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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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이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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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4 15:23

 

 

 


아라시야마嵐山 야경                                                          2019  12  13

 

 

이승신의 로 쓰는 컬쳐에세이

 

하나이카다 はないかだ 花筏

 

아라시야마嵐山에 가면 꼭 들리는 곳이 또 하나 있다.

하나이카다花筏溫泉 료칸이다. '이카다'라고 하면 뗏목이란 뜻인데 옛 말인지 고상한 어휘인지 일본사람에게 이카다 라는 말을 쓰면 아 하고 미소를 짓는다.

 

일본은 화산이 많은 나라여서 온천이 많고 일본식 여관인 료칸에는 거기 머무는 손님만 이용하는 온천이 있기 마련인데 아주 드물게 외부 손님을 받는 곳이 있어 그걸 '히가에리' 라 한다. 묵지 않고 한 번 온천만 하고 나온다는 뜻이다.

 

우리의 관념으로는 호텔이 고급이어 비싸고 여관은 그보다 싸고 좀 허술한 곳으로 알고 있다. 누군가 '어디 적당한 여관 좀 잡아 주세요' 한다면 그건 '어디 싼데 구해 주세요' 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일본의 료칸(여관)은 호텔 이상의 이미지로 가격도 더 비싸다. 일본 전통의 다다미 방에 기모노를 입은 직원이 아침 저녁 침구를 펴주고 접고, 무엇보다 손님 하나하나에게 극진한 친밀 접대를 한다. 아침 저녁의 식사도 나온다. 그래서 머무는 손님이나 그 안의 작은 규모의 온천을 할 수 있지, 료칸 온천물을 외부인이 누리기는 어렵다.  

 

아라시야마 중심에 있는 유명한 도게츠쿄渡月橋 다리가 끝나는 곳에 료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입구에 '하나이카다'라는 료칸이 있다. 동지사대에서 공부를 하던 기간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유일한 휴식으로 주말에 반대 방향의 구라마 온천을, 공부꾸러미 끼고 전차타고 몇 번 갔지만 대학 옆 내 방에서 거리가 꽤 되고 그것도 몇 번을 갈아타야 하는 아라시야마에는 잘 가지를 못했다.

 

하루는 거기에 갔을 때 료칸 하나하나를 찾아 들어가 히가에리가 되느냐고 물었고 마침내 온천만 할 수 있는, 히가에리가 되는 '하나이카다' 하나를 발견해 낸 것이다.

 

860엔 내고 그 료칸의 3층엘 오르면 온천이 있다. 작은 공간의 온천이다. 몸 하나가 들어가면 꽉 찬다. 관에 들어앉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나 물 온도가 꼭 맞고 포근해 기분이 아주 좋은 물이다. 그 물을 나와 다시 속문을 열면, 같은 사이즈의 반 가리막 노천 온천이 있고 바람이 어디선가 산들 들어오는게 그것 역시 사람을 기분좋게 해 준다. 대강 걸치고 한 층을 더 오르면 4층 옥상, 하늘이 훤히 보이는 작은 노천이 있어 그것도 누릴 수 있다. 아주 사적인 나만을 위한 공간같아 아라시야마에 가면 이용을 하게 되는데, 오후 4시까지만 외부인을 받아 다른 곳을 둘러보다 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그럴 적엔 하나이카다에서 한 몇 분 걸어가면 늦게까지 오픈하는 후후風風 라는 대중 온천이 있다. 사적인 느낌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기분은 아니지만 모던한 감각으로 널찍하고 그것도 할 만하다.

 

이 짝은 온천 공간을 보면 오래 전 일본에서 나온 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책이 떠오른다.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물건도 오밀조밀 작게 만들고 작은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감탄할 정도로 꼼꼼하고 세밀한 면을 독특한 안목으로 부각하여 일본에서 한동안 큰 화제를 물러 일으켰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세계적 수준으로 큰 것도 일본에는 꽤 있다. 커다란 경기장, 높은 건물들, 세계적 스케일의 사찰들, 세계에서 제일 큰 절, 제일 큰 절 대문 등 어마하게 큰 것도 생각하면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세계적이고 놀랍도록 크게 높게 하는 것 위주로 지향한다면, 일본은 그만큼 지극히 작은데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찾고 디테일하게 만들어내기에 그러한 면이 세계인 눈에 띄는 것일 게다.

 

교토는 온천으로 드높은 이미지라 할 수는 없고 볼 곳이 많아, 방문객이 며칠 있는 동안 온천을 찾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나도 교토에 공부하러 와서 반년이 지나서야 교토에는 온천이란 게 없느냐 고 주위에 물었으니까.

그러다 아라시야마에 발로 걸어 히가에리로 할 수 있는 쾌적한 료칸온천을 발견한 것이다.

 

근처에 하룻 밤 30만엔 (3천불) 하는 호텔이 있고 하나이카다 료칸도 하루에 3만엔 이상을 하니, 머물 수 있다면 좋겠으나 그러지 못할지라도 860엔의 후로(목욕)는 맛볼 일이다.

 

그 겸손한 미美를 누려 볼 일이다.

작으나 흡족한 행복이다.

 

  

 


아라시야마嵐山 산 앞 가츠라 강가의 온천마을  -  2018 12 15 


아라시야마의 도게츠쿄渡月橋 다리 아래 흐르는 가츠라 강의 야경 


하나이카다 료칸  - 교토  아라시야마  2018 12 14


하나이카다 료칸 입구  - 아라시야마 2018 12 14


하나이카다 료칸의 1人用 온천 


다리 왼편 나무에 파인 이름 '도게츠쿄渡月橋'  -   교토 아라시야마


 


도게츠쿄 다리의 야경 조명  -  아라시야마嵐山  2018  12


인근의 후후風風  대중온천 입구  -  아라시야마嵐山  201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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