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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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기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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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6 14:24

 

 


 인왕산 자락길에서                                                              2022  4  5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푸른 기와를 바라보며  

 

 

예년이라면 선거를 하고는 곧장 그 뒤 둘레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것이 쌀쌀도 하여 이제사 오르게 된다.


이번 선거는 유난히 시끄럽고 난장판이어 어서 끝나기를 고대했었다. 그런데 지금도 선거를 치루는 듯 시끄럽기만 하다.


'당신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다' 당선인 클린톤에게 진 부쉬가 한 말과 오바마가 트럼프에게 '우리는 이 집무실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일 뿐' 이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갈등을 거두고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


인왕산 둘레길을 여기는 '자락길' 이라 하는데 조금 걷다 보면 언덕받이가 나오고 날 좋을 때는 벤치에 앉아 책도 보고 메모도 한다. 거기에 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르는 중 꽤 굵은 두 소나무 사이로는 청와대 푸른 기와가 내려다 보인다.


그 집에는 아주 어려서 들어간 기억이 희미하게 있고 녹지원 뜰에서는 한일정상이 외신 기자들 앞에서 읊은 어머니의 평화의 시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거기엔 나라의 대표인 대통령이 살고 일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알든 아니든 매스콤을 통해 늘 보는 얼굴들이어 친근하기만 하다. 

누가 되어도 비난 비판이 있게 마련이나 그 안에서 24시간 국민이 다 알 수도 없는 고뇌와 선택으로 얼마나 힘이 들까. 누구든 나라를 바로 잡고 더 좋은 길로 인도하려는 마음 가득하지않겠는가만 실제로 해보면 생각한대로 되지 않을 순간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구중궁궐이라 하는 그것을 보며 부럽기보다는 그래서 동정이 간다. 그래서 그걸 바라보며 기도하게 된다.

 

5년은 돌아보면 엊그제 같지만 그 기간을 통과하기엔 긴 시간이다. 그 5년 만에 신구 정상이 최근 만났고, 나는 그 푸른 기와를 바라보며 이제부터 시작될 행로를 그려보게도 된다.


더우기 이번엔 그 곳에서 떠난다니 복잡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여러 해 만에 귀국해 보니 옛 친구들이 옮겨간 강남 값은 엄청 올랐는데 서촌인 이 곳은 내려가고 있었다. 추운 고택에 떨면서도 사랑과 영혼의 추억으로 어머니는 이 집을 떠나지 못 하고 있었다.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러 생각의 과정을 거쳐 무엇이든 결국 어머니가 옳았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몇 십 년 올랐으니 강남도 이젠 멈추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러고도 20년, 오늘도 오르고는 있다.


미국에서 조국祖國 그리는 글을 그곳 신문들에 쓰기도 했지만 와 보니 그리던 곳은 이 마을이었다. 시내 한복판인데도 알아주지 않았고 시골만 같은 이 곳이 이제는 신문 두 면에 대한민국에서 제일 힙한 곳은 서촌이다~ 로 나오고 있다. 


그런 것 중 하나는 뒤로 받쳐주는 인왕산 등걸도 있으나 대통령 관저가 있다는 것도 한 몫 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광화문으로 간댔다가 교통 번잡으로 용산으로 한다고 한다. 근처 광화문도 아니고 더 떨어진 곳으로 간다는 생각은 뭔가 허한 감을 주어 오랜 세월 청와대에 익숙해진 이곳 주민들은 마음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듯도 하다.

 

정치가 우리 삶에 90프로나 영향을 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현재 여기는 그것이 100프로 만 같다. 땅값도 잘 안 오르는 이 지역의 자부심으로 그 이전이 섭섭도 한데 촛불 시위 등으로 막히고 차박으로 상인들 장사는 연일 안되고 밤에 주민증 없어 집도 못 들어 갔었는데, 이제는 집 아래 인수위 사무실에 다시 전경차가 둘러서고 그 앞 시위에 피켓 든 시민들 모여드니~ 계속 이런 식이라면 어디든 빨리 가라고만 하고 싶은 심경으로 저 푸른 기와를 내려다보고 섰다.

 

 

         청와대가 열린다니 떠오르는 어려서의 살구꽃 향내나던 그 뜰

 

 

  
 


직원들 드나드는 문 뒤로 드넓은 숲과 산이



 청와대 앞 분수대, 이곳 시위는 아래 인수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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