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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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숲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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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8 13:49

 


                                                                                            2020  11  3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화담숲을 걸으며

 

 

 

깊어진 만추다.

 

예년 같으면 설악산 오대산을 보고는 11월 말 즈음 교토를 향했으나 지금은 그런 시절이 아니다. 친구들에게 서울서 가까운 화담숲이라도~ 하니 셋이 호응해주며 일정을 잡았다.

 

몇 해 전 지상으로 본 적은 없는데 소리소문으로 곤지암에 많이들 간다고 했다. 그리로 가니 나만 몰랐던 건지 여러 줄로 길게 서서 티켓팅을 하고 있었다.

 

500 미터의 산 기슭을 따라 오르는 길과 물든 단풍과 소나무 정원이 아름다웠다. 5 키로가 넘는 산책길이라는데 완만하게 만들어져 평지를 걷는 것 같았다.

해마다 이때 쯤이면 그렇게 그 길을 걸었다.

 

아 우리나라도 이런 숲 하나가 드디어 생겼구나, 원없이도 지었네, 외국서 누가 찾아오면 이리 오면 되겠어~  감탄하며 감사해 했다.

 

LG의 구본무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었다는데 온 힘과 정성을 들인게 구석구석 보였다. 그렇게 지어 누구에게나 공개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조금만 힘을 빼어 인위적보다 자연에 좀더 기울어졌다면~ 하는 생각이 좀은 드나 원도 없이 부은 시간과 비용, 그 고뇌와 정성이 감탄할만 하다.

 

두 해 두 가을을 건너뛰어 간 날은 10월의 마지막 날, 새파란 하늘에 연한 새털 구름이 떠있어 하늘이 얼마나 깊고 높은 것인가를 말해 주고 있었다. 눈부시게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서인가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단풍잎이 돋보인다. 보고 싶었다고, 일어서 이만큼 걷는 게 기적이라고, 나를 반기는 듯 하다. 

 

그 곳의 단풍 종이 400 가지나 된다고 한다.

코로나로 2020년 일년 내 지친 이들이 넘쳤고 즐거이 걷거나 모노레일을 타고 있다.

 

테마 군락이 17개라는데, 해마다 분재원이 생기고 자작나무 숲이 새로 생기고 하여 놀랐었다. 이번은 이 철에 맞는 국화 백만 송이를 피웠고 전에 없던 7세기 백제 시대 부여의 정림사지 탑과 8세기 신라의 경주 법주사 석등이 보인다.

 

높은 산 기슭에 이리저리 길을 내고 물을 내고 여러 종의 나무를 심고 그 어마한 무게의 암석을 들어 옮기는 정원 조성작업도 엄청난 거지만, 유지 관리도 그에 못지 않은 걸 알기에 '이 많은 바위를 어이 옮겼으며, 철따라 백만 송이 심고 봄꽃 심고 온갖 나무들 심어 거루고 관리하고 수리하고, 이게 얼마나 애쓴 건가~' 구비구비 돌며 자꾸 그 말을 하니 곁의 후배가 참다가 '샘물 마시며 그 샘 만든 이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라고 응한다.

 

그렇다. 우리는 국내든 바다 건너든 많은 것을 보았지만 그 뒤의 수고를 제대로 생각지 못 한 적도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전에 보지 못한 '화담숲' 둥근 안내판에 그 숲을 일군 구본무 회장의 얼굴이 보인다.

 

오래 전 일이다.

이대를 졸업할 때면 6천 명의 졸업생 사진이 담긴 졸업 앨범을 받아 든다.

엄지손톱만한 크기에 흐릿한 흑백으로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구본무 회장의 아버지인 구자경 회장이 며느리감으로 내 사진에 열개의 동그라미를 쳤다며 비서와 같이 나를 찾아 온 적이 있다. 갓 졸업하여 그런 마음의 준비도 없었는데, 그 후 나이든 그 비서는 매일 우리집을 찾아왔었다. 

 

그 아들은 얼마 후 미국에서 왔고 나는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한국으로 귀국 후, 그 무렵 그런 식으로 말이 나온 분들을 이 좁은 도시의 모임이나 포럼에서 마주치는 적은 있으나 구회장을 마주한 적은 없다.

 

2018 년 아직 창창할 나이에 그는 갔고 이렇게 극히 아름다운 숲으로 자신을 남겼다.

 

그의 아호가 화담和談이다.

 

 

 


이 가을의 백만송이 국화  -  화담숲





한 바퀴 순환하는 모노레일





소나무 정원의 암반들  - 화담숲













도리 르빈스타인 Dorit Levinstein의 조각, 가족 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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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님의 댓글

  • LV 1 뚜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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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그런 이야기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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