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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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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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5.26 22:07

 

 


  고전문학 야마무라 코이치山村孝一 선생                                      2020  5  22

 

 

 

                                          배운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치어 세상이 혼란해지고 바뀐 게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온라인 강의가 길어지며 교육과 수업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코로나 창궐 이전에 교육 받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하다.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어려서부터의 교육은 습득하는 지식과 그 콘텐츠의 내용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멈춰서 뒤를 돌아 본다. 할머니 손에 이끌리어 들어갔던 초등학교, 여중고, 대학 그리고 연이은 미국 유학을.

 

요즘 아가들 서너살에 배우는 한글 영어를 일곱살에 덕수 초등에 들어가서야 한글을 깨쳤고 구구단도 배웠겠으나 배운 지식은 어슴푸레하고, 쓰다듬어 주시던 2학년 때 여선생님의 따뜻한 손, 우리 집을 방문하셨던 온화한 인상의 5학년 선생님 그리고 단정하고 깔끔하시던 6학년 남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여중고에 가서는 영어를 처음 배우고 학과목이 열 몇개로 늘어났기 때문에 분명 많은 지식을 배우고 쌓았겠으나 딱히 기억이 나질 않고, 각반을 돌며 내 그림을 칭찬해주시던 중 1 담임 미술 선생님, 국어 지리 선생님의 예쁜 모습, 말투, 표정, 특이한 억양, 첫 수업 들어오자마자 시든 꽃을 치우시던 영문법 선생님의 손놀림, 얼굴이 약간 기울어져 생긴 6시 5분 전 같은 별명들, 졸라서 들은 6. 25 전쟁 참전이야기, '초원의 빛' 등 영화이야기, 노천극장의 3천명 채플이 더 생각난다.  

 

대학은 또 어떤가.

영문학을 꼭 전공해야지 하는 절실함보다는 당시 컷라인이 높아 선생님이 권유하신 듯 한데 공부 내용이 있었겠지만, 4키로가 넘는 영문학 앤솔로지Anthology 책이 무거워 (당시 우스개로 시집가 아가를 낳으면 드는 훈련^ 이라고) 한쪽 어깨가 기울어지도록 4년을 매일 들고 다니던 것과 높낮은 너른 캠퍼스를 책들고 입구에서 제일 먼 뒷문께 문리대 건물로 꽤 걸었던 기억이 난다.

 

두툼한 앤솔로지 한 부분을 자기 차례가 오면 읽고 번역하던 생각이 나나, 졸업 때까지 그 책을 다 보진 못 했고, 5월의 빛나는 하루, 교실 밖 언덕진 잔디에 앉아 교수님이 사준 아이스크림을 맛나게 먹은 생각, 월 수 금 점심 시간에 대강당 예배에 출석 체크하던 것, 매 해 연극 연기하기, 대학 카렌다 모델하기, 일선 장병들에게 가 기타로 노래하기, 5 월의 May Day 축제 등이 선명히 떠오른다.

지금도 모교를 들리게 되면 햇빛 쏟아지던 그 잔디에 앉아 본다.

 

그리고는 그 다음 순서처럼 간 워싱톤의 유학, 너무나 자유롭고 확 바뀐 환경임에도 곧 적응하고 이상을 높이며 순조롭게 자라난 듯 하나, 익숙한 가족과 환경을 멀리 떨어뜨려 허전하고 외로웠던 기억~ 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제수잇 학교인 조지타운 대학은 지도교수가 사라 Sara 신부였는데 신부복을 입었음에도 따스한 인정과 휴머니즘으로 더 기억이 된다.

 

그러고 보니 배우고 공부한 내용보다는 스승 한분한분의 분위기, 교내 분위기들이 차근차근 떠오르고 있다.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은 일본 유학도 그렇다.

최근의 기억이어 그렇기도 하지만 선생님 하면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는데 그것을 깼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는지도 모른다.

 

일본도 외국이고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로 가르치고 공부하나 그들의 얼굴과 겉모습은 우리와 같다. 그러나 학생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자세가 기대이상 달랐다. 그들의 지나칠 정도의 친절함 상냥함 세심함 꼼꼼함 겸손함은 나를 매일 놀라게 했다. 20여 년 학교를 다닌 틀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교토 동지사 대학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도 영화장면처럼 머리를 스치나, 벌써 구체적인 기억은 일일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학생을 향한 자세 겸허함 배려하는 마음 미소지음 나긋나긋한 음성, 그 철저한 인상은 지금도 가슴에 새겨져 있다. 첫 수업과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을 향해 90도로 한참을 깊이 절하던 연세 높은 도오야마 카즈코遠山 和子 여선생님과 몇몇 분의 마음 자세를 잊을 수 없다.

 

배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 인상과 존경스러움을 무의식적으로 배우며 인성을 키워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건 아닐까. 그래서 지금, 세계의 언택트untact로 얼굴 대하지 않고 하는 사이버 강의가 아쉽고 걱정된다.

 

수업에서 배우는 것은 그래서 인생에 길이 남는 것은 꼭 그 내용과 형식만이 아니요, 내가 돌아보듯 스승과 대면contact 해야 느껴지고 새겨지는 것이기에 지금의 상상못한 현상과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수업이 몹시 우려되는 것이다.

 

더 치열했을 걸 하는 회개와 함께, 당연히 생각했던 지난 모든 수업이 '애정의 눈길'을 주신 선생님들과 같이 한 것임을 지금만큼 깨우치고 감사할 수가 없고, 지난 해 제자들과 눈을 맞추며 했던 나의 대학원 수업도 코로나 창궐 이전이어 감사할 뿐이다. 

 

 

      가다가 멈추고 돌아보는 여정, 스승의 따스한 숨결이 내 안에 있었네

 

 


 


    수업  - 교토 도시샤 대학  2016  1  15


       하라다 토모코原田朋子 선생 - 도시샤 대학  2016  1 19


       도오야마 카즈코遠山和子 선생 - 도시샤대학  2016 1 15   


 '이승신의 문학' 강연 - 동지사 여자대학  2016 1 28 


 제자들과 종강날  - 단국대학원  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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