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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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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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1.27 19:13

 


 이 가을 나무                                                  2020  11 11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이 나무의 가을 

  

아 벌써 가을인가 했더니 갑자기 0도가 되어 겨울 문턱에 드는 것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러나 바로 엊그제만 해도 뒤늦게 물이 든 우람한 은행나무를 고개 젖히고 바라다보고 만지고 다시 온 가을을 만족했습니다. 남들은 내장산 설악산이라고 사진들을 보내 온 때였습니다.

 

평시는 제 글방 통창으로 400여 년은 됨직한 그가 보여도 당연하다 여겼는데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서는 와아~ 하며 세월의 바뀜과 빠름에 놀라고 가슴이 설레이기도 합니다.

 

일 년에 꼭 4번을 바뀌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계절 바뀜을 여러 번 보아 신기할 것도 없어야는데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을 그 생명의 움직임이 매 번 새로운 듯 감격하게 됩니다. 그래서 집 뒤로 하여 그 앞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2, 3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나무 앞으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역사 깊은 승동 교회가 있고 미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머무는 4층의 붉은 벽돌 건물이었습니다. 긴 담이 둘러 있어 딴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오래 전 키 큰 처녀 선교사와 몇 번 마주쳐 대화한 기억도 있습니다.

 

그것이 지지난 해 쯤 갑자기 담이 헐리어 나무들이 드러나고 일 층이 찻집이 되어 물으니 선교사들이 떠나고 외화 수입업체가 사들여 일 층을 세준 것이라 했습니다. 아 그 나무와 벽돌 집을 방 창으로 늘 바라다 보고 이 마을의 아마도 최고참으로 그 역사를 나만큼 아는 이도 없을 텐데 내가 샀어야 하는 건데~ 살 능력도 관리할 자신도 없으면서 땅을 쳤습니다. 

 

그러자 어머니의 마지막 말 중 하나가 떠오릅니다. 

가시기 좀 전 약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 차니 어머니가 저를 모신 셈^)

신문서 본 맛집을 찾아 갔습니다. 남한산성 근처인데 아담한 한옥에 정갈한 맛이었습니다. 거의 일생 시를 써온 서촌의 아름답고 유서 깊은 한옥이 길로 반 동강이 나고, 그마저 어머니의 가치를 잘 모르던 이 딸이 허물고는 새로 지어 마음이 안 좋았는데, 가냘픈 몸매가 된 어머니가 가엾어 위로한다며 '엄마, 이런 아담한 한옥이 있으면 좋겠다, 그치?' 하면 고개를 끄덕이실 줄 알았습니다.

 

자세를 바로 세우며 조용히 '소유를 하게 되면 골이 아파지는 거야' 

 

정보가 있고 살 능력이 행여 된다 해도, 선교사 벽돌 집 담이 허물리어 바로 그 나무 앞에 서서 이렇게 바라다보는 것 만도 지극한 행복인 거로 순간 마음을 바꿉니다.

 

사랑과 영혼의 긴 흔적이 있어 차마 떠나지 못 하던 그 한옥이 포클레인으로 허물리던 날 그 앞에 앉아 눈물 짓던 어머니의 사진이 있습니다.

 

남은 반 토막에 새로 지은 집의 일 층이 IMF 시대로 2년 세가 나가질 않자 문학관과 함께 앞서 가는 예술 공간을 만들어 나를 찾는 사람에게 사랑방 구실도 하였는데, 얼마 전 교토에 공부를 가며 졸라 대는 청년에게 세를 주었더니 이 불경기 시대에 뭐라도 안되니까 몇 해 세도 안내고 다 튿어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누가 찾아오면 걸어서 가는 곳이 바로 그 은행나무 찻집입니다.

마침 코로나 시대에 열어서 손님이 나 뿐이어 찻집 주인에게 이래선 안되겠다, 조언도 해 주었는데 몇 달 후부터 세상에 코로나라는 건 아예 없다는 듯 6 백여 평 마당에 수 백 명이 앉아 있고 차 주문도 길게 서야만 합니다.

 

엊그제는 절정이었습니다.

나무 아래에 즐거운 표정의 젊은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 3 그루 나무 소문으로 먼 곳에서들 왔겠지만 나무를 올려다보는 이는 나 밖에 없고, 이제는 더 이상 없는 미국 선교사들의 이곳 역사에도 관심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 앞에서는 너무 커 못다 보는 나무가 아침에 눈을 뜨면 통창으로 나무 전체가 보입니다. 그 바로 곁으로는 십자가가 보이고 그 넘어로는 하늘이~ 

소유 안하고 누리는 복입니다^

 

쓰다듬던 동지사 대학 캠퍼스의 커다란 거목들이 떠오릅니다. 세계에 어마하게 큰 나무도 많고 또 그들을 볼 때엔 감격해, 일어나면 눈에 들어오고 흔해 보이는 이 나무를 잊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볼수록 장엄하고 왠지 영적으로 끄는 힘까지 보이는 것이 계절의 바뀜으로 새롭고 화려해져서도 그렇겠으나 막막했던 코로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예뻐 보인다는 그 시처럼.

 

선교사들이 70여 년 머물다 이 땅에 복음을 얹어 남기고 간 그 은행나무가 아름다워, 이 가을이 짧다고 서러워 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옛 선교사들의 선한 눈빛이 깃 영험한 이 나무를 내가 남아 바라보는 이 가을

 

 

 


 

 


통창으로 보이는 나무와 선교사 벽돌집  -  202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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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신  시인 에세이스트  TV방송인 손호연단가연구소 이사장 

이대 영문과, 워싱톤 조지타운 대학원,  뉴욕 시라큐스 대학원, 교토 동지사 대학

미국의 소리 방송 워싱톤, 한국방송위원회 국제협력위원, 삼성영상사업단 & 제일기획 제작고문 역임

 

 

저서 - 치유와 깨우침여정에서, 숨을 멈추고, 오키나와에 물들다

     Love Letter,  삶에 나라에 어찌 꽃피는 봄날 만이 있으랴

     그대의 마음 있어 꽃은 피고,  孫戶姸  101수 가집, 왜 교토인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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