘고 있어 애처럽고 국내는 선거만 다하면 좀 조용해지려나 했더니 신구 세력이 시끄럽기만 하고 3년이 되도록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 균은 세가 여전 당당하고~ 기다리던 봄이 왔건만 어디를 보아도 어수선하기만 한데, 그러나 지구 한 켠에선 이리 아름다운 한 컷의 장면도 있어 마음을 달래주니 감사할 뿐이다.

 

362일 땅속 물을 뿜어 올리고 비바람 맞아가며 엄청난 노력 끝에 피워낸 꽃이 사흘에 져버린다면 다시 또 362일 새로운 피어남을 준비해야만 하나, 그 생각이 인간의 허망한 삶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이별이 많아져 가는 인생 길에 그래도 그는 또 다시 어김없이 피워주겠지 하는 희망이 솟아 오르니 벚꽃 엔딩의 시절을 고이 보내드려야겠다. 

 

 

꽃폭풍 성치않은 이몸 감싸고 휘날릴 때 가엾어라 가엾어라 비명이 나오네

                     

                                                                            손 호 연

 

 


집의 절반이 길로 잘려나가며 심겨진 필운대로 벚꽃 가로수길

 


자락길 이런 깊은 숲 속에 산벚꽃나무들이 있다

 

 산기슭 걷기 편한 자락길의 바위 전망대 무무대

 


아 4월 말에도 이리 피어있다니  -  2022  4

 


거의 정상에 피어난 하얀 겹벚꽃, 실물은 대단하다

 


무무대無無臺 전망대서 보이는 내 고향 서촌과 청와대 지붕

 

 

 

 

 

 





추천 0 비추천 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다음요즘 싸이공감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

댓글목록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아이디/비번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