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ssay 이승신의 詩로 쓰는 컬쳐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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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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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3 08:59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엥코지圓光寺

 

 

보면 볼수록, 작은 도시 교토京都엔 왜 이리도 볼 게 많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중에도 특별한 것이 분명 있는데 엥코지圓光寺도 그 중 하나다. 

 

일본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 1616)의 이름은 들었을 것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에 이어 흩어져 있던 일본천하를 통일하고 에도(도쿄)에서 260 여년 에도 막부江戶幕府시대를 거느린 일본 영웅이다. 그런 그가 교토에서 수련하고 청년들을 가르친 곳이 엥코지라면 듣기만 해도 솔깃하지 않은가.

 

히가시야마東山에 내가 잘 가는 우동집이 있는데 하루는 입구에서 줄서 기다리다 커다란 잡지 양면을 눈부신 단풍으로 꽉 채운 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엥코지圓光寺라 했다. 이 시대의 사진 기술과 홍보의 과장됨을 감안하더라도 근사해 보여 보러 나섰다. 

 

전차로 내리니 이치조지一乗寺였다. 히에이산比叡山을 뒤로하는 이치죠지에는 시인이 만든 유명한 정원 '시센도詩仙堂'가 있고 하이쿠俳句의 대가 마츠오 바쇼松尾 芭蕉가 머물던 사찰이 있고, 이름있는 명소 표지가 꽤 많은 깊은 역사의 동네다.

 

1300년 역사의 엥코지로 들어가는 입구 양 옆에 늘어선 소나무부터가 그 곳의 품위를 말해주고 있다. 소나무의 경호를 받으며 걸어가다 몇 계단을 오르니 모던한 가레산스이枯山水 정원이 펼쳐진다. 가레산스이는 모래 위에 의례 이끼낀 오래 묵은 바위가 놓여 있어 우주를 표상하는데, 거기엔 현대 설치미술처럼 모던한 키큰 돌들이 늘씬하게 서 있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정원에 연결되어 본당이 있어 그 곳의 역사를 전시하고 있는데 그 건축물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청년들을 가르치던 학문소이다. 워낙이 학문소學文所로 시작된 이 곳은 7당七堂을 갖춘 대사찰이었으나 여러 차례 화재로 많이 소실되었다고 한다.

 

인왕문仁王門을 들어서니, 잡지에서 보던 바로 그 단풍  정원이다. 400 년이 넘는다는 단풍나무는 굵은 몸통이 어찌 그리 반질반질 윤이 나는지, 나무 하나하나가 조화로운 색의 잎들을 훈장처럼 머리에 이고 있다. 놀라운 그 풍경을 핸폰에 다 담을 수 없는게 유감이다.

 

대숲을 비추는 연못을 끼고 참뱃길을 오른다. 저 아래 교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데 거기에 아담한 묘 하나가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묘다. 어여쁜 나무가 주위에 살랑이며 감싸고는 있으나 소박하기 짝이 없다. 서울에서 온 이들과 함께 하면 소설 '대망大望'으로 본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지 한마디씩 하기 마련이다. 왜 이리 초라하냐고.

 

일본에서야 소설 뿐 아니라 대하 드라마 영화 연극의 소재로 대단한 선풍을 일으키는 으뜸으로 치는 인물이나, 한국에서도 베스트 셀러 '대망'을 몇 번이나 읽었다는 사람은 꽤 있다. 

 

거기에 보면 일본의 '세 영걸英傑'을 뜻하는 유명한 말이 나온다.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버리겠다 鳴かぬなら殺してしまへ時鳥 - 오다 노부나가.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해보겠다 鳴かずともなかして見せふ杜鵑 - 도요토미 히데요시.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겠다 鳴かぬなら鳴まで待よ郭公 - 도쿠가와 이에야스

 

인내심 있게 기다리고 기다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품에 일본 국민은 환호한다.

 

그가 가면서 남긴 유훈도 인상적이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다. 서두를 필요 없다. 자유롭지 못함을 친구로 삼는다면 부족할 것이 없다. 욕심이 생기면 궁핍했을 때를 생각하라. 인내는 무사장구無事長久의 근원이요, 분노는 적이다. 미치지 못함이 지나친 것보다 낫다'

 

그 동족궁 신균어유훈東照宮神君御遺訓은 닛코日光의 도쇼구東照宮에 있다. 그의 원대로 에도에서 장사를 치루고 1주기에 두 시간 떨어진 닛코日光로 유해를 옮긴 것이다.

 

NHK를 보면 옛 영웅들이 가졌던 병명을 열거하며 역사와 의학을 묘하게 믹스한 '위인들의 건강진단'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얼마 전 보니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73세에 위암과 매독과 각기병으로 갔다고 했다.

 

오카자키岡崎 궁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에 어머니와 헤어지고 아버지도 일찍 세상을 뜨고 여러 번 죽음의 위기를 겪으며 철저히 복종하고 살았으나, 불우함을 딛고 일어서 마침내 한 나라의 영웅호걸이 된 그 삶의 소설과 대하 드라마는 수도 없이 많다. '인내의 귀재'로 불리우며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천왕으로부터 도쇼다이곤겐東照大権現이라는 신호도 부여되었는데 그의 유해遺骸가 있는 진짜 묘지는 그러고 보면 닛코日光의 도쇼구東照宮다. 그러함에도 청년 시절을 보냈던 교토 엥코지에 그의 이름이 적힌 팻말이 꽂힌 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웅의 묘치곤 초라하다는 것도 이해는 가나, 우리가 전해 준 불교의 영향이 있는 일본은 검소하고 절제하고 겸허한 것을 귀히 여기는 나라여서 묘도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잡지 화보에 매료되어 갔지만 거기에 서니, 엥코지圓光寺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젊어서의 인연, 4백 년 전의 영웅과 일본의 역사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역사를 다 본 게 아닐까,  4백 살 저 굵고 윤이 나는 나무는

 

 

 

 


늘어선 소나무의 기품이 느껴지는 엥코지로 들어서는 입구  


가레산스이 정원 중 가장 모던한 작품으로 보이는  - 엥코지 2015 12 


 

원통 끝에 귀를 갖다대면 물이 떨어지며 명쾌한 방울소리가 들린다


물이 떨어지며 찰랑이는 소리가 


언덕배기 눈부신 단풍 뒤로 대나무 숲을 비추는 연못  - 엥코지 2017  12


 오래 된 단풍나무


    단풍잎을 훈장처럼 이고 있는 4백 살 된 단풍나무  - 엥코지 2015 12 


언덕 위 쇼군將軍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검소한 무덤 - 엥코지 2016  12  4


현대판 가레산스이枯山水  - 교토 엥코지  201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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